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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담장 밖 넘보는 사형수들

희대의 흉악범들 보는 두 가지 시선…‘범죄자’와 ‘피해자’ 인권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1(Tue) 13:07:49 |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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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살인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10월6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12형사부(재판장 이동욱)에서는 ‘송파 이별 살인’ 피고인 한아무개씨(31)에 대한 선고 공판이 있었다. 한씨는 4월19일 낮 12시쯤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여자친구(당시 31세)의 급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 어머니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호소문을 준비해 왔으나 낭독하지는 못했다. 여기에는 “저희 가족들은 죽지 못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견디기 힘든 그리움, 살아서 지옥을 보면서 살아가야 할 피해자 가족들 마음의 상처를 누가 알 수 있을까”라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니는 현실, 또 다른 선량한 사람은 또 죽임을 당하고 법의 현실에 많은 피해자 가족들은 피눈물을 쏟고 있다”며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피고인 한씨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장은 “대단히 중대한 범죄”라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사형에는 선을 그었다. 재판장은 “국내에서는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고 연쇄살인이나 너무 잔혹해서 눈뜨고 볼 수 없는 정도의 살인에 대해 최대한 제한해 선고하고 있다”며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밝혔다.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2000년 4월17일 부산시 서구 서대신동 박아무개씨 집에서 가정부 등 2명을 야구방망이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범행과정을 태연하게 재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 이상의 사형집행은 없다?

 

흉악범이라도 여러 명을 살해하지 않고는 사형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인한 오원춘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은 이제 상징적인 의미의 형벌이 됐다. 법률상 사형이 존재하지만 19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사형이 집행될 확률은 거의 없다. 국제적으로도 사형제가 폐지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 폐지국가’나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 때 사형집행을 시도했다가 외교부와 시민사회의 반대로 유보된 적이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같은 돈키호테 대통령이 나오지 않는 이상 사형을 집행할 정부는 없을 것이다.

 

사형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입장은 ‘유보’ 상태다. 진보 정권으로 분류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폐지’를 공식 입장으로 내놓지 못했다.

 

2008년 12월 유엔에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결의안을 채택할 때에도 우리나라는 기권을 선택했다. 2002년과 2003년 사형제도 폐지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는 반대표를 던졌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1996년에는 7대2로, 2010년에는 5대4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국회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사형제도 폐지 법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되는 일이 반복됐다. 사형제 폐지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고 16·17대에서는 과반수의 의원이 법안에 서명까지 했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나마도 상임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이뤄진 것은 17대와 18대뿐이다. 19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 공청회까지 개최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사형 폐지 법안이 발의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천주교와 재야 시민단체 등은 사형제도 폐지 입법화 운동을 전개하며 국회에 관련 입법 발의를 계속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여론은 회의적이다. 아직까지도 사형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연쇄살인이나 흉악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형제 존폐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는 이유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에서도 일반 국민의 86.8%가 사형 제도의 폐지에 반대했다. ‘즉시 폐지’를 원하는 사람은 13.2%뿐이었다.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사형제 존치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국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형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 63%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7%만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10%는 의견을 유보했다.

 

한국법제연구원이 2월에 발표한 ‘2015 국민 법의식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에 대해 ‘찬성’은 65.2%, ‘반대’는 34.2%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 10명 중 6명은 사형제를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흉악범죄가 발생하면 찬성 여론은 더욱 높아진다. 살인자의 인권보다는 ‘법의 엄중한 심판’을 통해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은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권 선진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사형 제도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국가는 인권의 가장 기본권인 생명권을 직접 침해해서는 안 된다. 사형제 폐지는 사형수의 목숨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사형의 범죄 억제효과가 불확실한 데다 오판 가능성이 있으니 감형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으로 사형을 대신하자”고 한다. 군사정부 시절 사법살인으로 인한 폐해를 막자는 뜻도 포함됐다.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자는 죽고 가해자는 살아 있다’는 현실에 분노한다. 송파 이별 살인 사건 피해자의 아버지 김용학씨는 “살인범은 우리 딸만 죽인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은 딸이 살해당한 이후 평범했던 삶이 완전 파괴됐다. 그 이후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살인범은 우리 가족 모두를 죽인 것이다. 그런데 사형도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편하게 먹고 잔다고 생각하니 끓어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을 억누를 길이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형수들만의 특권?

 

사형수는 형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여서 ‘미결수’ 신분이다. 그렇다고 자연사 할 때까지 ‘사형수’로 있는 것도 아니다. 죄질과 수형 태도 등을 종합해 감형 혜택도 주어진다.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후 1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도 가능하다.

현행 형법 제73조에 따르면, 유기징역형을 선고받으면 형기의 3분의 2, 무기징역형은 1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30일에 있었다. 당시 지존파 등 사형수 23명이 교수형에 처해졌다. 1948년 건국 이후 사형이 집행된 사람은 998명이다.

 

그 후 지금까지 19년 동안 사형수 19명이 무기수로 감형됐다. 김대중 정부에서 13명, 노무현 정부 말기 때인 2008년 1월 6명의 사형수가 감형 혜택을 받았다. 사형수에서 무기수가 되면 기결수 신분으로 바뀌어 교도소로 이감된다. 이런 경우 사형수로 수감돼 있던 기간은 교정기간에서 제외되고 새롭게 형기를 시작하게 된다.

 

현재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총 65명이다. 민간인이 61명, 군인이 4명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군 사형수를 포함해 ‘61명’ 내지 ‘62명’으로 제각각이다. 이것은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기자가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생존 사형수의 현황을 물어보니 “군 사형수를 뺀 일반인 사형수는 61명이다”라고 공식 확인해줬다.

 

이들은 일반 재소자들과 달리 형이 집행되지 않은 ‘미결수’들이다. 구치소 안에서 ‘최고수’로 불린다. 더 무거운 형량을 받은 수감자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들은 교도소가 아닌 구치소에 수감된다. 현재 민간인 사형수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등 전국 5대 구치소에 분산 수용돼 있다. 이들은 일반 기결수와 달리 교정·교화 프로그램 대상이 아니다.

 

사형수는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노역도 하지 않는다. 2008년 법이 개정되면서 지금은 사형수도 희망자에 한해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작업 시간은 하루 5~6시간이다. 작업 종류에 따라 노임을 받기도 하는데, 1일 1600~8000원 정도라고 한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독거 사형수는 하루 1시간, 혼거 사형수는 하루 30분 운동시간이 야외 활동의 전부다.

 

거의 매일 구치소에 있으면서 형 집행을 기다리는 것이 일과라면 일과다. 사형집행이 이뤄졌을 때 사형수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 심정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언제 사형이 집행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구치소와 재소자들 사이에서 사형수는 ‘특별대우’를 받는다. 의무적으로 노역을 해야 하는 기결수와 달리 노역도 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끝난 인생이라는 자포자기 심정이기 때문에 교도관도 통제하기 힘들다고 한다.

 


국내 언론 사형수 숫자 오락가락

 

사형수들 중에는 호시탐탐 구치소 담장을 노리는 자들도 있다.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 사형수가 8월에 탈옥을 시도하다가 발각됐다. 그는 교도소 작업실에서 플라스틱 재료와 자투리 전선 등을 이용해 4m 사다리를 만든 뒤 작업 재료 틈에 숨겨 탈옥을 준비했다. 교도소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노려 8월8일 오전 7시쯤 사다리를 이용해 교도소의 1·2차 담벼락을 넘었고 마지막 3차 담벼락을 넘으려다 교도관들에게 붙잡혔다.

 

그는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과 경남·대전 등지에서 23건의 강도·살인 행각을 벌였던 정두영이다. 철강회사 회장 부부 등 9명을 살해하고 10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등 잔혹한 범행으로 악명을 떨쳤다. 연쇄 살해 동기에 대해 “내 속에 악마가 있었던 모양”이라고 말했던 그가 탈옥에 성공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십중팔구는 또 다시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을 것이다. 

사형제 집행이 멈추면서 점차 사형수들의 범죄도 잊히고 있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미집행 사형 확정자 중 최장기간(23년) 동안 복역 중인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그는 1992년 10월4일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15명을 사망하게 했고, 25명에게 중경상을 입혔다. 그 후 자수해서 1993년 11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형수 중 가장 많은 인명을 살상한 것은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이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한 후 시체를 유기했다. 1996년 9월 중순 ‘지존파’를 모방한 일명 ‘막가파’ 5명은 범죄 단체를 조직한 뒤 귀가 중이던 40대 여성을 승용차로 납치했다. 이들은 이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구덩이에 산 채로 넣어 살해했다. 두목 격인 최정수는 사형을 선고받고 19년째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2004년 7월22일 이문동 살인사건 현장검증 중 마네킹으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강호순도 7년째 복역 중이다. 강호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을 연쇄 납치 살해했다. 그의 범행 목적은 ‘돈’과 ‘성적 욕구 해결’이었다.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내와 장모를 죽였고, 부녀자 8명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최고령 사형수는 78세의 오종근이다. 그는 전남 보성에서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가던 어부였다. 2007년 8월과 9월 여행 온 남녀 대학생 각각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운 뒤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

 

오종근은 여대생을 성추행하기 위해 남성을 먼저 살해하고 여성도 바다에 빠뜨려 죽게 했다. 그는 6년째 복역 중으로 자연수명이 다할 때까지 교도소 담장 밖으로 나가는 것은 어렵게 됐다. 외국인 사형수는 중국 국적의 왕리웨이가 유일하다. 그는 2001년 경기도 안산시 일대에서 심야에 혼자 다니는 여성 8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이 중 2명을 강제추행한 후 돌과 쇠망치로 내리쳐 살해했다.

 

군 사형수는 4명이다. 2011년 해병대 해안 소초에서 총기를 난사해 장병 4명을 살해한 김민찬 상병(26)과 1996년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 부대에서 총기난사로 3명을 살해한 김용식(41), 2005년 경기도 연천 최전방 GP에서 총기난사한 것으로 사형이 확정된 김동민 일병(32)이다. 군 최대 의문사인 김 일병의 범행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다.

 

지난 2월 대법원은 임아무개 병장에게 사형을 확정했다. 그는 2014년 6월21일 강원 고성군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로써 임 병장은 4번째 군 사형수이자 국내 최연소 사형수가 됐다.

 

1997년 이후 구치소에서 자살이나 병으로 사망한 사형수는 총 9명이다. 2004~2006년 서울 서남부지역 등에서 부녀자와 초등학생 등 13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정남규는 사형이 확정된 지 2년 7개월 만인 2009년 11월 목을 매 자살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부녀자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던 김종빈도 목을 매 숨졌다. 어린이 2명을 살해한 장세명은 2006년에 폐암으로 숨졌고, 상습 강간 살인범 오수현도 지난해 3월 지병으로 사망했다.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알려진 조성애 수녀는 사형수들에 대해 “국민 중에는 ‘교화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형수들을 만나보면 죽이지 말자고 할 것이다.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흉악범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형수들의 성장 과정은 매우 불우하다. 대부분 계모 밑에서 자라면서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지 못했다. 심지어는 개줄로 묶어 놓고 화장실에서 밤을 꼬박 새우게 했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평생 가슴에 원한이 쌓이게 된다. 이 사회가 다 미움의 대상이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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