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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대란, 숱한 경고에도 정부는 귀담아듣지 않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일파만파’…해운 전문가들 “현 사태의 모든 책임은 무능한 정부에”

이석·감명국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9.13(Tue) 16:00:38 |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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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를 받은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9월7일 현재, 세계 23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압류되거나 입출항 거부를 당했다. 1회 70만 달러(약 7억8000만원)인 통행료를 내지 못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못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한진해운에 실린 수많은 컨테이너 역시 해외에서 발이 묶인 채 표류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수출업체에 돌아갔다.법정관리로 한진해운 선박들의 발이 묶이면서 바이어들에게 물건을 보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가 지속될 경우 해외 바이어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긴급대책반을 꾸렸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했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후폭풍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9월7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빌딩 앞에서 한진해운을 살리고 부산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상경 투쟁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한진해운 사태 원인 최은영 회장은 ‘모르쇠’

 

당장은 한진해운의 모그룹인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 종사자 400여 명은 최근 조 회장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만큼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금융 당국이나 정부도 한진그룹을 상대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그룹 전체의 신용과 연결된 만큼 도의적 책임만 갖고 피해서는 안 된다”며 우회적으로 한진그룹을 압박했다. 결국 한진그룹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9월6일 물류 대란 해소를 위해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엔 조 회장의 사재(私財) 400억원도 포함돼 있다. 비상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해상화물 하역과 긴급화물의 대체 수송을 도울 예정이다. 조 회장은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한진해운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입을 다물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다. 최 회장은 비싼 용선료를 주고 배를 빌리는 장기 계약을 맺으면서 회사의 부실을 키웠다. 2009년 155%에 불과했던 부채율은 2013년 1445%까지 확대됐다. 최 회장은 2014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회사를 넘겼다. 한진해운 부실의 실질적인 책임이 최 회장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매년 한진해운으로부터 상당한 이득을 얻어왔다. 최 회장은 유수홀딩스로 계열 분리를 진행하면서 알짜 계열사인 싸이버로지텍을 들고 나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173억원, 영업이익은 522억원을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은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으로부터 매년 140억원 상당의 임대료를 챙겨왔다. 심지어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한진해운 부실에 책임이 있는 최 회장이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회사를 떠넘기고 떠났다”며 “구조조정 계획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손실 부담 관련 내용이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9월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외항에 정박해 있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 몬테비데오호’ © AP 연합


“정부가 기업과 감정싸움만 해선 될 일 아냐”

 

그러나 물류 대란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비난 여론은 이제 정부로 옮겨지고 있다.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력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거론된 것은 지난 5월 전후다. 당시 한국선주협회는 법정관리가 현실화되면 17조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해운산업의 붕괴로 수출산업뿐 아니라 국가 신인도 역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나 금융 당국은 이 주장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대비책도 없이 덜컥 법정관리에 집어넣었다. 자율협약 종료 시한(9월4일)을 4일이나 앞둔 시점이었다. 이후 문제가 터지자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의 오락가락 정책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산업은행은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동부그룹, 대우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그룹마다 평가 잣대를 달리하면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그룹의 경우, 이면 합의서까지 체결하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조원대 영업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44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산은은 4조2000억원대의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에 대한 처우는 달랐다. 지난해 369억원의 흑자를 냈음에도 ‘강공’으로 일관했다.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를 놓고 한진해운 측과 ‘핑퐁 게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법정관리 이후 상황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해운 전문가들은 정부의 한진해운 대책에 대해 집중적인 성토를 쏟아냈다. 공공기관의 한 전문가는 “한마디로 지금 물류 대란 사태의 책임은 무능한 정부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동안 해운업은 기업 하나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숱하게 경고했음에도, 도대체 이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공공기관 소속인 내가 이런 말을 하겠나”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 빨리 정부가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기업과 감정싸움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류동근 한국해양대 해운경영학부 교수 역시 “정말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고선 화주들이나 세계 각국의 선주·용선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한진해운은 서서히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과) 줄다리기만 하면서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수술을 할 것인지 다른 치료를 할 것인지, 또 치료 후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정해 놓아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대책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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