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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편중 면세점 정책, 시장 왜곡 키운다"

김병혁 면세점인재개발연구소장 “면세점은 유통업 아닌 관광업”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30(Fri) 07:00:36 | 1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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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혁 면세점인재개발연구소장은 독특한 이력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에 진출한 글로벌 면세점 체인 DFS가 뽑은 ‘1호 남자 직원’이 김 소장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 최초 화장품 세일즈 매니저로도 활동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면세 매장에서 남자 직원이 세일즈 전면에 나선 것은 흔치 않았다. 경력을 인정받아 김 소장은 2005년부터 9년간 경남 진주보건대에서 ‘공항 면세 전공’이라는 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는 대림대 중국비즈니스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9월22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대림대에서 만난 김 소장은 “DFS 등 해외 유명 면세점들은 매출 위주에서 영업이익 중심으로 전략이 바뀐 지 오래”라고 말했다. 

 

김병혁 면세점인재개발연구소장 © 시사저널 고성준


면세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상이 어떤가.

 

전체 매출이 10조원에 가까운 독보적 1위다. 전 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면세점 매출이 가장 많다. 그것도 10년 가까이 1위에 올라 있다. 종사하는 직원만 5만 명이다. 항공·여행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제 면세점은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한다.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면세점을 유통업 시각으로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

 

 

접근 방식부터가 잘못됐다는 말인가.

 

면세점은 물건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는 유통업과 비슷하지만, 실상은 관광산업으로 봐야 한다. 처음 유럽 공항에 면세점이 만들어진 것도 여행객의 편의를 돕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출국하지 않으면 면세점을 이용할 수 없지 않은가. 관광수요는 한정돼 있고, 그중에서도 쇼핑하려는 수요는 더더욱 한정돼 있는 마당에 유통산업으로만 접근하니 지금 같은 공급과잉 문제가 터지는 것이다. 면세점은 매장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백화점이 아니다. 업체가 자기 돈으로 물건을 사와야 한다.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떤가.

 

다른 나라들은 관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그러다 보니 면세점이 관광지 또는 출국장에 들어서 있다. 업체 수도 관광수요와 맞춰져 있다. 서울 사대문 안에 6개나 되는 대형면세점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매우 기형적인 형태다.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이어야 하는데, 주객이 바뀌었다.

 

 

너무 많이 공급됐다는 것 말고 또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나.

 

판매 타깃층도 너무 한정돼 있다. 쉽게 말해, 중국 관광객에게 정책이 맞춰져 있다. 그것도 대규모 단체관광객 위주다. 신규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예전처럼 대규모 단체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지 않아서다. 악재가 터질 때마다 면세점들이 울상을 짓는 것도 모두가 중국 관광객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마당에 수익 확보 차원에서 중국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악재 요인이 상쇄된다고 해도 외부적인 전망은 밝지 못하다. 우선 중국이 하이난(海南), 상하이(上海) 등지에 정말 엄청나게 큰 형태의 시내면세점을 짓고 있다. 일본은 입국장 면세점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와 같은 시내면세점도 준비 중이다. 왜 그러겠는가. 수요를 자국으로 돌리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중국 관광객이 우리 면세점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이대로라면 세계 1등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를 대거 늘린 것도 특혜 논란을 고려해서다.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허가권이 정부에 있다 보니 그동안 특혜 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요 몇 년 사이 입국 관광객이 늘어나자 사업자마저 대폭 늘렸다는 데 있다. 현재 수요·공급이라는 시장 메커니즘은 완전히 무너졌다. 

 

김병혁 면세점인재개발연구소장 © 시사저널 고성준


 

‘한국형 면세점’이라는 독특한 모델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면세점은 관광업과 나란히 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관광업과 따로 놀았다. 한류 열풍 이후 수요가 늘면서 쇼핑 부문만 발달한 것이다. 이게 한국형 면세점이다. 하지만 다른 관광자원이 발달하지 않으면 한국형 면세점은 한계가 있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쇼핑 목적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두 나라는 도시국가다. 사실상 도시 전체가 면세지역이다. 원래 면세점은 그 나라의 특산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구는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면세점은 값비싼 명품을 싸게 사는 할인마트로 변질됐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면세점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돈은 고스란히 해외 유명 명품 업체가 가져갈 것이다. 명품 업체 배만 불려주고 있는 꼴이다.

 

 

올 하반기에 추가 지정이 예고돼 있다. 더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이 힘들어 사업권을 반납하면 자연스럽게 회수해 공급량을 줄여야 한다. 지금 상태라면 1990년대 중반 유명 면세점이 대거 폐업한 전철을 다시 밟지 말란 법이 없다. 한진, 애경그룹도 적자 누적을 견디다 못해 폐업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솔직히 롯데, 신라면세점에 신세계까지 합쳐 3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밖에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정책 당국이 면세점 정책을 세울 때 내가 알기로는 관광업계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들었다. 허가권을 주는 곳은 관세청이고, 상급 부서는 기획재정부다. 관련 공청회를 가 봐도 토론 패널이 경영학자·세무전문가·유통전문가 위주다. 이러니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이 나오는 거다. 일본·러시아·동남아 등 중국이 아닌 다른 곳으로 마케팅 대상지를 바꿔야 한다. 지금 시내면세점에 가봐라. 중국 관광객 응대를 위해 국내 유학 중인 중국인·조선족동포를 대거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는 우리 청년 실업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항 입국장 면세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이 입국장 면세점을 짓고 있다면 우리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다. 이제 우리도 주요 관광지에 우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면세점을 활용해야 한다. 면세점은 국가가 가진 세금징수권을 기업에 준 거다. 특혜를 준 만큼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시 외곽에 있는 관광지에 대기업 면세점을 짓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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