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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지든 산지든 ‘자기 입맛대로’ 사용한 기업들

13개 대기업·중견기업, 농지·산지 불법 전용 실태…단속에 손 놓은 당국, 불법 전용 사실상 방치

송응철 기자 ㅣ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0.13(Thu) 13:29:44 |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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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토지에는 저마다 용도가 있다. 정부가 계획한 목적에 따라 효과적으로 국토를 운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토지 소유주는 지목에 맞는 용도로만 땅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그동안 제대로 지켜져 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지와 산지의 경우 불법 전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이는 최근 시사저널이 입수한 ‘전국 토지 불법 전용 실태’ 자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빙그레·샘표·오뚜기라면·팔도 등 식품회사 즐비

 

한 토지 전문가에 의해 작성된 이 자료는 국내의 토지가 원래의 용도대로 쓰이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문건에는 농지를 불법 소유하거나 전용하고 있는 1000여 명의 소유주(개인·법인) 명단과 위반한 현행법 내용, 그리고 행정당국이 내린 조치 등이 담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유명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사명(社名)이 여럿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건 리스트에 사명을 올린 기업 가운데는 특히 식품회사의 지역 생산공장이 가장 많았다. 먼저 빙그레는 모두 4곳의 공장에서 불법 전용이 적발됐다. 경기도 광주시와 남양주시, 충남 논산시, 경남 김해시 등에 위치한 공장들에서다. 먼저 광주공장의 경우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읍 삼리 산12-1번지(산지) 외 10필지를, 김해공장도 김해시 한림면 병동리 1169-3번지(공유수면)를 통행로로 각각 이용했다. 또 남양주공장은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343-27번지(농지)와 343-58번지(농지)가, 논산공장은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야촌리 300-1번지(농지)가 공장시설로 각각 개발돼 사용돼 왔다. 이에 지역별 관할 당국은 빙그레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빙그레 관계자는 “부주의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논산공장의 경우 원상복구를 완료한 뒤 당국에 신고를 마쳤고, 나머지 공장들도 현재 원상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일러스트 신춘성


샘표식품도 불법 전용 사실이 밝혀졌다. 자사와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이 보유한 농지를 지목 외 용도로 사용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샘표식품은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175-9번지(농지)와 174-11번지(농지) 일대를 출입구와 진입로 등으로 조성했다. 또 호법면 매곡리 230번지(농지) 외 4필지 일부를 도로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휴게실 용도의 컨테이너를 설치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정식으로 포장을 해 도로를 낸 것이 아니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당국의 조치에 따라 지적받은 부분을 모두 시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라면의 경우 평택공장이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읍 용성리 산44-6번지(산지) 일대를 훼손하고 건축물을 건립한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당국은 오뚜기라면에 훼손한 산지를 원상복구하라고 명령했다. 오뚜기라면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옹벽을 쌓고 나무와 잔디를 심는 등 당국의 명령을 이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나 산지는 아니지만, 국유지를 무단 점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야쿠르트그룹의 지주사격인 팔도가 이런 경우다. 이 회사는 소하천구역으로 분류된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524번지 일부를 주차장으로 사용해오다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팔도는 이천공장 인근에 자사가 보유하던 농지를 용도변경해 주차장으로 사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해당 부지를 무단으로 점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뒤늦게 해당 지역이 국유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재는 펜스를 쳐서 해당 지역에 대한 이용을 금해 놓은 상태이고, 경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측량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의 경우는 아직 당국의 처분을 받지는 않았지만 9월 말 민원이 접수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익산시 영등동 산99번지(산지)가 문제가 됐다. 위성사진을 확인하면 해당 필지에 건물이 건립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리온은 불법 전용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장 설계도면상으로는 문제의 필지가 공장과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2003년 공장 건립 당시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익산시의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시몬스 등 ‘한집안’ 침대회사 3곳도

 

문건 리스트에는 침대회사 세 곳도 포함됐다. 눈여겨볼 점은 이들 회사가 모두 ‘한집안’이라는 데 있다. 먼저 집안의 맏형인 안성호 사장이 경영하는 에이스침대는 충북 음성공장 일대에서 농지 등을 불법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음성군 삼성면 상곡리 492-72번지(농지) 외 세 필지는 공장 입구 및 진입로로 전용됐고, 군유지로 분류된 상곡리 308-5번지와 309-9번지 일부도 무단으로 점용돼 사용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상곡리 577-7번지(농지)도 허가 없이 건축물이 지어졌다는 민원이 접수돼 당국이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안성호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또 다른 침대회사 후렉스코리아의 경기도 광주공장에서도 토지 불법 전용이 발견됐다. 광주시 진우리 418-7번지(농지)와 출입문 사이에 콘크리트 포장을 한 것이 문제가 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것이다. 에이스침대 관계자는 “현재 지적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원상복구를 마친 상황”이라며 “안 사장 보유 농지에 대해서는 개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

 

안성호 사장의 동생인 안정호 사장이 운영하는 시몬스침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안정호 사장이 보유한 이천공장 주변 농지들에서 불법 전용이 빈번하게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 이천시 장평리 1번지(농지)와 2-2번지(농지)에 양어장으로 보이는 물웅덩이가 조성된 것과, 장평리 산3-5번지(산지)에는 고가의 소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진 것이 문제가 됐다. 또 시몬스공장 건물 중 일부가 장평리 산11-4번지(산지)를 침범해 건축된 것도 있었고, 일부 농지가 불법 포장돼 주차장으로 사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시몬스침대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지적받은 사안에 대해 모두 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제약회사도 두 곳 있었다. 먼저 동아제약은 산지를 전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회사는 경기도 이천시 사음동 238-1번지(산지)에 건물을 올리고,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당국은 산지전용허가 없이 개발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산림 복구명령서를 발부했다. 동아제약은 해당 지역에 타설된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의 필지 위에는 여전히 건물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산지를 일부 침범한 건물의 경우 동아제약 소유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영진약품의 경기도 화성시 공장도 동아제약과 마찬가지로 산지 불법 전용 의혹을 받았다. 회사 소유의 산지를 주차장으로 개발해 사용했다는 민원이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필지는 화성시 남양읍 무송리 470-13번지(산지)와 남양읍 온석리 28-2번지(산지)다. 위성사진상 두 필지는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진약품 관계자는 “아직 당국으로부터 별다른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SK·CJ·하이트진로 그룹 등 대기업도 적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된 대기업도 SK·CJ·하이트진로 그룹 등 세 곳이나 포함됐다. 먼저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은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산73-3번지(산지)가 전용허가 없이 훼손된 사실이 밝혀져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또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569-2번지(농지)를 공장 시설물이 일부 침범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SK하이닉스 측이 과거와 현재 측량 사이에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며 재측량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처분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하이닉스를 SK그룹에서 인수하기 전부터 지어져 있던 공장시설”이라며 “측량 결과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 시사저널 고성준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공장 © 시사저널 고성준

 

CJ제일제당은 이천공장과 안산공장 두 곳이 토지 전용 의혹을 받았다. 이천공장의 경우 이천시 마장면 덕평리 523-2(농지) 일원 농지가 주차장과 공장 도로 등으로 사용되고, 일부 농지에 조경자재 등이 쌓여 있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후 당국의 조치에 따라 대부분 경작 농지로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천공장이 건립된 1981년에는 지적이 전산화돼 있지 않아 의도치 않게 일부 면적이 농지를 침범하게 됐다”며 “해당 농지를 공장부지로 사용하기 위한 농지 전용 협의를 진행해 왔고, 현재 절차를 마무리 짓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안산공장에서는 안산시 상록구 팔곡이동 산11-7번지(산지) 외 두 필지가 전용됐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국은 산지가 훼손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 지역은 건축허가 및 사용승인 등의 서류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도시의 미관을 저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상복구를 하도록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기된 민원에 대해 해당 관청에 충분한 소명을 했다”며 “일부 보완이 필요한 필지에 대해서는 현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천공장 부지 가운데 이천시 부발읍 무촌리 22-8번지(과수원)에 공장 내 도로나 시설물 일부가 침범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과거 측량을 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현재 재측량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토지를 전용했다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면 모두 원상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장 내 도로의 경우 어렵지 않게 복구가 가능한 반면 공장 시설물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문건 리스트에 포함된 중소기업이나 개인이 소유한 농지 및 산지 등에서 벌어진 불법 전용 사례만도 1000여 건에 달한다. 이런 불법 전용이 많게는 수십 필지에 걸쳐 이뤄진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토지 불법 전용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원인이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민원이나 제보가 접수되지 않는 한 당국이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리스트 오른 기업들 세금 규모만 수백억대”

 

이처럼 당국이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보니 적발 건수는 물론 처벌 수위도 낮아졌다. 민원 등으로 불법 전용을 적발해도 이미 관련법상 공소시효인 7년을 훌쩍 넘긴 경우가 많아서다. 이 경우 당국이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원상복구 명령이 전부다. 사실상 솜방망이다. 일부 농지 소유주들이 별다른 부담 없이 토지를 불법 전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이처럼 토지 불법 전용에 대한 단속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세금 누수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상적으로 전용 허가를 받고 토지를 사용할 경우 전용 부담금이 부과된다.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1㎡당 5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이후 토지를 매각할 경우 전용을 통해 상승한 금액의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한 토지 전문가는 “리스트에 포함된 사례만 해도 정상적으로 부담금 등을 납부하고 토지를 전용해 사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 세금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불법 사례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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