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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데우려다 초가삼간 태우게 된 ‘초이노믹스’”

최경환 경제팀, ‘빚 내 집 사라’ 부추긴 경기부양책으로 한국 경제 골병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3(Thu) 08:30:34 |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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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줄곧 침체 양상을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가격 폭등 양상이 강남 재건축시장에 머물고 있지만 점차 강남 주변과 경기도 지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던 시기에 시작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투기 억제 장치를 마구 풀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다. 그러나 효과는 제주도와 대구·경북 등 일부 지방에서 나타났을 뿐 수도권시장은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이 경향이 2014년 후반기부터 역전됐다. 2011년 이후 투기 열풍이 불었던 지방의 부동산시장은 주춤하는 대신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경환표 정책, 부동산 규제 완화의 ‘종결판’

 

이명박 정부가 임기 내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수도권 부동산시장 ‘정상화’ 노력이 이제 와서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정부가 펼쳤던 수많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의 누적 효과가 마침내 발현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역시 ‘초이노믹스’(Choinomics: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경제정책)를 꼽아야 한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2014년 6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 직후 “현재의 부동산 규제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라고 말하며 화끈한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그의 발언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금융규제, 즉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였다. 거래·개발·금융·가격규제 등 여러 부동산 규제와 부동산 세제 가운데 완화의 여지가 커서 정책 효과가 날 만한 것으로는 금융규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간파했을 터이다. 실제로 LTV·DTI 규제는 단기 시장조절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부총리는 취임 직후 ‘7·24대책’을 발표하면서 DTI를 50%에서 60%로, LTV를 50~70%에서 70%로 각각 올려서 금융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펼치면서도 가계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을 우려해서 마지막까지 결행하지 못했던 방안이다. 한국은행은 최 전 부총리 재임 기간 중에 기준금리를 0.25%씩 4차례, 총 1%를 인하해서 금융규제 완화 정책에 화답했다. 국토교통부도 ‘9·1대책’을 통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방안을 내놓았다. 재건축의 연한 규제와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완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의 임대주택·소형주택 의무 건설 비율도 대폭 완화해 재건축 대상 주택 밀집 지역에 매입 수요가 집중되도록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이 대책은 다주택자의 분양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청약제도 개편과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의 전매제한 완화 등의 방안을 포함하고 있었다.

 

7·24대책과 9·1대책은 이명박 정부 시절 시작된 부동산 규제 완화의 ‘종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이로써 마침내 부동산 세제는 물론이고, 거래·개발·금융·가격규제가 모조리 무장 해제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책에도 꿈틀하지 않았던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14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늘고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해 올 7월에는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2006년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7월 기준)를 기록했고, 6월에는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도 2006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물론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오른쪽 두 번째)가 2015년 1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이노믹스’ 시행 이후 가계부채 급증 

 

최경환표 부동산 정책은 이렇게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토건(土建)주의 정책의 끝판왕이라 부를 만한 이명박 정부조차 이루지 못했던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건설업자와 부동산 과다 보유자, 그리고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적극 환영했다. 하지만 눈을 제대로 떠서 상황의 본질을 살피면 평가는 정반대가 된다. 세 가지만 지적하자.

 

첫째, ‘초이노믹스’ 시행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 취임 이전 6분기 사이(2013년 1분기~2014년 2분기)에 7.6%에 머물렀던 가계부채 증가율이 부총리 취임 이후 6분기 사이(2014년 3분기~2015년 4분기)에는 13.9%로 폭등했고, 취임 무렵 1035조원이었던 가계부채 규모는 올 6월 말 현재 사상 최고치인 1257조원으로 급증했다. 노무현 정부 임기 말인 2007년 630조원이었던 것이 9년 만에 두 배가 된 것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경환표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인위적으로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억지 수요를 창출하려고 한 데 있다. 빚내서 집을 사도록 국민들을 유도한 결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에 불을 붙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떠안게 되었다. 만일 이 뇌관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초이노믹스’는 한겨울에 따뜻하게 지내려고 장작을 때서 방을 데운 것이 아니라 아예 집에다 불을 질러 버린 망국책(亡國策)으로 기록될 것이다.

 

둘째, 부동산시장이 부양되는데도 거시경제는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출범 직후 부동산시장 부양책과 함께 확장적 거시정책의 과감한 운용,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선순환을 통한 소비·투자 여건 개선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고 했으나,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사실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거시경제를 부양하려는 정책은 최경환 경제팀이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고 박정희 정부, 전두환 정부, 김대중 정부, 이명박 정부 등 역대 정부들이 즐겨 사용한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다. 최 전 부총리는 취임 초기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 시행한 정책은 전혀 새롭지 않았다. 새롭고 과감한 면이 있다면 금융규제 완화라는 수단을 동원했다는 점뿐이다.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은 대개 거시경제 활성화로 이어져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부동산 투기 광풍의 발발이라는 대가를 치렀지만 말이다. 그러나 ‘초이노믹스’는 역대 정부 정도의 성과조차 내지 못한 채 거시경제의 리스크만 높이고 말았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셋째, 경제정책을 올바로 집행하려면 정책 철학과 그에 부합하는 근본 정책, 그리고 단기 시장 조절 정책을 적절히 결합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장 왜곡을 교정하면서 형평성도 높일 수 있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토지보유세 강화,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개발이익 환수 등의 근본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 규제들을 풀거나 강화하는 방식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책 당국자들의 머릿속에 이런 인식이 들어 있었다. ‘초이노믹스’에서는 이런 인식이 없으니 부동산 정책이 거꾸로 돌아가도 한참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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