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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식인류학] 추수감사절의 칠면조는 왜 美 대륙에서 등장했을까

추수 감사 음식에서 그 사회가 보인다(下)-아시아 외 지역 편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09(Sun) 10:00:34 |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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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지역, 어느 시대에나, 인간 집단에서 최대의 명절은 가장 크게 먹거리를 거둬들이고 난 이후 한동안 쉬어야 하는 그 시점에 있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자리 잡고 살아오면서 많은 문화전통을 공유해 온 나라들 사이에는 이런 수확 감사제 풍습에 공통점이 많은 게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눈에 잘 띠지 않는 작은 차이가 얼마나 많은 걸 말해 주는지 지난 호 연재 글(1404-05합병호 ‘추수 감사 음식에서 그 사회가 보인다’ 참조)에서 살펴보았다. 지역이 멀리 떨어지면 문화의 차이가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이번에는 지난 호에 이어 아시아 외 지역의 추수감사제 풍습과 음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의 대표 음식으로 칠면조 구이가 인식된 것은 미 대륙 인디언들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AP 연합


‘쌍둥이’를 신성시하는 아프리카 대륙

 

아프리카에선 우선 감사드리는 대상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추수감사제를 ‘죽은 사람들’과 ‘쌍둥이’에게 드리는 감사의 행진으로 시작하는 풍습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계뿐 아니라 모계와 양계(兩系) 원칙이 아시아에 비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아프리카이니만큼, ‘조상’이라기보다 ‘죽은 이들’이라고 좀 더 폭넓은 범위를 잡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쌍둥이는 무엇 때문일까?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인류학자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현지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관습으로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아프리카인들의 ‘쌍둥이’에 대한 태도였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굳이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할 것까진 없어도 자랑스럽게 내세울 일도 아니었던 쌍둥이 출산을, 아프리카 종족 사회에서는 신성시하는 전통이 자주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 수단 지방의 누어(Nuer)족은 “쌍둥이는 사람이 아니라, 새다”라고 말해 1930년대 그 지역을 탐사하던 영국 인류학자 에반스-프리차드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만큼 하늘, 그리고 신(神)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쌍둥이 존중 풍습에 대해 많은 인류학적 설명이 있었지만, 필자가 그중에 가장 공감한 것이 있다. 한 번에 한 명의 아기가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엄마의 몸에서 둘 이상이 성공적으로 나와 생존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런 힘은 신이 특별히 주는 것이라고 보는 그들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어떻든 각 마을별로 벌어지는 추수감사제에서 그 마을의 쌍둥이들은 특별한 치장을 한 채 ‘죽은 사람’을 상징하는 아이콘을 들고 행렬의 제일 앞에 선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중앙의 너른 빈터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춤판이 벌어진다. 신명 나게 한판 놀고 나면 맘껏 먹고 마시는 잔치로 이어지는데, 이때 중심이 되는 음식은 이들의 주식인 얌(yam·호박고구마 비슷한 것)과 야자기름·옥수수 등 현지의 주요 먹거리들이 달걀과 같은 특별한 재료와 버물려 만들어지는 ‘크페크펠레(kpekpele)’ 등이다.

 

유럽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화 아이템도 있다. 그중 하나가 추수감사제의 중심 상징물인 코뉴코피아(cornucopia), 즉 ‘풍요의 뿔’이다. 염소의 뿔처럼 끝이 굽은 동물의 뿔 모양 용기에 곡식·과일·채소 등 대지가 제공하는 먹거리가 풍성하게 들어 있는 이미지, 혹은 실제로 그런 용기에 먹거리를 담은 것이 유럽 전역에서 추수감사제의 장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왜 농사지어서 얻는 먹거리들이 염소 뿔 모양의 용기 안에 들어 있을까?

 

코뉴코피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예를 하나만 들자면, 그리스신화에서 태고의 신 크로노스는 자기 자식이 태어나는 족족 잡아먹었는데, 그의 부인 레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 빼돌려 크레타섬 이다산(山)의 꼭대기에 보내 몰래 키워지도록 했다. 아기 제우스에게 젖을 준 것은 아말테아라는 염소였는데, 이후 제우스는 자신을 키워준 데 대한 감사로 아말테아를 신격(神格)으로 올려, ‘자양을 주는 여신’ 지위를 주었다. 코뉴코피아는 그 뿔로부터 대지의 모든 자양이 나온다는 의미를 담는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많은 버전들이 있어서, 어느 게 진짜 원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역사적으로 유럽의 농경문화에 목축문화적 요소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추수 감사 음식은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수확한 곡식으로 빵과 과자를 풍부하게 굽고, 추수감사제 시기에 맞춰 여름부터 담아놓은 포도주와 같은 과일주를 마시며, 역시 이 시기에 맞춰 통통하게 살찌운 닭(칠면조)을 통째로 굽는 패턴을 중심으로 한다. 전통사회에서는 마을 단위로 춤판이 벌어졌다. ‘피들(fiddle)’이라는 작은 바이올린을 신나게 켜는 피들러 앞에서 남녀가 짝을 지어 즐겁게 뛰며 춤추는 모습은 영화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특별한 치장을 하고 행진하는 퍼레이드 행렬도 추수감사제의 단골 레퍼토리인데, 이때 대체로 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행렬의 중심에 세운다.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내려오는 ‘대지의 여신’ 신앙에 맥이 닿아 있는 게 아닐까. 유럽의 추수감사제는 여러모로, 유럽의 정신적 원류인 고대 그리스의 신앙체계와 밀접한 관련을 보인다.

 

유럽의 직계인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추수감사절 관습은 유럽 본토와는 사뭇 다르다. 크리스마스 다음가는 큰 명절이라는 점은 유럽과 비슷하지만, 마을 단위로 추수 잔치를 떠들썩하게 하는 게 아니라, 가족 혹은 확대가족끼리 추수감사절 음식을 나눠 먹는 정도 외에 별다른 축제 분위기를 내지는 않는다. 그 음식은 칠면조 구이와 얌 구이. 보통 서양의 추수감사절 요리로 알려져 있는 음식이지만, 사실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지켜지는 음식문화의 전통이다. 

유럽의 후손인 미국인들이 유럽에선 잘 먹지 않는 음식으로 추수감사절의 전통을 갖게 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 대륙에서 유럽인에 의한 추수감사절은 ‘순례자 조상(Pilgrim Fathers)’이 처음 시작한 것이다. 순례자 조상이란 1620년 범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처음으로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정착한 이들을 말한다. 당시 이 대륙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유럽 대륙의 기근과 종교분쟁 등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피해 먼 길을 찾아온 미국의 선조들을 따뜻하게 환대하고, 자신들의 주식인 칠면조와 얌을 나누어주어 사육하고 경작하게 했다. 이듬해 가을, 얌의 첫 수확이 있던 시기에 그들은 아껴두고 키워왔던 칠면조를 잡고 새로 캔 얌을 구워, 이 풍요로운 땅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기도를 올렸다. 

추수감사제 음식이 다른 만큼 이날의 성격도 좀 다른 점이 있다. 어느 지역에서나 그렇듯이 유럽의 추수감사제는 또 한 해 결실을 무사히 거두게 해 준 신적 존재들에게 감사를 지내는 상징으로 가득 찬 이벤트다. 이에 비해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신앙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풍요로운 새 땅에 정착하기 시작한 조상들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는 기회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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