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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본준의 실험 이번에도 통할까?

지난해 말 (주)LG로 옮겨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 ‘특명’…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부담 여전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9.30(Fri) 07: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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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주)LG 부회장(신성장사업추진단장)은 오너 일가지만, 사실상 CEO(전문경영인)에 더 가깝다. 그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소방수로 투입돼 진화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1987년 3월 금성사(현 LG전자)의 PC 및 모니터 기획담당 부장으로 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정보기기담당 이사와 LG화학 전무 등을 거쳐, 1997년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대표에 취임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주도로 진행된 대기업간 구조조정(빅딜)으로 LG는 핵심 사업이었던 반도체 사업부를 현대전자에 넘겨야 했다.

 

차세대 먹거리로 선택한 것이 LCD 사업이었다. LG반도체를 맡았던 구 부회장이 LCD 사업을 키우는 특명을 맡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LCD 사업은 그룹의 주력이 아니었다. 그는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로부터 16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우는데 공을 들였다.

 

구본준 (주)LG 부회장(신성장사업추진단장) ⓒ 시사저널 자료


 

그룹 위기 때마다 소방수로 투입 성과  

 

2002년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LCD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구본준 부회장이 대표에 취임한지 3년만이었다. 2005년에는 매출 10조원과 순이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했다. 불과 10년여 만에 회사는 6000배 이상 성장했다. 한때 1000여 명이었던 직원은 2005년 2만여 명으로 불어났다. 오너 일가이자 대표인 구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업을 진두지휘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05년 LG그룹은 계열사인 LG카드(현 신한카드) 사태로 곤욕을 치렀다. LG카드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주)LG의 지분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주주로써 지배력을 상실한 구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때도 동생인 구 부회장의 승계설이 대안으로 거론됐을 정도로 내부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0년 LG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게 된다. 당시 대표였던 남용 부회장의 판단 미스로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효자 사업이었던 휴대전화 부문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3조원에 육박했던 영업이익은 10분의 1토막이 났다. 이번에도 구 부회장이 위기에 빠진 LG전자를 구할 구원투수로 나섰다. 전문가들은 “패밀리(구 부회장)가 취임하면서 LG전자는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적 역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G전자는 56조5090조원의 연결 매출을 기록했다. 구 부회장 취임 첫해 2824억원에 그쳤던 영업이익도 1조1923억으로 회복했다. 무엇보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대표로 있던 5년여 동안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았다. 그는 LG CNS의 자회사였던 자동차 부품 설계업체 V-ENS를 인수해 VC(자동차 부품)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경영진과 직접 만나 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모터 등 10여 개의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구글의 무인카 개발 파트너로도 참여했다.

 

태양광 사업과 올레드(OLED) TV 사업 역시 구 부회장이 공들인 작품들이다. 구 부회장 재임 시절 LG전자는 55형 평면 올레드 TV와 곡면 울트라 올레드 TV 등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2010년 2조7000억원이던 LG전자의 R&D(연구․개발) 비용은 지난해 3조6000억원대로 늘어났다. 매출 대비 비중은 4.6%에서 6.2%로 확대됐다.

 

구 부회장은 최근 또 다른 실험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해 말 (주)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핵심 보직이었다. 첫 작품이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이었다. LG화학은 2015년 동부팜한농(현 팜한농)을 인수해 농화학 분야에 진출했다. 바이오부문에 강점이 있는 LG생명과학과 합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의도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올해 초 LG화학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후 LG하우시스로부터 점접착 필름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LG생명과학 역시 흡수하게 됐다”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소재나 바이오 분야를 육성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구본준 효과’는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분기 LG화학의 영업이익은 6158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었지만, 실상은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6491억원)이 대부분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소재부문은 여전히 적자에 머물고 있다. 정보전자소재는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전지부문 역시 3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의 핵심 성장 사업부가 어닝 쇼크를 내면서 성장 동력에 발목이 잡혔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신사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신사업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오너 일가인 구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며 “이른바 ‘구본준 효과’가 나오기 위에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구 부회장이 대표를 맡았던 LG필립스LCD가 대표적이다. 2005년까지 이 회사는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 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2006년 한 해에만 8000억원 가까운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2006년 말 구 부회장이 LG상사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도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성 인사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 성과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 

 

LG전자 때도 마찬가지다. 취임 초기 LG전자는 스마트폰 선점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휴대전화 부문인 MC사업본부는 2010년 1분기부터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피처폰 시장을 쥐고 흔들었던 위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구 부회장이 LG전자로 옮겨오면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요 임무는 휴대폰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었다. 구 부회장은 전략 스마트폰인 ‘G 시리즈’를 출시하며 휴대폰 명가 회복에 나섰고, 취임 3년째인 2012년 4분기부터 MC사업부가 흑자로 전환됐다. 2014년 3분기에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인 167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잇단 전략 모델 출시에도 불구하고 LG 스마트폰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올해 들어 MC사업본부는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매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회사 주가 역시 연일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6월 3만원대까지 폭락했다가 현재 5만원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2011년 37조원대였던 시가총액은 2016년 9월22일 현재 8조원대 초반으로 줄어들었다. 구 부회장이 당시 CEO로서 스마트폰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예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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