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삼성 갤럭시 노트7 사태, 반전은 아직 늦지 않았다
  •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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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비난과 비판보다 격려와 지지가 필요한 상황

해외를 나가보면 국내 기업 중 국제경쟁력을 갖춘 조직이 어떤 기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또는 유럽, 더 나아가 중국을 가보더라도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업은 삼성, 더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밖에 없다. 국내 대학 그리고 국내 기업 전체를 모두 합쳐서 글로벌 상위 열 손가락에 꼽히는 조직 역시 삼성전자뿐이다. 참고로 올해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 브랜드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518억 달러, 국내 기준으로 58조원에 해당되는 브랜드 가치를 기록하며 세계 7위에 선정됐다. 삼성전자와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동종 기업 중 삼성전자보다 상위에 오른 기업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 뿐이며, 아시아에서는 도요타 자동차밖에 없다.

 

그런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으로 발목이 잡혔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에겐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안타깝게도 수백명의 전문가가 연일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갤럭시 노트7 발화 원인을 조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명백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 원인을 정확히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사급 인력이 3000명에 육박하는데도 불구하고 노트7 발화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 삼성전자 경영진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및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인터넷 포털에서도 노트7 단종 사태로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이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 호들갑스럽게 삼성의 황제경영, 삼성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와 삼성의 정경유착 비판에 대해서는 그토록 ‘삼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시했던 국회에서 이번 사태에는 일사불란한 비판을 퍼붓는 것 자체가 우습다. 심지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의 갤럭시 노트7 발화 사태를 보고 ‘경제민주화가 정말 필요하다’는 전혀 엉뚱한 조언을 내놓는다.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은 학자뿐만 아니라 상당수 기업가들도 동의하나 이번 사태와는 전혀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늘 경제민주화로 끝맺는다. 환자가 보인 증상에 대해 엉뚱한 처방을 내놓는 건 결코 명의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인들이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한마디씩 내놓는 논평은 촌스럽기 그지없다.

 

사태를 비판하기에 앞서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언급했듯이 갤럭시 노트7은 아이폰7을 시장에서 압도하기 위해 홍채인식과 급속충전 기능 등 첨단 기술을 모두 반영시켰고 단순 통화보다 인터넷 사용과 메신저․게임을 많이 하는 소규모 컴퓨터로 스마트폰의 용도가 변경되는 점을 감안해 배터리 용량을 역대 최강급인 3500mAh로 키웠다. 그 동안 업계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늘 벤치마킹해서 추격화 전략을 취하는데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삼성이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키우고자 기획한 노트7은 애플에 대한 회심의 일격이 될 것이라는 평이 자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갤럭시 노트7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다. 최첨단․융복합․창조적이라는 말이 노트7의 기능을 뽐내는데 미사여구로 동원됐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과거 도요타 자동차 사례에서도 확인했듯제품의 성능과 기능이 복잡해질수록 제품의 원인불명 사고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험해 왔다. 자동차 제작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장인정신과 철두철미함을 자랑하는 도요타 역시 7년 전 렉서스 차량 급가속 사태로 인해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다. 당시에도 도요타는 제품 불량의 원인을 찾느라 수많은 전문가와 비용을 투입해 상당한 고생을 했다. 이에 대해 기술경영의 석학인 후지모토 도쿄대 교수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역량 범위를 넘어서는 제품의 복잡성은 늘 기술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첨단 기술을 많이 반영할수록 제품은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데 제품 모델 설계 시 반영되는 기능의 복잡성이 계속 증가할수록 제품 불량의 원인도 복잡한 요인이 다각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찾아내서 수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후지모토 교수는 경고한 바 있다. 혁신을 한다는 미명 아래 너무 많은 성능을 포함시킬수록 기업의 컨트롤 영역 밖에 첨단 제품은 위치하게 된다. 도요타 자동차와 삼성 갤럭시 노트7의 문제 원인은 제품이 담을 수 있는 플랫폼에 너무 많은 기능이 과다 집결돼 제품이 이를 소화하지 못한 탓도 있다.

 

단적인 예로 도요타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타 차종을 압도하기 위해 당시 가장 많은 첨단 기능을 포함시켰고 그 결과 차량의 무게에서도 경쟁 차량을 압도했다. 현대기아차 및 혼다․닛산 차량이 미국 시장에서 평균 1.2톤 정도로 출시된 데 비해 도요타 자동차가 평균 1.4톤의 차량을 내놓은 건 차량에 더 많은 안전장치와 첨단 주행 장치를 집적시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안전한 장치를 많이 포함시킬수록 도요타는 더 위험한 차량으로 미국 시장에서 인식되고 말았다. 삼성 역시 아이폰7 플러스의 배터리 용량이 2900mAh라는 점을 감안해 홍채인식․급속충전 기능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첨단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더 크게 키웠고 결과적으로 이는 도요타 사태처럼 삼성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노트7의 발화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삼성의 연구진은 지금도 밤새우며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제품 기획부터 설계․제조․검수 과정 전반에 걸쳐 세심히 조사하고 꼼꼼하게 프로세스를 점검하지 않으면 해당 문제는 언제나 또 발생할 수 있기에 연구진의 위기의식은 실제로 상당히 높다. 올해 해당 불량 원인을 찾지 못하면 갤럭시8이나 노트8 역시 내년에 출시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수백 명 연구진이 스마트폰 발화 원인을 정밀 조사하는데 격려는 못해줄 망정 황제경영, 경직된 조직문화,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으며 비판에 열을 올리는 정치권과 언론의 모습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황제경영, 경직된 조직문화가 삼성 내부에 없다고 볼 수 없으나 적어도 해당 문제가 완전히 규명된 후, 삼성의 미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비판과 조언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삼성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시피 집요한 품질 경쟁력과 속도화 경쟁으로 30년 넘게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국내 경영학자들이 그 동안 삼성의 성공 원인에 대해 수많은 논문을 발표했고 연구 결과 삼성은 언제나 최고경영자의 건설적인 위기 조성과 구성원들의 선도 기업에 대한 모방학습을 통한 속도화 경쟁이 성공 요인으로 인정받았다. 혁신 기업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그들과 거의 대등한 기술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아야 하고 선도 기업보다 조금 더 빨리 출시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삼성의 승리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이제 수명을 다했다는 점을 삼성의 경영진도 깨달아야 한다. 속도화 경쟁에 급급한 나머지 명확한 제품 불량 원인을 규명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이번에 더 큰 대규모 리콜 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삼성 내부에서는 ‘발화 원인을 찾는데 충분한 조사 기간이 부족했다’는 말이 지금도 팽배하다. 아이폰7 플러스라는 애플의 신제품을 두려워한 나머지 속도화 경쟁에 집착해 더 큰 화를 키우고 만 것이다.

 

국내외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즐겨본다는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는 2011년 삼성의 성공 원인을 일본식 경영과 서구식 경영의 장점을 슬기롭게 결합한 패러독스 경영에 있다고 지적했다. 서구의 성과주의와 합리주의, 일본의 정교한 기술력과 장인정신 등을 삼성이 절묘하게 경영 방식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여전히 삼성은 일본 또는 서구의 선진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2016년 삼성이 불량 사태를 해결하고 또 다른 미래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삼성만의 경영 방식을 찾아야 한다. 여전히 해외 학자들은 삼성의 경영 방식을 일본 또는 미국식 경영 방식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삼성만의 차별화된 경영 방식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만의 차별화된 경영 방식을 찾아낼 때 이 위기는 고스란히 기회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2009년 대규모 리콜 사태라는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올해 전세계 기업 브랜드 가치에서 아시아 1위,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삼성 역시 이번 사태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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