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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성과연봉제 도입 유연하게 추진해야”

박병원 경총 회장 “‘평가 체계 불공정’ 우려하는 勞측의 불신 해소가 급선무”

한광범 시사저널e. 기자 ㅣ totoro@sisajournal-e.com | 승인 2016.10.05(Wed) 13:00:35 |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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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너무 경직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성과연봉제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려면 긴 시간을 들여 노동조합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조는 경영진·중간관리자 등 사용자 측이 평가 시스템을 남용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이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e는 9월28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 8층 회장실에서 박 회장을 만나 3시간에 걸쳐 인터뷰했다. 박 회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차관(노무현 정부) 출신으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명박 정부), 우리금융지주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2월 6대 경총 회장에 취임했다. 본지는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에 대해 사용자 측인 박병원 경총 회장 인터뷰에 이어 다음 호에는 노동자 측의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획일적인 듯하다. 이런 방식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성과연봉제는 도입해야 한다. 노사 모두 더 이상 호봉제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옮겨가는 과정은 적어도 10년은 잡고 지난하지만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노사 간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만들어가야 한다.

 

 

어떤 컨센서스가 필요한가?

 

근로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평가 시스템을 남용할까 우려한다. (성과연봉제의) 오·남용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이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노조가 가진 불신을 어느 정도 해소해야 한다. 정부가 낙하산을 내려보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중간간부가 평가 시스템을 오·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성과연봉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선진국에서도 오·남용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정부가 모든 기업에 언제부터 일제히 실시하라는 식으로 일을 처리해선 안 된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다. 또 노조를 설득할 수 있는 유능한 노조위원장이 있는 회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평가 시스템에 대한 노조 동의 과정을 넣는 방식 등 유연성을 발휘해서 노조의 양해를 받아야 한다.

 

 

노조가 문제 삼는 건 평가 방식의 불투명성이다.

 

노조도 (성과연봉제를) 무조건 못 받겠다며 파업해선 안 된다. 노조도 호봉제를 절대적으로 공정한 임금체계라고는 고집하지 못한다. 힘들게 일한 사람과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이 똑같은 임금을 받는 건 근로자 자신들에게 불공평한 것이다. 노조는 ‘성과 평가에 대해 안전장치가 필요하고 평가의 객관성과 능력을 키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정부에 오·남용 방지 장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답을 기다렸어야 한다.

 

 

노조는 연봉 삭감을 우려한다. 

 

성과 측정, 직무 난이도 측정이 쉽지 않다는 걸 피차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선진국도 굉장히 오랫동안 그 방법을 만들어갔다. 평가 방식을 남용할 가능성을 없애야 한다. 좋은 취지의 수단이라고 해도 그걸 남용하는 사람이 많다. 별의별 경영자가 다 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가 남용할 가능성도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 전에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고민해야 한다. 어느 날 성과 평가를 엉망으로 받아 임금이 깎이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는가. 줄어든 월급봉투를 집에 들고 가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시장 개혁의 수단 아닌가.

 

우리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된 건 맞다.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유연성은 해고를 조금 더 쉽게 하자는 것이고, 임금 체계를 개편하자는 것이다. 이 중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것은 지금 같은 구도 아래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금체계 개편은 법이 요구하고 있고 해고를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결국 성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해고와 임금 삭감이 이뤄지는 것 아닌가.

 

사용자가 고용 인원과 임금 총액을 줄이겠다는 꿈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길이 열리며 노동시장 개혁을 시작할 수 있다. 어차피 고용과 임금 총액이 줄어드는 방향으로의 제도 개선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사용자에게 당장 금전적으로 이득이 되는 노동시장 개편 방안을 추구해 봐야 그건 어차피 실현될 수 없다. 정부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국회도 그런 방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조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한정된 일자리와 임금 총액을 근로자 사이에서 어떻게 나누는 것이 더 공정한지가 노동시장 개혁의 본질이다. 노동시장의 문제는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에 있다. 임금 총액을 늘리면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덜 늘어난다. 임금을 높이면 고용 인원에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구조다. 사용자가 고용 인원이나 임금 총액을 줄이지 않는다고 전제하면, 이번 임금체계 개편은 실업자·미취업자를 비롯한 임금 근로자 사이에 일자리와 임금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더 정의로운지를 근로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노조는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연관성이 있나?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정년은 의미가 없어진다. 노동시장 개혁이 없으면 정년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우리 사회 미래인 젊은이들 일자리를 뺏는 것이다. 호봉제 아래서 분명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자꾸 올라가니까 정년이란 장치를 마련해 자르는 거다. 해고를 못하게 하니까 정년이라는 형태로 해고하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수요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경기침체는 결국 공급과잉 탓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금리를 낮춘다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 금리 생활자는 저금리 탓에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를 줄인다. 과거 전통적으로 써먹던 거시경제 정책 수단이 하나도 안 먹히게 됐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늘려야 진정한 수요가 증가한다. 결혼, 집 장만 등 청년층 소비는 중장년층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에서 이룩한 성공을 서비스업과 농업에서도 이룩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이면 양적으로는 수요가 포화상태이다. 결국 고급화·고품질 제품과 서비스를 늘려 소비지출을 부추겨야 한다. 고급화·고부가가치화를 포기하고 일자리가 생기길 기대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질을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양적으로 성장을 이룬 나라는 없다. 우리는 부담 경감이라는 명분 아래 자꾸 축소 재생산 쪽으로 가고 있다. 경제란 장사와 취직이 잘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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