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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당선” 여론조사 적중할까

트럼프, ‘브래들리 효과’로 막판 역전 기대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1(Tue) 16:00:31 | 14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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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기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보도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이 당신을 바보로 만들도록 두지 마라. 나와서 투표하라.” 미국 대선 투표일(11월8일)을 열흘 정도 남긴 시점에서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최근 유세에서도 “날조된 여론조사는 유권자를 투표장에 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트럼프의 당선을 원하지 않는 주류 언론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여론조사 조작의 증거는 없지만,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여론조사가 천차만별인 것은 사실이다. 일례로 AP통신의 여론조사는 전국적 지지율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약 14%포인트 우세를 보인다고 보도했지만, 트럼프에 우호적인 폭스뉴스는 힐러리가 단지 3%포인트 앞서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체로 모든 여론조사에서 힐러리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차이가 들쭉날쭉해 힐러리의 절대적인 우위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을 강조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더 나아가 대선 패배 시 불복 가능성을 위한 포석 마련이 핵심이다. 하지만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언론은 앞다퉈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사진)가 눈에 보이지 
않는 ‘표심’을 붙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AFP 연합, AP 연합


큰 이슈에서 나타난 ‘브래들리 효과’

 

‘브래들리 효과’란 1982년 펼쳐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과정에서 등장했다. 당시 민주당의 토머스 브래들리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듀크미지언 후보가 대결했다. 흑인인 브래들리는 전직 로스앤젤레스 시장으로 유색인종 등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도 86%의 지지율을 보여 당선이 확실했다. 현지 언론들이 그의 당선 기사를 미리 준비해 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브래들리가 1.2%포인트 차이로 패배해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용어가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다. 당시 백인층 유권자들은 높은 지명도와 뛰어난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던 브래들리를 부정할 경우, 자칫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어서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브래들리 효과’는 이후 다수의 선거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2000년대를 넘어서면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여론조사 기법이 발달해 투표 결과 예측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흑인인 버락 오바마 후보와 백인인 존 매케인 후보의 대결에서도 이러한 ‘브래들리 효과’가 회자됐지만 결국 오바마가 여유 있게 당선된 것도 한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첨예한 이슈를 다투는 투표에서 다시 ‘브래들리 효과’와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6월에 실시된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대표적이다. 투표 전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4%포인트 전후로 탈퇴 반대 여론이 앞섰다. 하지만 결과는 탈퇴 51.9%, 잔류 48.1%로 영국 국민들은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영국 국민들에게도 충격을 준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또 다른 ‘브래들리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대체로 나이 든 기존 보수층들은 이민 문제 등으로 EU 탈퇴를 내심 지지했지만, 이러한 속내를 드러내 놓고 밝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식인층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EU 잔류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졌기에, 영국의 보수층들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면 지각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비칠까봐 여론조사에서는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법이 아무리 발달해도 이것을 파악할 수 없기에, 거의 모든 여론조사 업체들이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는 예측에 실패했다.

 

 

첨예한 이슈에선 여론조사도 안 맞아

 

비슷한 사례는 10월2일 발표된 콜롬비아 평화협정에 관한 국민투표 결과에서도 나왔다. 52년간 지속된 내전을 끝내기 위해 콜롬비아 정부는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국민투표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거의 20%포인트 전후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 우위를 나타냈고 국제사회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결된 것이다. 이번 평화협정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FARC의 과거 행위에 대한 면책과 합법적인 정계 진출 등을 보장한 내용이었다. 콜롬비아 국민들은 내심 이러한 내용에 실망하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이를 드러내 놓고 밝혔다가는 자칫 내전 종식과 평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을 표명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반대를 표결하는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선을 불과 열흘도 안 남겨둔 시점에서 대체로 민주당 힐러리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간접 선거인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수가 많은 이른바 ‘대형주’를 많이 확보한 힐러리는 승패를 좌우한다는 ‘경합주(swing-state)’에서도 박빙의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의 말대로 여론조사일 뿐이다. 또한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즉, 여성 비하 발언과 성추문에 휩싸인 후보를 대놓고 지지한다고는 못하지만, 실제로 투표에서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숨은 표’가 실제 투표에서 나타날 경우, 박빙의 승부를 보이고 있는 경합주 선거 결과는 전혀 의외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전체 538명의 대통령 선거인단 에서 과반수인 270명을 먼저 확보하는 후보가 당선된다. 따라서 현재 힐러리의 확고한 우위가 아닌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모두 승리를 차지한다면, 트럼프도 과반수를 약간 넘는 선거인단을 확보해 승리할 수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가 조작은 아닐지라도 꼭꼭 숨기고 있는 속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면, ‘브래들리 효과’가 트럼프 대반란 역전극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이 각종 여론조사의 예상처럼 힐러리의 승리로 끝날지, 아니면 또 한 번 ‘브래들리 효과’가 나타나 트럼프 승리라는 대반란으로 귀결될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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