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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현 이사회 구조로는 정권 외압에 속수무책”

‘산은법’ 개정해 독립 경영 시스템 만들어야…이사회 임기 보장 필요성도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0.26(Wed) 18:00:32 |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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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부실 관리·감독은 매해 국정감사 때마다 어김없이 질타받는 문제다. 노조를 중심으로 근본적인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현재 노조를 비롯해 야당이 주장하는 산은 개혁안의 핵심은 산은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다.

 

현재 학계를 비롯해 산은 노조는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한다’고 돼 있는 산은법 제13조를 ‘민간위원이 포함된 회장추천위에서 제청, 대통령 임면’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금융위가 임면하는 전무이사와 이사 등 임원과 감사 자리도 ‘임원추천위에서 제청, 금융위 임면’으로 바꾸되, 감사는 감사추천위를 구성해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사실상 산은을 관리하고, 산은이 산업정책을 총괄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현재의 산은 문제에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법 개정과 같은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이 불과 1년여 남은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금융학 전공 교수는 “차기 대선주자들은 산은을 마치 정권 획득의 전리품처럼 생각해서는 안 되며, 산은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체 B사 등에 특혜성 투자를 하도록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9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출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사회 등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산은 이사회는 행장 겸 회장(이사회 의장 겸직)과 수석부행장 1명, 사외이사 4명로 구성돼 있으며, 그 아래 10명의 부행장이 있다. 이들 부행장은 모두가 비등기 임원이다. 임기를 보장받는 자리는 회장과 수석부행장, 사외이사뿐이다. 이 중 산은 출신 인사는 사실상 수석부행장 한 명뿐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에는 총재(현 회장직) 1명과 부총재 1명, 등기이사 6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었으며, 등기이사의 임기는 3년이었다. 3년 임기를 마친 등기이사 중 한 사람이 부총재로 선임되다 보니 정책의 연속성 면에서 효과적이었다는 게 산은 내부의 생각이다. 산은 출신인 김태혁 부산대 교수는 “현 이사회 구조에서는 정치권 외압에 산은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처럼 위원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진 독립성 보장으로 산은 개혁해야

 

아울러 민영화냐, 정책금융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이냐의 소모적인 논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윤석헌 교수는 “민영화를 놓고 또다시 갈지자 정책을 편다면 경영학에서 말하는 ‘시지푸스 신드롬’(뚜렷한 성과 없이 무작정 노력과 실패를 반복하는 행위)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게 최선이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거꾸로 되돌린 산은의 미래상을 다시 그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게 윤 교수의 생각이다. KDB혁신위원장인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도 사견임을 전제로 “성장동력을 상실한 채 헤매고 있는 한국 경제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거나 사양산업에 대한 선제적 대처 및 관련 업종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산은 내 연구·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혁 교수는 “산은의 정책자금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하는데, 지금 산은은 사람으로 치면 나이가 70~80 먹은 노인, 다시 말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업종에만 돈을 지원해 주는 기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은 현재 우리 정책금융기관이 갖고 있는 업종 중복, 저효율, 낙하산 인사 등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다른 정책금융기관과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하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맨 왼쪽)이 9월9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역대 산은 수장들 줄줄이 검찰수사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과거 국가경제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어두운 뉴스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산은 수장들이 연이어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등 ‘흑역사’를 써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대 수장 자리가 정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진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자리이니만큼 권력형 비리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근영 전 산은 총재(1998~2000년)는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현대상선에 4900억원의 불법대출을 해 준 혐의로 2003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엄낙용 전 총재(2000~01년)도 같은 사안을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다 임기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창록 전 총재(2005~08년) 또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청탁으로 신정아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산업은행이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수장 직책이 총재에서 회장으로 바뀌어도 흑역사는 여전했다. 2008년 취임한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파산 직전의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려다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2011년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다. 민 전 회장은 현재 구속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 등과 해외 호화출장을 다니며,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 등에 개입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후임인 강만수 전 회장도 고금리 예금을 무리하게 많이 팔았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다가 2013년 자진 사퇴했다. 최근에도 그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신 지인의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과 일감 몰아주기를 압박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이어 취임한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도 금융소비자원의 고발로 검찰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 등의 혐의다. 금소원은 국책은행장으로서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책임을 적절히 수행하기보다는 부실을 은폐해 국가적인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을 고발 이유로 들었다. 송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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