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우병우가 무죄판결 잇따르는 방산비리 수사 첫 기획자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9.24 07:58
  • 호수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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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철희 의원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했던 ‘방산비리’ 사건의 주요 혐의자들이 잇따라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해군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이 8월18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정 전 총장은 STX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도 6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군수품 납품가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88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무기 중개업체 셀렉트론코리아(셀렉트론)의 신아무개 전 이사에게도 9월22일 무죄를 선고했다. 셀렉트론은 거물 무개중개상인 함태헌씨가 실소유주로 꼽힌 회사다. 이어 9월23일에는 허위 평가보고서 작성을 지시해 성능 미달의 음파탐지기를 납품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재판에 넘겨진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무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방산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의자들의 잇따른 무죄 판결 원인으로 검찰의 부실 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지적한다. 여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비리의 근원을 캐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9월26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방산비리와 관련된 정부 정책들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진다. 시사저널은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을 만났다. 국방위 더민주 간사인 이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 과정과 후속대책 등을 면밀하게 살펴봤다. 

 

이 의원은 방산비리 수사의 시발점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했다. 그는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 여론을 의식해 우 수석이 기획한 것이 방산비리 척결”이라며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성과를 보이기 위한 기획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또 주목한 것은 정부가 지난해 말 신설한 ‘방위사업감독관’이었다. 그는 “방위사업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위사업감독관이 왜 상위 부처인 국무총리실이나 국방부가 아니라 방사청에 소속됐는지 의문”이라며 “미국처럼 독립적인 형태로 운영하거나 상위 부처로 옮기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산비리 관련 사건 피의자들의 무죄 판결이 많이 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통영함과 소해함 납품비리 관련 피의자 17명 중 6명에게 무죄 판결이 났다. 나머지 피의자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4년 11월쯤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출범했다. 그 전부터 간간이 비리가 터지긴 했었다. 그런데 정치적 논란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 문제가 국가 의제로 올라왔다. 기획된 사정에 의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정치적 기획’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을 기소했지만 법원 판결에서 무죄가 나고 있지 않은가. 방산비리 수사 결과와 재판 과정을 맞춰보면 수사가 조금 과(過)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처음의 의욕에 비춰봤을 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사정’이라면 우병우 민정수석이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대통령이 만약 방산비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 수석이 자신의 고유 업무를 통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신임을 받는 수단으로 삼았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으로서는 일반적인 부패에 대해서도 부정적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방산비리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일 수 있다. 워낙 국민 인식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 영역에서 우병우라는 참모가 이런 것들로 성과를 낸다면 신임을 얻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우 수석이 방산비리 수사의 키를 잡고 있다고 보나.

 

이후로도 방산비리에 대해 칼을 쥔 사람이 우 수석 휘하에 있다면, 국방 분야와 방위산업 전체에 있어서 우 수석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그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우 수석이 게임을 잘한 셈이다. 우 수석 본인도 특수수사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대정부질문이나 보도에 의하면 우 수석이 청와대에 가게 된 계기가 나온다. 그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참모를 하더라도 곧바로 신임을 확보할 수는 없다. 그 안에서 성과를 보여야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우 수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확보하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었지만, 방산비리 역시 신임을 얻는 카드로 썼을 수 있다. 실제로 합수단 수사결과 발표를 보면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기소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성과와 제도개선까지 이끌어냈으니 상당히 신임을 얻어냈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부패척결을 내세우며 사정에 나섰다. 

 

사정을 국정운영에 기여하는 프로젝트로 추진한다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무조건 ‘때려잡고 보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부패척결을 위한 사정 시스템이 일상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정운영 프로젝트로 사정을 활용하면 검찰에게 보상을 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본래 취지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국정운영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한다. 보통 정책실패에 의한 레임덕을 사정으로 막아보려고 하는데, 대개 성공하지 못한다. 

 

방산비리 수사가 정권의 필요에 의해 진행됐다는 얘기인가.

 

정부가 한다고 무조건 나쁘다고 보긴 힘들다. 정권 필요에 의해 했더라도 다수에게 이익이 된다면 좋은 일이다. 더민주 역시 방산비리에는 단호해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것을 제대로 처벌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선의를 가지고 진행했더라도 성과주의 때문에 서둘러서 했고, 그것이 다른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됐다면 이는 비판받아야 한다. 사람의 유·무죄와 명예를 다루는 문제다. 사법절차는 아주 엄하게 지켜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보여주기식 수사가 이뤄진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실제 들여다보니 그런 문제가 보이는 것 같다.

 

 

우병우 민정수석 ©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방산비리를 근절하겠다며 방위사업감독관을 신설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방위사업혁신TF’가 만들어져 국무조정실, 국방부, 방사청 관계자들이 모여서 논의했다. 당시 미국의 국방계약감사기구(DCAA)를 참고했다. DCAA는 국방부 산하 국방감사차관 소속의 별도 기구로 정해져 있다. 이 모델을 우리에게 적용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쟁점은 국무총리실, 국방부, 방사청 중 어느 부처에 두느냐였다. 내가 알기로는 방사청에 두는 게 가장 마지막 안이었다. 처음에는 국무총리실이나 국방부에 두는 것을 검토하다가 막판에 방사청으로 선회했다. 가장 힘없는 부처에 떨어진 셈이다. 

 

방사청이면 방위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나. 

 

검찰의 방산비리합동수사단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지금까지 78명을 기소했다. 이 중에서 방사청 직원은 2명에 불과하다. 상임위 질의에서도 방사청 직원이 소수인데, 왜 방위사업감독관실을 방사청에 두냐고 물었다. 역설적으로 더 많은 방산비리가 방사청 밖에서 벌어진다. 방위사업은 합참이나 각 군에서 요청하면, 그것을 가지고 방사청이 작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방사청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리도 있겠지만, 그 이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리가 더 많다. 실제로 합수부 발표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정작 감독관은 방사청에 뒀다. 이런 문제의식이 생겨 주목하게 됐다. 

 

왜 가장 힘없는 부처에 방위사업감독관을 뒀다고 보나.

 

방사청에 감독관실을 두면서 얻는 효과가 있다. 바로 방산비리는 방사청에서 저질러진다는 인식이다. 나머지는 모두 면죄부를 받은 셈이다. 국방부에 두면 국방부가 오명을 쓰게 되고, 총리실에 두면 계속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불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방사청에 들어갔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다. 그래서 실제 감독관(조상준 감독관)도 만나서 얘기도 들어봤다. 

 

감독관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방위사업감독관 조직 자체는 제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검찰 특수통 검사 3명이 감독관실로 자리를 옮겼다. 방사청 안에서 수사 마인드를 가지고 스크린을 해 나간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방사청 밖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제한적인 스크린은 가능한 것 같았다. 

 

초대 방위사업감독관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지낸 조상준 검사가 임명됐다.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언론에 조상준 감독관이 우병우 라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도 상당히 공유된 내용이다. 그래서 조 감독관에게 직접 ‘왜 우병우 라인이란 얘기가 나오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이 대구지검 특수부 시절에 우 수석을 두 달 정도 부장으로 모셨고, 일을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 그게 전부라고 했다. 그 이후 사적으로 엮이거나 친밀하게 지내거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감독관을 뽑는 과정은 상당히 엄격했다. 인사혁신처 공모절차와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 주관의 시험을 거쳤다. 나름 공정한 경쟁을 거친 셈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누군가 내정하기는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세간의 소문만으로 의심하기는 어렵다.  

 

국방위 국감에서는 어느 부분을 지적할 것인가. 

 

정책적인 부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왜 총리실이나 국방부가 아닌 방사청에 감독관실을 뒀냐는 점이다. 이 문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롤모델로 삼았던 미국은 독립기관으로 두지 않았나. 노무현 정권 당시 탄생한 방사청도 군납비리를 사전에 막기 위해 독립된 형태로 만들었다. 감시 역할을 맡는 방사청 역시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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