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또..." 만성화된 북한 홍수의 역사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9.20 16: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 최악의 피해다.”

 

북한 북동부 두만강 일대에 덮친 폭우를 두고 북한 스스로는 ‘건국 이래 최악의 재난’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망 138명, 실종 400명의 인명 피해가 생겼다. 2만9800호의 가옥이 수해를 입었다. 발생한 이재민 숫자만 약 14만명이다. 피해를 입은 공공시설이 900동 가량이고 도로 180곳 정도가 망가졌다. 붕괴되거나 손상된 다리가 60교량 이상이라고 한다.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은 곳은 회령시,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과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한 나선시 일부 지역이다. 한반도 동쪽 최북에 위치한 함경북도에 속한 곳이다.

 

북한에서 집중 호우 탓에 수해 피해가 생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연례화되고 만성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나선시에서 홍수가 발생해 사망 40명, 이재민 1만1000명의 피해가 있었다. 당시에도 100동에 가까운 공공시설물이 침수됐고 교량 51곳이 붕괴되거나 손상됐다.

 

4년 전인 2012년에는 6월부터 8월에 걸친 장마 동안 북한 전역이 홍수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사망 300명, 실종 600명, 이재민 29만8000명이 발생했다. 붕괴되거나 침수된 가옥만 8만7000여 가구였다.

 

2007년 8월과 9월에도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 8월 중순에는 평양시와 황해북도, 평안남도, 강원도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500여명이 생겼고 1만4000여호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2016년 9월16알 함경북도에서 발생한 홍수로 입은 수해를 복구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 AP연합


올해의 홍수를 두고 북한 ‘건국 이래 최악’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더 최악으로 평가받는 홍수가 1995년 여름에 있었다. 이해 7월31일~8월18일 북한 전역을 강타한 집중 호우로 생긴 재난이 그랬다.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는 68명으로 의외로 적었다. 하지만 유엔인도주의조정국의 보고에 따르면 ▲국토의 약 75%에 해당하는 8개 도와 145개 시와 군에서 침수 피해가 있었고 ▲ 약 520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수해를 입었는데 그 중에서도 10만 가구에 거주하는 50여만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고 한다. 당시 북한 측에서 밝힌 피해액은 북한 국민총생산(GNP)의 70% 수준인 150억 달러였다. 수해를 입은 피해자만 북한 전체 인구(당시 2150만명)의 25%에 달했다. 하지만 이정도 피해를 입었다면 사실상 국가 기능이 완전 마비됐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국제사회에서는 인도적 지원을 최대한 받기 위해 북한이 피해액을 부풀린 것이 아닌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1995년은 북한에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 때다.

 

올해 수해는 중국과 러시아와 경계를 맺고 있는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피해는 막대했지만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북한 당국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한 탈북민 단체 관계자는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이 똑같이 물난리를 겪었는데 중국은 피해가 적고 북한만 피해를 입었다. 사람을 구조하는 것도 중국 쪽에서는 보트도 띄우면서 빠르게 했는데 북한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화가 났겠나”고 말했다.

 

현재 이재민들을 위한 지원도 전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탈북자는 “이재민들이 대부분 주변에 무사한 집으로 가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재민 먹거리도 주민들에게 나눠서 각출한다고 하더라. 피해 입은 곳을 복구하려고 해도 자재가 없는데 뭘 어떻게 고치겠나”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