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회의원 ‘평화 깃발’ 든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11.02 10:58
  • 호수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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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F, 12월1일 美 워싱턴DC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결성

인류 역사는 어찌 보면 전쟁사(史)다. 유사 이래 지구촌에선 전쟁과 분쟁, 살상이 끊이지 않았다. 2016년에도 화약 연기가 지구촌 곳곳을 뒤덮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은 10월17일 이슬람국가(IS)의 거점도시 이라크 모술(Mosul) 탈환 작전에 들어갔다. 정부군 총공세로 1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발생했고 1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이 모술에 억류돼 공포에 떨고 있다. 한반도 역시 북핵 실험 등으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정치적 목적이든 경제적 약탈이든 종교적 갈등이든 전쟁과 분쟁 원인은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다. 해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선정되고, 올해는 52년간 계속된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과의 내전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인정받아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지구촌 평화는 요원하다. 몇몇 평화주의자나 단체의 헌신만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그런 면에서 세계 정치인들이 평화의 깃발을 들며 단체 결성에 나서 주목된다.

 

첫 단추는 우리나라에서 뀄다. 지난 2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세계의원연합) 창립 지지 결의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세계 40여 개국에서 온 국회의원 150여 명과 언론인, 종교지도자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45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선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축사했다. 세계의원연합은 천주평화연합(UPF·Universal Peace Federation) 주도로 현재 전 세계 권역별로 창립대회를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UPF 창립자인 문선명 총재의 성화(사망) 4주년을 기념해 진행되고 있다.

 

10월10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남미권 창립식 © UPF 제공

지난 2월 국회에서 창립 지지결의 행사 열려 

 

세계의원연합은 미래세대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전 세계 국회의원의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발의됐다. 영토분쟁과 인종갈등, 폭력적 극단주의, 빈곤 및 기아, 핵 확산 등 세계 평화를 방해하는 위협들에 공동 대처하자는 취지다.

 

우선 아시아·오세아니아권(圈) 세계의원연합은 7월28일부터 30일까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국제지도자컨퍼런스(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ILC) 행사를 통해 창립식을 가졌다. 당시 행사에는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 부부, 케사이 노트 전(前) 마셜제도 공화국 대통령, 아노테 통 전 키리바시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또한 호세 데 베네치아 전 필리핀 국회의장, 토마스 월시 UPF 세계회장을 비롯한 인도·호주·뉴질랜드·인도·태국 등 29개국 국회의원까지 합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선 배광덕 새누리당 의원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했다. 한학자 UPF 총재 기조연설을 대독한 문연아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회장은 “평화는 폭력적 분쟁과 갈등이 없는 것만이 아니라 화합과 균형, 상호 존중과 이타주의로 이뤄진다”면서 “세계 국회의원들이 평화를 위해 협력한다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세계의원연합 서(西)·중앙아프리카권 창립식은 8월8일부터 10일까지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에서 개최된 ILC 행사에서 열렸다. 당시 행사에는 나이지리아·콩고민주공화국·세네갈·기니·가나·가봉 등 24개국 국회의원 160여 명과 전·현직 장관 10여 명 등 모두 400여 명이 참석했다. 디오쿤다 트라오레 전 말리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인류는 서로 연결돼 있으며 국가를 넘어 공통된 법을 통해 사람들을 지켜 나가야 한다”며 “평화는 발전과 동의어다. 평화 없이는 발전이 없고 발전이 없으면 평화가 없다. 빈곤은 자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도자들이 바로 서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9월7일부터 9일까지는 ‘의회의 어머니(Mother of Parliament)’로 불리는 영국 런던의 국회의사당에서 유럽·유라시아·중동·북아프리카권 세계의원연합 창립식이 열렸다. 당시엔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알바니아 대통령, 팻미어 세즈디우 전 코소보 대통령, 문선진 UPF 세계의장 등이 참석했다. 또한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헝가리·터키 등에서 국회의원과 종교지도자 등 40여 개국 15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알바니아 대통령은 당시 간담회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치인들이 서로 논의하는 게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평화를 위한 정치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힐릭 바르 이스라엘 국회의장은 “중동에서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라며 “그 해결책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문서화된 약속을 실천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디오쿤다 트라오레 전 말리 대통령이 8월9일 서(西)·중앙아프리카권 창립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UPF 제공

前 말리 대통령 “평화는 발전과 동의어”

 

세계의원연합 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권 창립식은 10월6일부터 8일까지 코스타리카 국회의사당 등에서 개최됐다. 이 지역 행사가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서 열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코스타리카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1821년 독립 이후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었다. 또 군부 쿠데타 없이 200여 년 간 민주정부를 유지했다. 특히 호세 피게레스 페레르 대통령은 1948년 군대를 공식 폐지했다. 유엔총회 결의와 국제협약에 의해 설립된 유엔평화대학(Unversity for Peace)이 산호세에 설립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당시 행사에는 멕시코·파나마·자메이카 등 20여 개국 각료와 국회의원·시장·대학교수 등 25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시 행사는 공영방송인 ‘채널13’에서 생중계하는 등 현지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엘레나 차콘 코스타리카 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평화는 유엔 헌장 전문에 들어갈 만큼 중요한 주제다”면서 “평화는 전쟁의 부재(不在)만이 아니라 인권문제 해결, 분쟁 예방, 군비 축소, 평화 교육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타리카 국회는 의결을 거쳐 한학자 총재에게 ‘특별평화공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곧바로 10월10일부터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열린 남미권 창립식에서 페데리코 프랑코 전 파라과이 대통령은 “세계의원연합이 앞으로 주(州)의회, 시의회까지 확대돼 인권·환경·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UPF는 이 같은 권역별 창립대회를 계속 이어간다. 11월5일부터 7일까진 잠비아에서 동(東)아프리카권, 11월15일부터 17일까진 일본 도쿄(東京)에서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올해 전 세계에서 치러진 권역별 창립대회는 11월28일부터 12월1일까지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결실을 맺는다. 바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식이 열리는 것이다. 세계 평화를 위한 ‘세계의원연합’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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