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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재계의 정치국’ 전경련의 어제와 오늘

20년 전 YS 정부가 추진한 ‘재벌 개혁’을 저지했던 전경련, 오늘날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으로 또 구설수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9.29(Thu) 18:5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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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라는 경제단체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전국경제인연합회입니다.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8월에 설립되었고, 당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이 모임을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재벌기업이 모두 회원사로 있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정경유착 의혹이 불거질 당시 전경련이 곧잘 등장하곤 했습니다.

 

그런 전경련이 지금 또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습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수백억원의 기금 마련을 위해 전경련이 나서서 회원사 기업들로 하여금 각각 돈을 내도록 주도한 것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씨 개입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이를 현 정부가 주도한 정권 게이트로 보고 있습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치권이 대기업 돈 뜯어먹고 살던 시절이 다시 부활했다.” 이는 지난 5,6공 시절 전경련의 행태를 빗댄 것입니다. 5공 정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 후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기 위해 ‘일해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 전경련 회원사들로부터 약 900억원의 돈을 모은 바 있습니다. 6공의 노태우 정권 때에도 기업들로부터 받은 비자금이 수천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전경련은 비단 지금의 미르·K스포츠 두 재단 문제만 아니라, 극우보수 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수억원을 편법 지원한 것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 ‘전경련 해체론’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전경련 회장단 ⓒ 청와대 제공


20년 전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 해부

 

공교롭게도 20년 전 오늘, 발간된 시사저널 362-363 추석합병호(1996년 10월3일자)에도 전경련이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당시 시사저널은 특집으로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를 해부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는 당시 사실상 전경련의 이너서클이었습니다. 20년 전 오늘에는 왜 전경련이 뉴스의 도마 위에 올랐을까요? 바로 당시 김영삼 정부가 추진했던 ‘재벌 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재계의 힘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거기에 ‘회장님’들이 직접 나설 수 없으니까, ‘재계의 정치국’이라 할 수 있는 기조실장들을 내세운 것입니다.   

 

『 5,6공 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재벌 규제가 조금이라도 수위가 높다고 판단되면 전경련이 취한 대책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재계가 청와대에 적절한 규모의 정치자금을 제공함으로써 재벌 규제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했다. 또 하나는 정부의 경기 대책이나 산업정책이 재계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면 자체 부서가 마련한 각종 논리를 통해 정부 정책을 바꾸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재계는 김영삼 정부 들어 이 두 가지 방법이 먹혀들 것 같지 않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재벌 총수들은 자신들을 보좌해 그룹경영을 담당할 정도로 능력이 있고 재계와 정치권간 역학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기조실장들에게 돌파구를 기대하게 되었다. 유비가 제갈량을 찾아 삼고초려했던 것이 제갈량이 천하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가 탄생한 배경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 (시사저널 362-363호(1996년 10월3일자) 「‘재벌왕국’의 막강 친위대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 中에서)

 

 

군·금융 개혁 성공한 YS도 재벌 개혁은 못해

 

재벌 회장님들의 막강 친위대로 나선 기조실장회의의 효과는 주효했습니다.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실시 등 잇단 개혁정책으로 ‘YS는 못 말려’란 유행어까지 낳았던 20년 전의 김영삼 정부도 결국 전경련과 타협하는 선에서 충돌은 피했습니다.

 

『 마침내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가 다시금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7월23일 30대 그룹 기조실장들은 롯데호텔에서 진념 노동부 장관과 회동했다. 여기서 기조실장들은 진 장관에게 복수노조와 3자 개입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점과 정리해고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경제위기를 타개하려면 기업의 고용 방식이 유연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즉 기업으로 하여금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진 장관과의 회동은 30대 그룹 기조실장들이 정부의 재벌 규제와 친노동계적인 신노사 관계 개혁 방향에 대해 취한 공세의 서막에 불과했다. 7월과 8월 하계 공세는 두 가지 점을 여론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현 경제 위기는 공정거래위의 재벌 규제가 대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기업 활동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발생했음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부각한 것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 고임금이라는 점이다.

 

기조실장회의는 9월6일 신라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각계에 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물론 목적은 임금 동결에 있지 않았다. 임금을 동결해야 할 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여론화하면서 정부의 재벌 정책을 무산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앞서의 대기업 관계자의 지적이다. 마침내 기조실장회의의 전략은 성공했다. 재경원이 정리해고제 도입을 검토함과 아울러 계열사 간 채무 보증 금지 조처를 연기하고 사외이사제 도입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시사저널 362-363호(1996년 10월3일자) 「‘재벌왕국’의 막강 친위대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 中에서)

 

1993년 출범,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막후교섭을 통해 재벌의 논리 구축에 전위대 역할을 해온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는 이후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최근에도 가끔 경제뉴스에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가 등장하는 것으로 봐선 20년 전과 같은 ‘이너서클’ 성격은 아니더라도 그 때 그 때 필요시 모임은 존재하는 듯합니다. 다만 지금의 미르·K스포츠 재단 사태를 통해 볼 때, 기조실장회의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재계의 정치국’은 오늘날에도 계속 존재하는 것 같은 의심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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