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철수 등 트럼프 발언은 내부 지지층 겨냥한 것…과민 반응할 필요 없다”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04 16:36
  • 호수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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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펴낸 김창준 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11월8일)가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결로 압축된 미국 대선은 막상막하의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후보 선출을 공식화한 양당의 전당대회 이후 힐러리가 다소 앞서 가기도 했으나, 이내 트럼프가 맹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9월26일 열린 첫 대선 TV토론회에서는 트럼프가 판정패를 당한 상황이라 다시 앞을 예측하지 못할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가장 큰 이변이 트럼프의 등장과 돌풍이라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트럼프 돌풍’은 미국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돌풍’의 본질을 계속 취재하던 차에 미 연방 하원의원 3선을 지낸 한국계 김창준 의원을 만났다. 그는 20시간이 넘는 수차례의 인터뷰를 담아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는 책을 출간했다. 9월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김창준 전 의원을 만나 그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을 인터뷰했다.

 

김창준 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 © 시사저널 임준선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리라고 보는가.

 

내가 한국에서 유일하게 미국 대선 초창기부터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는 다들 ‘가능하겠냐’고 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라는 사람도 ‘트럼프는 공화당의 하층민만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냉소했다. 이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기본도 모르고, 또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나는 미국 유권자들이 힐러리보다는 트럼프를 택하리라고 본다. 트럼프의 등장과 공화당 후보 등극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투표일에도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다. 특히 기존 정치권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다. 미국에서 그런 변화의 바람이 이미 불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이러한 변화의 바람을 그대로 증명하고 있다.

 

 

“트럼프 등장은 변화의 바람 증명한 것”

 

두 후보가 지지율 막상막하를 보이다가 첫 TV토론회에서는 트럼프가 기선을 잡지 못하고 판정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트럼프가 예상보다 더 공격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TV토론회는 두 번이나 더 남아 있고 시간은 충분하다. 막상막하의 지지율 싸움을 펼치다가 상대방에게 절묘한 공격을 퍼붓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특징이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추월하면 또 힐러리의 결집표가 모일 것이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완고한 지지층을 확보해서 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나오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결집성에 있어서도 나는 힐러리보다 트럼프가 더 유리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낸 것은 트럼프다. 선거는 당연히 개표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막판까지 치열한 싸움이 계속된다면, 승산은 트럼프 쪽에 있을 것 같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9월27일 뉴욕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학에서 열린 TV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AP 연합


좀 더 구체적으로 트럼프 인기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나. 

 

한마디로 기성 정치인에 대한 환멸이다. ‘정치는 정치인들끼리만 좋자고 하는 것이지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다’는 아래로부터의 반발이 표출된 것이다. 기존 정치세력은 말만 그럴듯하다. 이에 비해 트럼프는 자기 머릿속의 생각을 그대로 말로 뱉어버리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매력이 있다.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단순하게 말하는 것을 유권자들은 들어본 적이 없다. 기존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과 행동이 유권자들의 반향을 일으켰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원동력이 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스스로 모인 사람들이다. 그게 돌풍으로 이어진 것이고, 결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힘이 됐다. 그 힘은 곧 투표에서 더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 미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에게 냉소적이고, 그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본다.

 

트럼프가 등장하자 초기에는 전 매스미디어가 ‘안 된다’고 전망했다. 내일이 되면 또 상황이 달라지고 미디어는 거기에 맞춰 기사를 쓸 뿐이다. 특히, 트럼프에 비우호적인 언론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예측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주류 언론과도 싸움을 계속하면서 자신을 광고하고 인지도를 높이며 지지층을 더욱 결속시킨다. 매일 주류 언론들이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지 않은가. 이런 현상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더 드라마틱하게 펼쳐질 것이다.

 

 

트럼프는 주로 어떤 내용으로 민주당과 힐러리를 공격할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 재임 8년을 공격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명 중 4명의 흑인 어린이는 빈곤층이다. 58%의 흑인 청년층이 아직도 직장이 없다. 오바마나 힐러리 지지 계층인 약 200만 명의 히스패닉계가 더 빈곤층으로 떨어졌다는 것도 주요 공격 대상이다. 힐러리의 당선은 민주당 정권의 연장일 뿐이라는 얘기다. 오바마 재임 이후 정부 적자가 2배나 늘어났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느냐는 공격이 이어질 것이다. 그러다가 점차 힐러리 개인에게로 초점을 맞춰 ‘이메일 스캔들’ 등을 공격할 것이다. 정치 경력이 긴 힐러리를 공격할 내용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경험 많은 오래된 정치인이라는 점은 오히려 힐러리의 최대 약점이다.

 

 

이번 첫 TV토론회에서도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만 언급한 것이 아니고 일본 등 모든 우방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돌풍의 핵심 중 하나가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 부담하는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혹은 한국 정부의 방위비용 부담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얼마든지 협상이 가능한 사안이다. 또 한국은 주한미군 유지비를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한국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한다면, 입장이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를 상대로 발언해야 하는 그가 한국에 대해 상세히 조사할 시간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미국 정치인들에게 한국은 그렇게 큰 이슈가 아니다.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등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는 없다. 더구나 트럼프의 발언은 외교적이라기보다는 내부의 지지층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 성격이 강하다. 우리가 너무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대선후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 EPA 연합


“트럼프 당선되면 국내 대선도 영향 받을 수 있다”

 

한국 일부 언론들도 트럼프보다는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에 대해선 비판적이다.

 

그게 참 이상한 일이다. 거의 많은 한국 언론들이 힐러리가 되면 한·미 동맹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면서 노골적으로 지지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큰 손해를 입는 줄 안다. 전부 잘못된 생각이다. 국제관계는 냉철하다. 예를 들어, 자체 핵무장 등으로 정말 미국과 관계를 끊고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한·미 동맹을 위해 힐러리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하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미 동맹을 그만둘 수는 없지 않나. 누가 당선될지 모르는데, 그렇게 노골적으로 한쪽 편을 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한다. 이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를 제대로 분석해서 보도하는 언론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객관적으로, 날카롭게 트럼프 현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국도 곧 대선 정국으로 돌입한다. 트럼프의 등장이나 돌풍이 한국 대선 정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영향을 안 미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한때 ‘아웃사이더’로 분류됐던 트럼프가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정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나 국민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미국 대선도 저변에 있는 민심을 정확하게 꿰뚫고 이를 앞장서서 대변하고자 하는 트럼프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그 돌풍이 어디서 갑자기 불어온 것은 아니다. 바로 미국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정치 체계에 관한 불만이나 불신이 그 돌풍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다. 어떠한 주장도 국민적인 기반이 없으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돌풍이 던져주는 또 다른 교훈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한국에 미치는 파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트럼프의 당선 여부를 떠나 왜 미국에서 트럼프 돌풍이 몰아쳤는지에 대한 정말 냉철한 분석이 한국 정치권에는 부족한 것 같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자국 이익 보호 등 세계적인 흐름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곧 똑같은 바람이 불어올지도 모른다. 세계에서는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잠시만 방심해도 바로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트럼프 열풍’처럼 전혀 정치판에 알려지지 않은 아웃사이더의 돌풍은 아직은 한국에선 힘들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돌풍을 누구도 미리 예측하지 못했듯이, 한국의 대선 정국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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