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장묵의 테크로깅] 미래에 사라지는 운명 맞게 될 ‘김영란법’
  • 강장묵 고려대 정보창의교육연구소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4 17:27
  • 호수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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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전문가의 일거수일투족 미래 하이테크 기술로 자동 기록되고 저장될 것

# 2030년 기자 J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업무상 정보원인 공무원 K와 식사를 했다. J가 밥값을 계산하려고 회사 법인카드를 내밀자 카드 승인거절 통보가 문자로 날아온다. 오늘 대화 내용이 업무 관련보다 동창 간의 사적인 수다가 63%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J는 업무 비중이 높은 식사를 하면, 자동으로 추가 수당을 받는다. 업무 관련 대화 내용들은 투명하게 기록된다.

 

의사인 K는 시위 중 다친 환자를 수술했다. 수술 과정을 6대의 입체 카메라가 녹화하고 암호화해 저장한다. 시위 중 다친 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오해가 발생하자 검찰은 영상자료에 대한 영장부터 신청한다. 음대 교수 L은 가족의 지인 결혼식에 축하곡을 부르기로 했다. 축가 사례로 돈을 받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관련 사례 2000여 건을 검토한 ‘김영란 인공지능’이 무료로 축하노래를 부르라는 권고를 했다.

 

이렇듯 모든 것이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유되는 사회에서 과거 2016년 만들어진 ‘김영란법’은 공직자·전문가들의 윤리규범으로 사문화되었다.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김영란법’은 공직자의 양심이 오래된 관행을 극복하지 못해 만들어진 ‘촌극’이다. 인간의 선한 의지가 사회적 관습과 구성 원리에 쉽사리 무너지는 본보기이기도 했다. 앞에서 가상의 예를 들었지만 사실 앞으로 ‘김영란법’보다 더 공직자를 괴롭히는 것은 하이테크 기술과 함께 등장할 가칭 ‘스마트 김영란법’이 될 것이다.

 

9월28일 ‘김영란법’이 실시되자 서울시 송파구청에서는 구청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준수 서약을 하고 서약서를 구청 로비에 게시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논란 김영란법 대신 ‘스마트 김영란법’ 등장

 

2030년에도 국회의원이 임기 4년 동안 업무시간에 어디를 다녔고, 누구를 만났으며, 어떤 표결을 했는지를 국민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일일이 다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가진 막강한 권력과 책임을 고려해 금배지 안에 위치와 대화 등 공무 관련 내용을 자동 기록하고 암호화하는 입법이 추진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2030년의 정치인들은 정당 대표나 공천권자보다도 ‘기록될 역사’를 더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고위공직자·전문가 및 권력자에 대한 감시 시스템은 이들의 업무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게 함으로써 사회 혁신을 이루게 될 것이다. 2030년 혁신으로 기록될 ‘스마트 김영란법’은 이런 계기로 탄생될 것이다.

 

2016년 9월 28일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공직자와 교육자·언론인  모두가 범죄인 취급을 당하고 업무가 위축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걸린 사람만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이렇듯 논란이 가열되면 될수록 국민의 알권리도 높이고 대상자 스스로도 투명해질 수 있는 ‘스마트 김영란법’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미래 사회, ‘스마트 김영란법’은 또 다른 새로운 이슈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가령 공직자·전문가 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 정작 그들에 의해 감시받고 견제받아야 할 거대권력은 무소불위가 되는 것일까. 그리고 거대권력은 자신이 가진 막강한 기술과 정보를 활용해 공직자·전문가들을 더욱 감시하고 통제하려 들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공직자·전문가보다 오히려 힘없고 평범한 서민에 의해 거대권력이 무너진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공직자·전문가 등의 업무시간을 감시하면 프라이버시 자체에 대한 침해가 될 것이란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사인(私人) 간의 프라이버시는 엄격하게 비밀이 유지되고, 공인(公人)에 대한 알권리를 높이게 될 것이다. 공인은 이제 더 이상 ‘섹스스캔들’ 등 사적 활동으로 공격받지 않는다. 공적 활동은 투명하게 하고, 사적 활동에 대한 침해는 엄격하게 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화 등 강력한 기술과 보안 관제 시스템으로 디지털 밀봉해 저장하고 역사에 남기는 작업으로만 한정할 수도 있다.

 

 

역사라는 그물에 걸리도록 만든 시스템

 

# 2030년 판사 A는 판결문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판결문의 한 문장, 한 글자가 전국의 관련된 모든 사물에 기록되어 공유되기 때문이다. 모 대학으로 이직을 꿈꾸는 B씨는 1년 전 정부기관과 협업으로 사립학교법을 제정하는 데 이론적 뒷받침을 했다. 주도적으로 해당 법규를 제정하도록 힘썼는데, 다소 무리하게 추진한 감이 크다. 해당 대학의 자동 지원서 작성 프로그램이 작년 법규 제정의 과정을 정리해 제출했다. 검사 C는 한 폭행 사건을 기소유예로 처리하였다. 폭행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관련 정보가 검사 C의 처분과 함께 공유된다. 

 

이렇듯 미래 사회는 사물과 장소, 그리고 시간에 기록하는 기술이 등장하게 된다. 공직자·전문가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런 기술에 의해 모니터링된다는 불만을 갖더라도 어쩔 수 없다. 사회적 명망을 받는 전문적 직업 종사자들 또는 모든 공직자는 공적 업무 활동이 역사라는 그물에 걸려들도록 설계된 기술을 피해갈 명분이 없는 것이다. 역사 그물은 시간이라는 궤적과 해당 공적(公的) 결정으로 영향을 미친 사물·위치·사람 등에 영원히 남겨져 공유될 것이다. 당시의 회의 내용이나 개인 의견, 그리고 이동 등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디지털 사서인 셈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 앞으로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 평소 축적된 정보가 인사 추천 과정에서 공유돼 자동 처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기술의 칼날은 평범한 서민에서 전문가·공직자에 대한 기술적 견제 장치로 바뀌어야 할 때이다. 모두가 짓던 죄를 공평하고 정확한 잣대로 일일이 다 추적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도 없으면서 시작된 김영란법은 결국 2016년 이후 20년 넘도록 ‘간통죄’처럼 구설에 오르다가 ‘스마트 김영란법’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비로소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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