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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김정은 우상화 아킬레스건은 外家 ‘친일’ 행적

내년 김정은 생일 국경일 지정할지 정보 당국 촉각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09(Wed) 14:30:30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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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왼쪽)이 자신의 생일에 맞춰 방북한 전 NBA 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EPA 연합


 

요즘 대북(對北) 부처의 정보 분석요원들은 내년도 북한 달력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의 대북 소식통이나 방북 교포 등을 통해 실물 입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1월 달력 가운데 8일이 어떻게 표기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때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3회 생일을 맞는 날이다. 북한이 공휴일로 삼거나 김일성·김정일 생일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할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정보 기관 관계자는 “내년 1월8일은 일요일이라 휴일 지정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흘 연휴로 만들거나 김정은 출생일이란 점을 처음으로 명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북한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의 생일을 휴일로 지정하지 않았다. 해마다 이런저런 설이 나왔지만 미뤄졌다. 하지만 내년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이 그럴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0월11일 보도에서 “다음 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축하하며…”라는 언급을 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생일을 ‘은하절’로 부르기로 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정은의 생일은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아왔다. 한·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10대 때 스위스 조기유학을 하며 평양과 베른을 오갈 때 여권 정보를 파악해 그의 생년월일이 ‘1984년 1월8일’이란 점을 파악했다. 또 2014년 1월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농구경기에 참가한 전미프로농구협회(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친구인 김정은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사실상 생일임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생일이 1월에 있다는 점과 함께 내년부터는 이를 공식화할 것임을 처음 드러낸 것이다.

 

 

1월8일 김정은 생일 공휴일 지정 여부 관심

 

김정은 생일을 공휴일이나 명절로 삼는 건 그에 대한 우상화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단순한 찬양 선전이나 이른바 ‘위대성 교양’을 넘어 수령으로 떠받들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또 집권 5년을 넘기면서 김일성·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홀로서기 하려는 김정은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에는 조선중앙TV로 김정은을 우상화하는 기록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백두의 혁명위업을 계승하시어’란 동영상에서는 김정은과 관련해  “16살 때 김일성의 업적을 논문 대작으로 완성한 사상이론의 천재”라고 찬양했다. 김일성군사종합대 재학 때는 매일 3〜4시간만 자면서 공부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같은 해 11월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어린 시절 총도 쏘고 승용차도 운전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김정은 찬양 기사를 실었다. 조선신보는 당시 평양에서 김정은의 비범함을 다룬 책이 발간됐다면서 김정은이 어렸을 적부터 “세계 정치는 물론 군사를 비롯한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했다”고 선전했다. 또 올 1월에도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지명되기 훨씬 이전인 17세 때 김정일의 현지시찰을 2차례 수행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낙엽을 밟고 강을 건넜고, 솔방울로는 폭탄을 만들었다”는 황당한 얘기가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혁명일화’가 된다. 이른바 항일혁명 시기에 이런 신비로운 묘술을 부리며 일본군들을 피해 다녔다는 레퍼토리다. 각급 학교와 공장·직장·군부대 등에서는 이를 학습하고 ‘위대성 토론회’까지 열도록 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자신의 행적을 미화하기 위해 조작과 미화·과장 등의 작업을 거쳤다. 그의 손자인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은 되풀이되고 있다.

 

 

김정은 생모 고영희는 재일동포 

 

그러다 보니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정은이 김일성군사종합대에서 포병술을 배웠다고 주장해 온 북한 당국은 정작 재학 당시의 사진을 한 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식량난으로 주민 200만~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전해지는 1990년대 중후반 김정은이 해외 조기유학을 하고 있었다는 걸 공개하긴 어렵다. 김정은 우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2004년 5월 사망)가 과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멸시받던 재일동포 출신이란 사실도 김정은 가계 우상화의 걸림돌이다. 195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영희는 10살 때 만경봉호를 탄 북송 재일교포다. 아버지 고경택은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평양에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정일 눈에 들었다. 북한이 고영희 띄우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주민들의 편견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선 북송 재일교포를 ‘째포’라며 비하해 왔다. 이런 배경에서 일부 주민들은 “원수님(김정은)은 백두혈통이 아니라 후지산 줄기”라고 비아냥거리는 말도 나온다는 것이다.

 

고영희의 아버지가 일제강점기 육군성이 관할하는 군복공장 간부로 일한 경력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조총련 등을 통해 고영희 관련 일본 행적 지우기에 나섰지만 군수공장이 비밀로 부쳐온 자료가 최근 공개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제주 출신인 고경택은 일제시대인 1929년 일본으로 건너가 육군성이 관할하는 히로타 군복공장에 들어갔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김일성이 항일투쟁에서 맞섰던 일본군의 군복을 만들어준 게 며느리 고영희의 부친이란 얘기가 된다.

 

북한은 김일성이 소련군 장교로 복무하던 1941년 브야츠크 병영에서 낳은 아들 김정일의 출생연도를 42년으로 바꿔 ‘백두산 밀영(密營·비밀캠프)’ 신화를 조작해 냈다. 김일성과 그의 부인 김정숙, 아들 김정일을 백두산 3대 장군으로 찬양했다. 김씨 3대 세습정권을 미화한 ‘백두혈통’이란 표현이 사실은 조작된 백두산 신화에서 비롯됐다. 정권의 기반이 사실조작과 역사왜곡에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정은은 자신의 조기유학 공백을 거짓 자료로 채우고, 가계 우상화와 찬양선전에 나설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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