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변호사 무죄” 공인중개 시장은 대혼란 시대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1.0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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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덕방 변호사’ 공승배 1심 무죄 판결 선고…중개 수수료 인하·변호사 업무 확대 등 주목
11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했다는 이른바 '복덕방 변호사' 논란으로 기소된 '트러스트부동산' 대표 공승배 변호사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부동산 매물 중개 서비스 ‘트러스트 부동산(www.trusthome.co.kr)’.

 

사상 처음으로 변호사들이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어 차린 플랫폼이다. 부동산 직거래 계약에 변호사가 법률 자문을 해주면 자문료 명목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공승배(45) 변호사가 11월7일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변호사의 행위를 ‘법률자문’이 아닌 ‘중개업무’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호사의 공인중개업무를 1심 법원이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어 이 판결이 향후 중개 수수료 인하나 변호사들의 부동산 중개 시장 진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졌다. 공 변호사는 직접 최후진술에 나서 “공인중개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대신에 저를 형사고발했다”며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상 사람들이 변호사의 믿음직한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받을 수 있는 새 지평이 열리느냐, 이 절호의 기회가 사라져 버리느냐가 결정된다”고 호소했다. 7명의 배심원단은 무등록 중개업, 유사 명칭 사용, 중개 대상물 표시∙광고 등 3가지 공소 사실에 대해 각각 4대 3으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최대 수수료 99만원으로 공인중개사 협회 반발

 

트러스트 부동산은 개업 초기인 지난해 12월부터 논란이 됐다. 특히 한국공인중개사협회(공인중개사협회)의 반발이 컸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변호사가 공인중개업을 하는 것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이 중개업을 하도록 제한한 현행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트러스트 부동산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발 조치 등을 했다. 

 

이에 대해 트러스트 부동산의 변호사들은 “적절한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활동일 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며 “매수·매도자 간 직거래를 유도하기 때문에 중개업무가 아니라 법률자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3월 트러스트의 첫 거래(강남구 역삼동 빌라 전세 계약)가 이뤄지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강남경찰서는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7월19일 공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인중개사협회가 트러스트 부동산에 반발하는 이유는 변호사들이 책정하는 낮은 ‘수수료’로 인해 영역 침해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통상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매매거래에서는 ▲5000만원 미만 0.6%, 25만원 ▲5000만원~2억원 0.5%, 80만원 ▲2억원~6억원 0.4%, 한도 없음 ▲6억원~9억원 0.5%, 한도 없음 ▲9억원 이상 0.9% 이하에서 중개자와 거래자가 합의한다. 그러나 트러스트 부동산의 경우 수수료는 45만원 혹은 99만원으로 책정돼있다. 2억5000만원 미만의 주택을 매매할 경우는 45만원, 2억5000만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경우는 99만원이다. 9억원 이상의 주택이라고 해도 99만원을 넘지 않는다.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경우 공인중개사에게는 최대 900만원을 내야하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을 통하면 9분의 1 수준인 99만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전∙월세의 경우 0.15~0.8%까지 책정된 공인중개사 수수료와 달리, 트러스트 부동산에서는 3억원 미만은 45만원, 3억원 이상은 99만원의 수수료가 책정된다. 거래 금액에 따른 비율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래금액에 상관없이 수수료 최대 99만원’을 내건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6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공인중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0.5%로 합의했을 경우 300만원이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을 이용할 경우 99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대한변협 “부동산시장 선진화되는 계기”

 

트러스트 부동산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과거 공인기관의 해석이 엇갈릴 정도로 이견이 맞서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공인중개사협회가 트러스트 부동산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하자 ‘변호사들이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고 업체를 설립해 중개행위를 하면 공인중개사법 위반’이라고 회신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부동산매매와 관련된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수행이 가능한 업무”라며 부동산 계약에 대해 자문의 일환으로 중개행위나 알선도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하창우 대한변협회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민들은 법률전문지식이 있는 변호사를 통해 값싸게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대차할 수 있고, 변호사는 부동산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국민들이 변호사로부터 부동산시장에서 원스톱으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부동산시장이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승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부동산 중개서비스 개혁과 국민 선택권 확보를 염원하는 소비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부동산은 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인중개사 중심의 부동산 거래 시장이 가진 법률 전문성 부족, 과도한 중개수수료 등 고질적인 문제들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부동산 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트러스트 부동산을) 설립한 것”이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협회 “변호사 중개업 인정한 판결 아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내부 회의를 통해 대응 방식을 결정할 방침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변호사도 중개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공 변호사를)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중개업무를 했다고 판단하지 않은 것”이라며 “증거 자료가 보충이 될 수 있다면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자료들을 내부적으로 보완해 추가 제출하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의 중개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변호사들의 부동산시장 진출은 칭찬해주어야 할 개척적인 시도”라면서도 “변호사가 중개업무를 하면서 저가(低價) 전략을 취한 것은 문제다. 결국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만약 변호사들에 의한 중개업무가 저가화돼 늘어날 경우 실질적으로 변호사가 아닌 직원들의 업무가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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