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의 정치풍향계] YS·문재인·반기문의 공통점은?
  • 소종섭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9 10:14
  • 호수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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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출신 YS에 이어 문재인·반기문도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9월9일 경남 거제로 갔다. 마침 열린 시골장을 찾아 환하게 웃으며 주민들과 악수하고 덕담을 나눴다.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 마을회관도 찾았다. 거제시 연초면에 있는 기업체도 방문해 경영진과 근로자들로부터 조선산업 불황에 따른 애로사항을 듣고 격려했다.

 

추석을 앞두고 문 전 대표는 왜 하고많은 지역 중 거제를 갔을까. 거제는 문 전 대표의 고향이다. 그는 1953년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문재인의 운명》에 관련 대목이 나온다. ‘나는 거제에서 피난살이 중에 태어났다. 시골집 방 한 칸에 세 들어 살 때였다. 하필 주인집 아주머니도 함께 임신을 한 바람에, 출산 때는 임시로 구한 다른 집에서 나를 낳았다고 한다. 같은 집에서 애를 낳으면 안 된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중략) 거제는 내가 태어난 곳이지만 어릴 때 떠나왔기 때문에 기억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나에게는 태어난 고향이고 부모님이 피난살이를 한 곳이어서 늘 애틋하게 생각되는 곳이다. 청와대에 있을 때, 그래도 거제 출신이라고 거제 지역 현안에 대해 도와달라는 요청이 오면 늘 신경을 쓰곤 했다.’

 

그래서인지 문 전 대표는 거제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내곤 했다. 지난 총선 때는 투표일 이틀 전인 4월1일, 더민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세 번째로 거제를 방문했다. 바쁜 선거운동 와중에 한 지역을 세 번 방문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2012년 대선을 4일 앞두고 거제를 방문했을 때는 이런 말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전국에서 풍수 보는 사람들이 다 거제에 몰려와서 거제의 지세를 봤는데 그때 그 풍수 보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거제는 대통령이 한 명 더 나올 땅이다’ 했답니다. 또 제 고향이, 고향이 명진리거든요, 밝을 ‘명’자, 귀한보배 ‘진’자, ‘귀한 보배가 밝게 빛난다’는 뜻인데, 드디어 명진리에서 진귀한 밝게 빛나는 보물이 나왔다, 그렇게 또 말씀들 해 주셨습니다. 그럴듯합니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2012년 12월14일 경남 거제 장터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 문재인 제공

반기문, 거제 방문한 적은 없어

 

요즘 거제에서는 문 전 대표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을 말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반 총장은 광주 반씨로 알려져 있는데 광주 반씨의 시조 반충(潘忠)은 거제 반(潘)씨의 시조 반부(潘阜)의 6세손이다. 거제 반씨의 후손이 번창해 가면서 광주, 남평 등으로 본이 분화됐다. 거제시 고현리 서문마을의 문절사에는 거제 반씨의 시조 반부의 사당이 있다. 해마다 음력 10월20일 이곳에서 제향을 모신다. 또 해마다 음력 9월9일에는 거제시 아주동 국사봉에 있는 시조 묘소에서 시향제를 지낸다. 즉 반 총장의 뿌리는 거제다.

 

이런 관계가 있기에 2012년 당시 권민호 거제시장과 거제 반씨 종친회는 반 총장에게 “향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시면 반드시 거제를 찾아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권 시장과 반씨 종친들은 “거제는 반씨의 시조 반부와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 반중인(潘仲仁), 반중경(潘仲慶)을 봉사하는 사우(祠宇)인 반씨 재실이 고현동에 소재하고 있으며, 반씨의 시조 문절공의 묘소가 아주동 산 71번지 국사봉에 위치해 총장님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도시다. 총장님 재임 시 시조묘소에 대한 참배와 문절사 방문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고 건의했다.

 

거제 반씨들은 2008년 7월 반 총장이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했을 때 관광버스를 빌려 음성을 찾기도 했었다.

거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선임됐을 때 거제 지역에 축하 플래카드가 엄청나게 많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제와 인연이 있는 문재인, 반기문 두 사람이 내년 대선의 유력 후보라는 점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거제시 장목면 대계마을 출신인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다시 한 번 거제와 인연이 있는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들 한다는 것이다.

 

반 총장과 관련해 올 초 거제 반씨들 사이에서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거제에 사는 한 반씨는 “올 4~5월쯤 집안 어른들이 ‘반기문 대통령 추대’ 문서를 만들어 거제, 통영 일대 종친들을 대상으로 지지 도장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그는 “지금은 오히려 반 총장에게 누가 될까봐 다들 꼼짝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씨 종친회 사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반씨 종친도 반 총장과 관련한 질문에 “아무 할 말이 없다.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반 총장의 동생이 재직하고 있던 기업에서 물러나는 등 반 총장이 주변 정리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최근 나왔던 것과 맥락이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거제 반씨 종친들 사이에서는 반 총장에 대해 서운해하는 기색도 엿보인다. 시조의 묘와 사당이 있는데 반 총장이 단 한 번도 거제를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제 반씨 한 종친은 “한쪽에서는 반 총장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내년 1월 반 총장이 귀국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면 거제에서 벌어지는 문재인-반기문 대결이 더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 연달아 배출한 거제

 

인구 23만 명의 거제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에 걸쳐 연달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출한 곳이라는 진기록도 갖고 있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모두 36명인데 출신지를 따져봤을 때 서울(김정렴·최광수·함병춘)과 함께 가장 많은 비서실장을 배출한 지역이 거제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문재인 비서실장(2007년 3월~2008년 2월), 이명박 정권에서는 하금열 비서실장(2011년 12월~2013년 2월), 박근혜 정권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2013년 8월~2015년 2월)이 모두 거제 출신이다. 나이는 거꾸로 김 전 실장이 1939년생으로 가장 많다. 하 전 실장은 1949년생, 문 전 실장은 1953년생이다. 김기춘 전 실장은 마산중-경남고를, 문재인 전 실장은 경남중-경남고를 졸업했다. 두 사람은 법조인 출신(김 전 실장은 검사, 문 전 실장은 변호사)에다 ‘왕실장’으로서 상당한 실권을 행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신헌법을 기초한 김 전 실장은 ‘기춘대원군’이라고 불리며 박근혜 대통령의 남다른 신임을 받았다. 문 전 실장도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는 말에서 보듯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언론인 출신(SBS 사장을 지냈다)인 하금열 전 실장은 동래고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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