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8을 위해 갤럭시노트7을 버리다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10.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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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상인 “삼성제품 30% 매출 하락”, “구글과 애플이 승자” 지적도

처음에는 단지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했다. 드물고 희귀한 경우라는 게 삼성전자의 초기 판단이었다. 블랙컨슈머의 허위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의 폭발은 삼성전자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있다. 갤럭시노트7은 어떤 의미에서 태풍이다. 주력 스마트폰의 발화 문제는 삼성전자에는 위기다. 리콜하기로 했던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중단했고 글로벌 판매도 멈췄다. 전 세계 약 250만대의 갤럭시노트7 리콜을 발표한지 불과 1개월 정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원래 삼성전자는 배터리 공급업체 중 1곳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배터리의 전문가와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인용해 단순 배터리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라 갤럭시노트7의 다른 부품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벤캇 비스와나단 조교수(기계공학)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실패율이 매우 낮다”며 배터리의 전압 제어 시스템과 배터리 내부에 사용되는 품질이 낮은 소재가 문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인이 무엇이든 분명한 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오는 시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판매 중단 조치 때문에 이제 수백만 명의 고급 스마트폰 구입 예정자는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회사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명백한 대체 후보는 애플의 아이폰7이다. 하지만 구글의 새로운 제품인 ‘픽셀’도 덕분에 순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다가오는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삼성 제품은 이 시기 공백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애플과 구글이 채울 수도 있다. 삼성 스마트폰이 익숙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같은 운영체제를 탑재한 구글의 픽셀이 매력적일 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


리서치 회사인 애틀란틱 에퀴티즈의 제임스 코드웰 연구원은 “소비자들은 점점 대(大)화면 기종으로 이동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결과적으로 줄어들었다. 이건 아이폰7 플러스에 큰 기회라는 얘기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의 픽셀에 대해서도 "고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종이 갑자기 제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갤럭시노트7의 판매가 중단되자 AT&T와 보다폰 그룹, T모바일, US스프린트,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호주의 텔스트 등은 제품의 판매를 이미 중지했다. 한 대당 70만원 이상의 고급 스마트폰 시장은 그간 삼성과 애플이 나눠가졌는데 이제 삼성은 중요한 연말 판매 시즌에 대화면의 신제품이 없는 상태로 전쟁에 임하게 된다. 반면 애플은 호기를 맞았다. 

 

갤럭시노트7이 멈추자 이제 시선은 내년 2월 발표가 예상되는 갤럭시S8으로 향한다. 모두가 알듯이 갤럭시S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스마트폰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2016년 3분기(7~9월)의 잠정 실적이 매출액 49조원, 영업이익 7조8000억원으로 생각보다 견고했던 이유는 올해 ‘갤럭시S7’의 판매가 호조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의 애널리스트의 말을 빌려 “리콜된 것이 만약 갤럭시S 시리즈였다면 데미지는 더 컸을 것이다”고 전했다.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량은 갤럭시노트 시리즈 판매량보다 약 3배가 많다. 

 

블룸버그는 갤럭시노트7 리콜 조치 이후 6명의 애널리스트에게 의견을 물었다. 6명의 의견을 평균 내보니 올해 갤럭시노트7의 출하량 전망은 800만대로 추산됐다. 원래 예상치는 1300만대였다. 하지만 당장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출하량이 감소하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보다 더 뼈아픈 것은 장기적인 브랜드 손상이다. 블룸버그는 미로처럼 얽힌 홍콩의 완차이 전자상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곳 점주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의 혼란이 시작된 이후 갤럭시S7 엣지를 비롯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매출이 약 30%정도 하락했다. 점주는 “한 번 배신당하면 여덟 번 배척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많은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시장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모든 IT기업에 중요한 곳이다. 가뜩이나 중국 현지 업체에 밀리며 중국 점유율이 5위권 밖으로 밀린 터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가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으며 최근 소비자들이 느낀 혼란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다른 스마트폰 제품들로 파급될 수도 있다. 완차이 전자상가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주듯 말이다. 때마침 중국 제품 품질 관리 당국인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10월11일 삼성전자가 중국 본토에서 판매한 갤럭시노트7 총 19만984대를 전량 리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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