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최순실 재단’ 입금 날, 대통령은 말했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11.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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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최순실․박근혜 ‘거래’의혹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0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동개혁과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은 미르재단 설립일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도 아귀가 딱 맞을 수 있을까. 최순실씨가 대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모은 창구로 지목된 미르․K스포츠재단과 박근혜 대통령 연설 시기의 관계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재벌 대기업이 재단에 돈을 입금하기로 약속한 뒤에는 곧바로 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기업에 우호적 입법 촉구를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1월4일 《프레시안》에는 ‘재벌이 입금하자, 박근혜-최순실이 움직였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의 기고다. 우 위원장은 칼럼에서 “'조폭들은 단순하다'라는 전제하에 나는 날짜를 보았다. 뇌물을 받았으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조폭들의 법칙”이라면서 대기업과 정부․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통해 거래한 의혹을 제기했다.

 

우 위원장의 주장처럼 박 대통령과 정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모금 과정의 중대한 ‘미션’이 끝날 때 마다 대기업에 우호적인 입법을 촉구했다.

 

우선 미르재단 설립일을 보자.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27일 설립됐다. 하지만 대기업의 ‘입금’또는 ‘입금 약속’은 그 이전에 대부분 성사됐다.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삼성․현대자동차․SK 등 대기업들은 500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증서를 10월26일에 이미 작성했다.

 

대기업의 미르재단 출연증서가 작성된 다음날인 10월27일 박 대통령은 2016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 내용은 이렇다.

 

“3년째 상임위에 묶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처리되면,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을 조속히 처리해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의료법'도 하루속히 통과시켜서 우리 의료산업 발전의 물꼬를 터주시기 바랍니다. 노동개혁은 노사정 합의로 첫 걸음을 내디뎠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지만, 결국 이를 완성하는 것은 국회의 몫입니다.”

서비스․관광․의료 관련 사업의 규제를 풀고 노동법 개정도 하자는 내용이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은 경제활성화법(▲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개혁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 4법으로 나눌 수 있다. 모두 ‘재벌 규제 완화’ 법으로 지목돼 비판의 도마에 오른 법안들이다. 경제활성화법은 공공서비스인 의료를 민영화하고, 결과적으로 대기업 소유의 대형 영리병원이 등장한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노동4법 역시 ‘저성과자 해고’․파견노동자 기간 연장 등으로 ‘노동개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들은 바 있다. 이외에도 관광진흥법 역시 특급호텔 건립 관련 규제를 풀면 대기업의 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야권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 시사저널 디지털뉴스팀

미르재단과 ‘쌍둥이’라고 불리는 곳, K스포츠 재단도 박 대통령의 연설날짜와 상관관계가 있다. 이 재단이 공식 등장한 것은 2016년 1월13일이다. 하지만 《한겨레》에 따르면 이 재단도 대기업들로부터 미리 269억원의 출연증서를 받아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이 맞다면 대기업이 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내겠다는 약속은 2015년 12월24일부터 올 1월12일 사이에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 모금이 마감된 직후인 1월13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역시 앞서의 ▲경제활성화법▲노동4법 입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위기를 딛고 다시 한 번 비상할지, 아니면 정체의 길로 갈지 여부는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제가 수없이 반복해서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이 반드시 19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절박한 심정 때문이고, 그것이 우리 경제를 30년, 50년의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는 중요한 디딤돌이기 때문입니다.…(중략) 개혁과제 중에서도 노동개혁은 한시가 급한 절박한 과제입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이 ‘일자리 비상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서비스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나 되고, 의료․관광․금융 등 청년들이 선망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대 6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무려 1474일째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입니다.“

박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날인 1월13일에는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의소 등 경제단체가 움직였다.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국민운동 추진 본부'를 만들었다. 경제활성화법․노동4법을 처리하자는 서명을 받는 일을 시작했다. 1월18일 박 대통령은 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며 시민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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