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네이버카페 매매 의혹…광고수익 노렸나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0.1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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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인터넷 카페들 회원동의 없이 ‘현대차 동호회’로 변경…변경된 이유로 카페 매매 지목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대형 인터넷 카페들이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출시를 앞둔 ‘그랜저 IG 동호회’로 갑자기 바뀌었다. 변경된 카페들은 10만명 이상 회원을 보유한 대형 카페들이다. 변경 전에는 게임이나 뷰티∙패션 등 자동차와 무관한 주제로 활동하던 카페들이었다. 이들 카페가 갑자기 주제가 전혀 다른 자동차 동호회 카페로 바뀐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카페들의 주제가 갑자기 변경된 이유가 광고 수익을 노리고 카페를 매매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40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보유한 ‘FM(Football manager) 폐인들의 모임’ 카페는 9월26일 그랜저 IG 공식 동호회로 하루아침에 변경됐다. 이에 앞서 20만여명 회원들이 있는 ‘잇걸’ 카페는 5월10일, 19만여명 회원을 보유한 ‘안드로이드 정보 카페’는 8월26일 그랜저 IG 공식 동호회로 바뀌었다. 운영자가 다른 사람으로 위임된 뒤 카페의 성격이 변경됐다. 그렇게 변경된 카페에는 이후부터 자동차 관련 정보가 올라오고 있다.

 

바뀐 카페에 기존 카페 주제와 관련된 글, 혹은 카페 변경에 대한 문의 글을 남기면 탈퇴 당하는 일도 생겼다. 카페 회원들은 카페 운영자가 현대자동차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거나, 기업에 카페 운영권을 매각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 글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바로 삭제됐고, 글을 올린 회원들은 강제 탈퇴를 당했다. 탈퇴된 회원들은 재가입도 불가능했다. 카페에 가입할 때 개인 신상을 공개하게 돼 있는 곳도 있어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한 회원들은 스스로 탈퇴했다. 그동안 올라와 있던 방대한 자료들을 백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게시판 자료가 삭제됐거나, 자료를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회원수 40여만명이 있는 이 카페는 9월26일 'FM 폐인들의 모임'에서 그랜저IG 공식 동호회로 변경됐다. ⓒ 네이버 카페 캡쳐

“4000명 회원 카페, 광고수익 연 6000만원”

 

이렇게 카페가 변경된 이유로 ‘카페 매매’가 지목되고 있다. 카페를 처음 개설한 운영자가 자신의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경우 카페의 주제를 바꿀 수 있는 권한도 같이 위임되는데 이 권한을 돈으로 사서 원하는 주제의 카페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페 서비스팀은 공지 사항을 통해 카페를 위탁∙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관련 당사자의 해당 카페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카페 판매를 권유하는 쪽지를 받거나 카페 활동 중 카페 매매 사실을 발견한 경우에는 고객센터로 신고하도록 공지하고 있다.

 

카페 매매가 금지돼있는데도 불구하고 카페를 매입하는 이유는 광고 수익 때문이다. 회원 수가 많은 카페를 매입해 확보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업체 제품을 홍보해주거나 공동구매를 제안할 수 있고 배너 광고를 띄워주며 수수료 명목의 돈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네이버 카페 광고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익을 공유하는 카페에서는 “제휴입점 업체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 입점 비용은 57만원이고 한 달에 8만원씩 받고 있다. 네이버 플랫폼은 처음에 고생하고 키워놓으면 회원들이 자동으로 활동하면서 수익이 발생한다. 큰 돈 들여서 창업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수익은 얼마나 될까. 회원 수 4000명인 카페의 경우 “1년 총 수익은 6000만원 정도다. 공구(공동구매) 및 이벤트까지 계산하면 수익이 더 된다”고 게재돼 있다. 회원수가 10만명 이상인 대형 카페라면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최소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한 파워블로거는 블로그와 카페 매매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네이버 카페에는 ‘카페 최적화’라는 것이 있다. 가장 높은 최적화 단계가 3차 최적화인데 이 경우 모바일에서도 상위권에 검색된다. 노출이 잘 되는 카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카페 매매는 카페 운영자들에게 쪽지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랜저 IG 동호회로 바뀐 카페들은 모두 4~5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비교적 오래전에 만들어진 카페들이다. 만들어진지 오래 된 카페들이 매매되는 것은 ‘검색’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검색 최적화’가 이뤄진 카페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검색할 경우 상위에 노출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검색최적화 작업을 한 카페가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네이버가 검색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바꿨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 파워블로거는 “2013년 이후 최적화 카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광고 수익 등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은 2013년 이전에 개설된 회원 수 많은 카페를 매입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블로그를 팔라는 쪽지가 많이 온다. 블로그의 경우도 현재 최적화 블로그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대도 높게 형성돼 있다. 카페 거래 역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카페의 스텝 역시 “매니저(운영자)에게 카페를 팔라는 쪽지가 종종 온다. 스텝 계정을 팔라는 쪽지가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카페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포털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블로거는 ‘브로커’ 역할을 하며 카페 매매를 주선하기도 했다. 그는 “회원 수가 많을수록, 혹은 노출이 더 잘될수록, 카페 주소가 좋을수록, 카페 개설일이 오래될수록, 사이트 등록 카페일수록 카페 가격은 올라간다”며 “어떤 용도로 카페를 구하고 있는지 말해주면 적합한 매물로 몇 개 추천해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카페를 매입해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영업사원이 인터넷 카페를 매입해 차량 동호회로 바꿔 구매 예약을 받거나 물품을 판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인적인 수입을 올리려다 적발된 일이 있었다”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자동차 회사 차원에서 팀을 구성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NS가 활성화되기 전인 2010년대 초반에는 카페 매입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회원 수가 많은 카페를 사고판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온라인에 올라왔고, 카페 회원 1명이 50원에 거래된다는 브로커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산술적으로 회원 수가 10만 명인 카페의 경우 500만원에 카페를 매입한 뒤 막대한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인터넷 카페 매입이 불법 아니냐’고 묻는 글에는 “돈은 따로 입금하고 매니저(운영자) 위임을 하면 된다”는 팁이 답변으로 달릴 정도로 현재도 여전히 카페 거래는 성행하고 있다.

 

카페 판매 행위를 반대하며 만들어진 'FM 폐인들의 모임 반대운동 카페' ⓒ 네이버 카페 캡쳐​

회원들 “카페 매매 반대” 강하게 반발

 

그럼 이번에 그랜저 IG 동호회로 변경된 카페들 역시 매매된 것일까. 변경된 카페 회원들은 매매를 강하게 의심하며 반발하고 있다. 그랜저 IG 동호회로 바뀐 카페 중 두 곳의 운영자는 동일했다. 운영자는 카페를 변경한 뒤 회원 수가 더 많은 카페로 두 카페를 통합하겠다는 공지사항을 띄웠다. 한 카페 운영자는 “카페를 변경하고 나서 다른 곳으로 카페를 통합했다는 것은 광고 등 본래 목적과 다른 문제가 생겼거나 반발이 많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운영자의 자리를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나 이후에 카페가 더 사람 수가 많은 곳으로 통합된 것이라면 광고 수익을 노린 매매의 정황이 강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통합된 카페는 본래 FM(Football manager)이라는 유명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카페로, 현재 변경된 그랜저 IG 동호회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온라인 모임이 그랜저 IG 동호회로 바뀐 ‘FM 폐인들의 모임’ 카페 회원들은 반대카페까지 개설해 행동에 나섰다.

 

‘FM 폐인들의 모임 반대 운동 카페’의 매니저는 “한순간에 40만명이 있는 FM 카페가 자동차 동호회 카페로 바뀌게 됐다. 모든 회원에게 사전 공지 없이 진행한 갑작스러운 ‘FM 폐인들의 모임’ 판매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카페를 이끄는 사람이 카페를 변경하는 권한을 회원들의 허락 없이 남에게 넘겼다. 카페가 거래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매매가 아니라면 남에게 (카페를) 넘겨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몇 달 전 카페를 잘 운영하겠다며 위임받은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위임을 받은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카페가 자동차 동호회로 변경됐다. 새로 바뀐 운영자가 카페를 매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회원들이 중심이 돼 새롭게 문을 연 ‘FM 폐인들의 모임’의 한 회원은 “이 카페의 경우 이미 2010년도에도 매매를 하려다 회원들이 난리를 쳐 막았던 사례가 있다. 지금 상황도 전혀 다른 주제의 카페로 바뀌는 걸 보면 누가 봐도 매매의 형태로 넘긴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서 “부정한 매매 형태로 카페를 양도하는 것이 아닌지 카페 매매 제재 관련 규정을 들어 조사해 달라고 (네이버에) 5번 정도 문의를 넣었다”고 말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40만명의 카페가 회원들의 동의 없이 타 업체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전 동의 없이 이런 일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지금도 카페 매매에 반발하는 회원들의 글은 반대 카페나 새로 개설된 카페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kim5****는 “백번 천번 양보해서 카페를 그렇게 팔고 싶으면 회원들이 탈퇴하거나 자료를 옮길 유예기간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아이디 faci****는 “FM 40만 유저들, 왜 그랜저 IG 동호회에 팔렸나?”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의견을 네이버에 제출했다는 인증 사진을 게시했다. 아이디 ere****는 “가입 회원도 그대로 넘어간 건데 회원 개인 정보를 개인 동의를 얻지 않고 매매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댓글을 적었다. 심지어 현대자동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여론도 형성되는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특정 차량 동호회의 운영에 개입하는 일은 전혀 없다. 시승 행사나 신차 발표회 등을 통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동호회 규모가 큰 곳이 어딘지는 파악하고 있지만 동호회가 어떻게 변경됐고 매매됐는지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없다”며 “신차 출시 시점에 맞춰 그랜저 IG가 검색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광고를 노린 사람들이 카페를 매입해 그랜저 IG 동호회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로 개설된 'FM 폐인들의 모임' 카페. 카페 양도와 관련한 신고 링크를 정리해 공지하고 있다. ⓒ 네이버 카페 캡쳐

네이버 “매매 증거 없이는 단속 불가능”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가 수년 째 암암리에 이뤄지는 카페 매매를 단속하지 못하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FM 폐인들의 모임 반대 운동 카페’ 매니저는 “회원들이 (카페 매매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 운영자의 권한이라 막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가 개입해줘야 할 일이다”고 말했다. 변경된 카페의 한 회원은 “하루아침에 십 수 년 동안 정보를 쌓으며 활동했던 카페를 매니저 마음대로 변경해도 되는 네이버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네이버 카페 서비스팀에 제출했다.

 

반면 네이버는 “카페가 변경 되더라도 매매가 됐다는 증거가 없다면 단속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현실적인 피해구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운영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카페) 양도를 할 수도 있다”며 “매매는 약관에 금지돼 있기 때문에 명확한 증거가 있을 경우 위임이 불가능하고 해당 회원들에게 접근 불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다만 포털사이트가 사법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카페가 변경됐을 경우 돈을 주고 매매를 한 것인지 따질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매매가 확실시되는 증거가 없는 이상 카페 변경으로 인해 회원들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자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의 불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사후 단속이 아니더라도, 특정 규모 이상의 카페는 카페 운영자가 카페의 성격을 바꿀 때 회원들의 동의를 받게 한다거나 카페 운영자가 바뀌었을 경우 카페 명칭이나 주제를 바꿀 수 없도록 규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갑자기 카페 성격이 바뀌는 것 때문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에 대한 대처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운영자가 바뀌면 3개월 동안 카페 명칭을 바꿀 수 없는 규정을 준비 중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사저널은 카페 매매와 관련해 그랜저IG 동호회 카페 운영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쪽지로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답이 온 곳은 한 곳 뿐이었다. 한 그랜저 IG 동호회 카페 운영자인 ‘카페장G레이스’는 “우리 동호회의 경우 운영자의 연락처 등을 카페를 통해 공개하고 있고, 번개와 정모를 통해 회원들과의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며 “운영자의 활동 여부를 보면 카페가 실제로 활동의 목적을 가지고 변경된 것인지, 광고 수익을 노리고 매매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수익을 노리고 매매한 카페들로 인해 같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저에게도 카페를 매매하라는 내용의 쪽지가 온다”고 말했다. 매매가 의심되는 다른 카페들은 이틀이 지난 10월14일까지 쪽지에 응답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카페 변경건과 관련해 보낸 쪽지를 읽지 않고 삭제한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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