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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김정은 돈줄 바짝 죄고 나선 국제사회

美 정보 당국, 김정은 스위스 비밀계좌 추적 중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28(Fri) 13:39:15 |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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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들어 대북부처 정부 당국자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이 있다. 북한의 재정상황, 즉 국가 자금운용과 관련한 대목이다. 집권 5년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은 물론 강원도 문천의 마식령스키장, 원산 공항 리모델링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는 자금원천이 어디냐는 것이다. 무기 밀매와 비합법적 금융거래를 포함해 북한 경제의 숨통을 압박하기 위한 대북제재가 수년째 강도 높게 펼쳐지고 있지만 막대한 외화가 드는 건설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어딘가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있거나 김정은의 숨겨준 돈줄이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도 자신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망을 김정은 금고 찾기에 맞추고 있다. 막무가내식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행보를 차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금줄을 죄는 게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체제유지와 핵심계층 관리에 필요한 김정은의 ‘선심(善心)정치’를 어렵게 만든다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우선 북한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키는 문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등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월  미 하원은 북한과 거래할 경우 SWIFT까지 직접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초강경 법안을 내놓았다. 국제 간 자금거래를 위해 유럽과 미국 시중은행이 설립한 SWIFT는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1만1000여 개 금융기관이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퇴출된다는 건 달러를 기본으로 하는 국제금융망에서 배제된다는 걸 의미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3년 11월2일 강원도 마식령스키장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이 스키장 건설에 김정은 비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


美, 북한을 국제 금융거래망서 퇴출시키려 해

 

이런 대북 압박 행보에 북한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 감지된다는 게 우리 당국의 판단이다. 통일부는 최근 펴낸 북한 권력기구표에서 김정은 통치자금 관리 기구인 노동당 38호실을 없앴다. 김정은 가계의 비자금 및 물자 관리를 전담하는 38호실을 노동당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39호실로 통합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북제재의 여파가 김정은 패밀리를 포함한 핵심 지도층까지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미 해외에서의 북한 외화벌이 루트를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김정은 패밀리의 해외 비자금이나 불법자금도 추적 중인 사실이 고위 관리들의 입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서울을 방문하는 미 재무부 관리들은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 비자금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으며, 발견되면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 비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나 계좌 등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지는 데다 여전히 스위스 등의 금융 당국의 내부 정보에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정권 수립 이후 70년이 가깝도록 3대에 걸친 부자세습이 이뤄지면서 일인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자금 액수는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라는 데 정보기관 관계자와 북한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한다. 강성산 전 북한 총리의 사위로 알려진 강명도씨는 1990년대 중반 한국으로 망명한 뒤 “스위스 은행 내의 김정일 비밀계좌에는 20억 달러 상당의 비자금이 예치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은 비자금을 둘러싼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사람은 외무상 출신의 리수용 노동당 국무위원이다. 그는 숙청과 해임·강등이 이어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 속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무엇보다 김정은의 스위스 조기유학 시절을 주목한다. 10대 시절 6년 정도 스위스 베른 지역에 체류하며 유학한 김정은을 현지에서 보살피고 후견 역할을 한 게 리수용이란 얘기다. 당시 스위스 주재 대사이던 리수용은 자신의 차로 김정은을 통학시킬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고 한다.

 

북한을 방문한 안토니오 이노키 일본 참의원 의원(오른쪽)이 9월10일 리수용 노동당 국무위원을 만났다. © AP 연합


리수용, 김정은 스위스 비자금 관리하는 듯

 

리수용은 1998년 1월 스위스 대사에 임명된 이후 무려 12년간 같은 자리에서 일했다. 이수용이 스위스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건 1980년 6월 제네바 대표부 공사로 부임하면서다. 이후 대표부 대사와 제네바 주재 유엔 대표를 거쳤다. 무려 30년간 스위스에서 근무한 것이다. 대사 시절을 포함해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스위스에 머문 배경을 두고 북한 최고통치자의 비자금 관리를 리수용이 맡고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자금을 예치한 스위스 비밀계좌를 책임진 인물이라 교체나 자리이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이 후계자로 자리 잡은 2010년 4월 리수용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투자유치를 책임진 합영투자위원장을 맡겼다. 올해 76세의 고령이지만 리수용은 최고 핵심실세로 위상을 굳히며 김정은의 지근(至近)거리를 지키고 있다. 서방 정보 당국은 리수용이 김정은에게로 넘겨진 스위스 비자금의 열쇠를 여전히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오랜 기간 책임자로 일하며 누구보다 현지 사정에 훤할 것이란 점에서다. 특히 김정은의 변함없는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리수용에게 의지하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뿐 아니라 미사일 등 대량살상 무기의 해외 판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머쥐고 있다. 검은 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의 상당부분이 김일성과 김정일 비밀자금으로 해외 계좌에 보내졌고 이를 김정은이 물려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핵 개발 등에 엄청난 소요재원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막대한 비자금을 소유한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최고지도자일 것이란 진단도 내놓는다.

 

그렇지만 촘촘히 조여 오는 대북제재망을 김정은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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