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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도이체방크에서 ‘리먼’ 냄새가 난다

파생상품 투자 많아 유동성 위기…독일 정부, 지원 놓고 장고 들어가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04(Tue) 1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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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칠 조짐이다. 이번에는 독일 최대 민간 은행 도이체방크 발(發) 리스크다. 9월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도이체방크가 지난 2008년 주택저당증권(MBS)을 부실 판매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140억 달러(약 15조5000억원)의 벌금을 물어야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당분간 도이체방크 주가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쇼트(매도) 전략’에 앞 다투어 배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제적인 ‘큰손’ 조지 소로스 역시 쇼트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도이체방크 주가 하락으로 세계금융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져든 모습이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합의로 상승세로 출발한 아시아증시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46%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1.12%, 홍콩 항셍지수는 1.89%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전날 종가보다 1.21%, 코스닥은 1.25% 하락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본토와 인도네시아 증시만이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사태는 다소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AFP 등 유럽 언론이 도이체방크와 미국 정부가 과징금 인하에 이미 합의했다는 소식을 긴급 타전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등 안정세를 기록 중이다. 현재 도이체방크는 CEO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자산 건전성을 강조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메일에서 도이체방크는 10만명의 임직원 중 약 1만5000명의 인원을 감축할 예정이고, 자회사인 애비생명보험을 조속히 매각하겠다는 자구 계획을 밝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도이체방크 본사 © AP 연합


관심은 도이체방크가 리먼 브라더스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에 있다. 물론 당사자인 도이체방크와 독일 정부는 이에 대해 적극 부인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재 부과된 벌금이 어느 정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에 앞서 골드만삭스의 경우도 당초에는 150억 달러(16조5000억원)가 벌금으로 부과됐지만, 이후 협의 과정을 거쳐 51억 달러(5조2000억원) 선으로 낮춰 합의를 봤다. 도이체방크는 올 2분기 말 기준 62억 달러(6조83000억원)의 소송준비금을 적립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자산(Tier1)비율도 12.2% 수준이다. 금융권에서 통상 기본자산은 실질 순자산을 의미한다. 보유 자산 매각으로 얼마든지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과징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부과될 지는 중요한 변수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보는 도이체방크의 적정 과징금은 76억 유로다. 이 규모를 넘어서면 도이체방크는 규제자본 비율에 미달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배당지급, 신종자본증권 이자지급, 신종자본증권 콜행사 등을 제한받는다. 유럽을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 입장에서는 신뢰도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이유도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일시에 빼낸 데 있다. 독일 정부와 도이체방크가 시장의 과도한 불안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자칫 리먼 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여기에 유로존(유로 통화를 사용하는 유럽국가) 전체가 마이너스 금리여서 은행권 실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이유다. 유욱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이체방크는 이번 모기지 관련 벌금 외에 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제재대상국이었던 국가들과 관련한 거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벌금 발생 가능성이 있으며, 지난 6월 말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위원회)가 미국 내 대형은행 3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 또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독일 언론들은 “도이체방크가 독일 정부에 지원요청을 했다”, “독일 정부가 유로존과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등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동안 독일 정부가 밟아온 금융정책과는 다른 모습일 수 있어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30일 펴낸 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는 자본비율이 10.8%로 낮고 현재로선 2018년까지 목표치인 12.5%를 달성하기도 힘들며 △예금은 4470억 유로(약 551조16000억원)에 불과한 반면 파생상품 계약 규모는 46조 달러(5경700조원)로 과거 리먼 브라더스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벌금까지 물게 되면 도이체방크로선 독일 정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현재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나 주주들에게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최근 주가 하락은 이런 분위기를 선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독일 정부가 도이체방크를 대놓고 지원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재 메르켈 정부는 유로존 경기 침체와 이민자 수용 정책으로 국민적 지지를 점차 잃고 있다. 내년 9월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민간은행을 구제하고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 그동안 메르켈 정부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남유럽 은행들을 지원하려고 할 때 사사건건 반대했던 것도 오히려 도이체방크의 발목을 잡을 조짐이다. 사실상 유럽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의 체면을 깎으면서까지 유럽중앙은행에 손을 벌린다면, 유럽연합은 구심점을 잃게 돼 원심력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도이체방크 사태가 유럽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는 경우다. 그럴 경우 진정 국면을 보이던 유럽발 금융위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으면서 세계 경제는 당분간 장기 침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외신은 도이체방크를 통해 파생상품을 처리하는 일부 헤지펀드가 벌써부터 펀드자금 및 담보자금을 회수하고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파생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도이체방크로서는 심각한 경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미국 정부가 도이체방크를 시작으로 RBS·크레딧스위스·UBS·바클레이즈·HSBC 등 유럽의 대형은행들에게 잇따라 벌금을 부과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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