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의 경고, “사드 문제 정치화, 최악의 상황이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0.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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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 인터뷰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9월14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소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빅터 차(Victor Cha)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겸 조지타운대 교수는 “핵 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북한의 실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발언했다. 빅터 차 교수는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아시아 담당국장이었으며, 부시 행정부 때 백악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하며 대북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최측근에서 조언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고 알려졌다.

 

9월26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단호한 어조로 “차기 미국 정권은 안정 위주였던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떠안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26일 미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만난 빅터 차 교수. ©시사저널 김경민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미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준으로 보아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미국)가 지속해온 대북정책은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리스크를 담보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보시다시피 상황은 악화됐다. 미국의 다음 정권은 북한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정책적 변화를 취해야 한다. 그건 지금보다는 더 큰 리스크가 따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미국 정부가 계속해서 적은 위험부담을 택하겠다면 북한은 핵 개발을 계속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그게 차기 미 정권이 안고 가야할 딜레마이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더 큰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아마 어떤 대통령이 되든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리스크가 클수록 충돌의 소지도 커지니까 말이다.

 

전쟁의 가능성도 있단 말이냐?


아마 전쟁까지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약간의 충돌 정도는 피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그게 북핵 딜레마다. 리스크를 떠안을 것이냐 아니면 지금처럼 안전하게 갈 것이냐. 안전하게 간다는 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국 대선이 한달 넘게 남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각각의 집권의 경우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두 후보 진영에선 공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 바가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이 두 후보들이 외교와 군사라는 양극단의 문제에 있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어느 진영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북한은 차기 정권에 있어 큰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다. 북한의 핵 종주국을 향한 집념은 통계로 드러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 오바마 정부 기간동안 모두 63회의 북핵 실험이 있었다. 1994~2008년의 시기에 있었던 북핵 실험은 17회 뿐이었다. 횟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북핵문제는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상태에 왔다. 

 

미 대선 직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틈을 타 김정은이 또 도발을 할지도 모르겠다.


대북정책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굴러가니까 크게 혼란스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고 안정되는 데는 몇 달 걸리니까. 어느 정도 과도기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 시대엔 그의 아버지 김정일에 비하면 북핵 실험 횟수가 월등히 증가했다. 그만큼 김정은의 핵봉 의지가 강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1984~2004년이란 기간은 김정일 시기와도 얼추 비슷하다. 63회의 핵실험은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시기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또한 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이기도 하다. 

 

미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뒤 이 정권에 대해 김정은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는 아직 모르겠다. 우호적으로 나올지 강경하게 나올지. 둘 다 취할지도 모른다. 핵실험도 하면서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김정은의 목표는 뭔가?


김정은의 목표는 분명하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싶어 한다. 미국과 외교적 관계를 원하기도 한다. 단, 이 모든 것을 핵보유국으로서 하고자 한다. 

 

서방세계는 지금까지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김정은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의 게임 방식이다.

 

김정은은 자기가 바라는 바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는 것인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김정은은 미친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의 방식대로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 김정은은 평화협정을 핵보유국으로서 체결하길 원한다. 경제 성장과 핵 개발 모두를 원한다. 서방은 하나를 얻는 대가로 하나를 포기하길 종용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전략에 변화를 줘야할 때가 왔다. 그런 점에서 이건 그는 매우 합리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이 내부에서 붕괴되는 시나리오, 가능할까?


말하기 힘든 부분이다. 김정은이 집권한 후 북한이 더 약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사람들은 북한이 더 강해졌다고 말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물론 북한에서 고위층 탈북도 이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내부 붕괴를 단정짓긴 어렵다. 무엇보다 현재의 북한 시스템을 지탱해주고 있는 중국 쪽에서 여전히 지원해주고 있는 측면이 있다. 중국은 북한에 많은 압박을 주고 있지 않다.

 

 

©시사저널 김경민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한반도 안정화란 측면에서 잘 한 것일까?


이 문제가 한국에서 매우 논란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이 문제가 지나치게 정치문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 

 

일단, 사드는 한국 방어에 중요하다. 한국은 북한으로부터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체계가 전혀 없다. 사드는 약간의 방어를 제공한다. 한국 안보에 중요하다.

 

두 번째, 미국 역시 사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안보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엔 정치를 철저히 배제한다. 현재 3만명이 넘는 미군이 한국에 주둔해 있다. 따라서 한국의 안보는 미국의 안보와도 직결돼있다. 미국이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이유다.  

 

셋째는, 사람들은 중국의 반응에 대해 우려하는데 중국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중국 관광객이 좀 줄지도 모르겠고, 또 어쩌면 한국 화장품 수출이 조금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국가 안보에 대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이 필요하다.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 전략적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말 것이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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