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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나오는 영화 보면 후회 없다는 믿음 주고파”

‘칸의 여왕’ 전도연의 솔직 인터뷰 “후배들 중 유아인씨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3(Sun) 13:00:30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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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제공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도, 둘째도 연기력일 것이다. 외모까지 수려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면 롱런할 것이 분명하다. 전도연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재단해 내고, 상대 배우가 누구든 가장 빛나게 만들어주며, 존재 자체만으로도 작품에 무게가 실리는 배우다.

 

2007년 영화 《밀양》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줄곧 영화에만 출연해 온 전도연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칸의 여왕’이라 불린다. 대중에게는 사랑을, 언론과 평단에서는 인정을 받았고,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딸도 얻었다. 세상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도 남모를 고충이 있었던 걸까.

 

“칸에서 상을 받은 후, 영화만 찍으면 항상 받을 수 있는 게 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 붙은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워 빨리 털어내고 싶고, 벗어나고 싶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지난해 개봉한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혹평을 받아서 힘들었던 것도 사람들의 기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힘들어하던 그녀를 웃게 한 건 대선배 윤여정이었다. 2010년 영화 《하녀》에서 호흡을 맞춘 뒤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두 사람. 윤여정은 전도연의 정곡을 찔렀다. 

 

“흥행이 되지 않아 속상해하고 있을 때 윤여정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힘내라면서 ‘칸의 여왕이라는 부담감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지 않는 한 떨쳐내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넌 영어 못하잖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마음의 짐을 다 내려놓고 한참 웃었어요. 굳이 벗어나려고 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전도연의 바람은 단순했다. ‘전도연이 출연하는 작품은 재미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것.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놓고 보더라도 믿고 보는 배우이고 싶은 것뿐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드라마 《굿 와이프》였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11년 만에 시청자와 만난 작품인데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오래 함께한 매니저가 ‘편하게 하면 되는데 왜 힘든 선택을 하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른 배우들에게 묻어가는 게 뭐죠? 어떤 작품이든 저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스태프와 제작진의 케미가 좋아야 되는 건데, 어떻게 감히 누가 누구에게 묻어갈 수 있겠어요. 그런데, 만약 드라마 제의가 들어오면, 저는 우아하게 영화배우라고 말하면서 거절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드라마만의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힘들다고 마냥 안 하기에는 드라마를 통해 제가 얻은 것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 출연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어요.”

《굿 와이프》에서 전도연은 사랑을 이야기했다. 남편만 바라보고 살아온 한 여인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불륜과 사랑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해 온 결과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얻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에요. 제가 출연한 영화들이 장르적으로 다양하다고 말씀하시는데, 첫 영화부터 지금까지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를 끊임없이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선 사랑을 좇기 힘들기 때문에 저도 영화를 찍으면서 꿈을 꾸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굿 와이프》를 통해서 생각한 건 좋은 아내, 좋은 남편에 대한 기준이에요. 이렇다 할 기준은 없지만, 얼마나 서로를 믿고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도연은 딸에게만큼은 무한한 사랑을 주고 싶은 여느 평범한 엄마였다. “딸은 제가 지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예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요. 제 딸이 항상 기도하는 게 있는데, 뭔지 아세요? 착한 엄마가 되게 해 달라는 거예요(웃음). 하지만 기도한다고 이뤄지면 그게 어디 소원인가요? 아직까지 착한 엄마는 아니에요.” 전도연은 딸이 엄마처럼 배우를 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칸의 여왕’을 넘어설 수 있을 만큼 연기를 잘한다면 하라고 하겠다”며 특유의 화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우 전도연 © 매니지먼트숲 제공


“제 딸 소원은 ‘착한 엄마’가 되게 해 달라는 것”

 

아이를 잃은 엄마 역할을 맡아 진한 모성애를 연기한 《밀양》. 칸도 인정한 연기지만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었던 그녀가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어디 쉬웠을까. 그녀는 옳은 연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었다. 

 

“제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기는 하지만, 제가 ‘엄마’를 흉내만 내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어요. ‘가짜 같다’는 생각으로 자책을 많이 했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결론이 없더라고요. 이창동 감독님이 진짜를 보여달라고 하는데, 그게 어떤 건지 몰라 원망하기도 했고요. 다만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인물과 감정에 더 빠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연기 ‘잘’하는 후배 배우들은 기분 좋은 자극제라는 전도연. 나이가 들어서도 멜로를 찍을 수 있는 여배우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속 감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고. “젊은 배우들을 항상 눈여겨보진 않지만,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아인씨가 보기 좋더라고요. 열심히 하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면과 재능이 큰 에너지처럼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녀는 이런 다짐을 마지막으로 내놓았다.

 

“저는 그냥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후회가 없다는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스스로 채찍질을 멈추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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