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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트럼프 지지자의 투표의지가 ‘훨씬’ 강했다

美 대선 여론조사 예측 빗나간 원인 분석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5(Tue) 06:00:29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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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11월8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 결과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 EPA 연합


 

선거는 지지율의 단순 수치도 중요하지만 지지층의 투표의지도 중요하다. 투표의지가 강한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간다. 반면 투표의지가 약한 유권자들은 어떤 의견을 지니고 있고, 누군가의 지지층이라 하더라도 투표장에 덜 나가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선거 결과가 애초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10가구로 구성된 어느 마을이 있다고 하자. 마을 한가운데 공동우물을 만들자는 주장을 누군가가 했다. 의견을 각 가구들에 물어보니 6가구는 찬성하고 4가구는 반대했다. 마을 주변부에 사는 가구들은 마을 중심부에 갔을 때 공동우물이 있으면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고, 마을 중심부에 사는 4가구는 가구 보유의 우물이 있는데 공동우물을 만들면 자기들 우물의 수량이 줄어들 것이 염려돼 반대했다.

 

마을 대표는 투표로 결정하기로 결정했다. 사전에 조사된 대로 찬성 6, 반대 4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찬성 3, 반대 4였다. 3가구는 당일에 밭일을 나가느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을 주변부에 사는 가구들이었다. 개별 가구 소유의 우물 수량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마을 중심부의 4가구는 모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지만, 마을 주변부 가구들은 공동우물이 마을 중앙에 생기면 마실을 나갔을 때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긴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반면에 마을 중심부 가구들은 직접 피해가 발생하므로 공동우물 설치 무산이 절실했던 것이다.

 

 

투표의지가 투표 결과 바꿀 수 있어

 

이것은 투표의지가 실제 여론과 다르게 투표 결과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화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유럽연합을 탈퇴함으로써 이민자의 유입을 막고 영국민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투표의지가 더 강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가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사전 여론조사에서 예측하지 못한 것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투표의지가 훨씬 강했는데 이를 포착하지 못하고 단지 수치 비교만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노선이 미국민들의 자국에서의 일자리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본 트럼프 지지자들의 적극적 의지가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낫다는 막연한 생각의 힐러리 지지자들보다 투표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여론은 후보의 지지율이 높고 낮음의 수치 외에 강도(strength)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실제 선거에서 트럼프가 선전(善戰)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이른바 브래들리 효과( Bradley effect)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브래들리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흑인이었다. 경쟁자는 백인이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 브래들리는 큰 격차로 앞섰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브래들리의 패배였다. 소수인종을 공개적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가치로 인해 유권자들은 브래들리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지지한다고 거짓 대답을 한 것이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같은 백인을 선호하는 기류가 컸는데, 이것의 자유로운 표출은 제약됐고 비밀선거에서 드러난 것이다. 이렇게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비(非)백인 후보가 우세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뒤집어지는 것을 브래들리 효과라고 부르게 됐다.

 

이번 미 대선에서 두 후보 모두 백인이었지만 브래들리 효과가 나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힐러리는 히스패닉과 흑인 등 소수인종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백인이 아닌 이민자의 권리에 대해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의 유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여러 차례 표출함으로써 백인의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소수인종에 대해 차별적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사회적 가치로 인해 트럼프 지지자들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 표출을 스스로 제약했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브래들리 효과가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종의 ‘숨은 표’ 현상인데 이렇게 의지의 차이, 내면을 숨기는 침묵 현상을 충분하게 계산해 내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런 현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소위 과학적 기법으로 계량해 내는 일은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숨은 표 현상은 우리 선거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영남에서 새누리당 이외의 정당 소속 후보들과 무소속 후보들이 다수 당선됐다. 이들의 선전 가능성이 포착되긴 했지만 사전 조사에서 당선을 확신할 수 있는 지표로 나타나지는 못했다. 해당 지역의 기존 주류적 정서와 다른 인물을 뽑아야 하는 유권자들로서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투표의지의 문제 역시 빈번하게 확인된다. 대체로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여당 지지층의 투표의지는 약화된다. 반면 야당 지지층의 투표의지는 강화된다. 여당 지지자들은 정권을 탄생시키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결집도가 느슨해진다. 또 정권이 주요한 평가의 대상이 되는 과정에서 실제 기대했던 바와 다른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지지의 적극성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심판하고자 하는 상대편 정치세력의 지지자들은 더욱 의지가 커진다. 그래서 정권 후반부에 실시되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패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정권 후반기 야당 지지층 투표의지 강해

 

한국도 이제 대선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과연 누가 투표의지가 강한 지지자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권의 초대형 악재가 터진 여당으로서는 느슨해진 여권 성향층의 결집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대선에서 상당한 고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지 강도가 센 지지층을 지닌 정당과 후보들은 정치적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회복이 수월하고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유명세를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지층과의 끈끈한 유대감을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악재가 터질 경우 쉽게 지지층이 빠져나가곤 한다. 과거 고건 전 총리는 40%에 달하는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적극적 지지층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 공세에 쉽게 지지율이 사라져버렸다.

 

인종적 편견을 지닌 사람으로 인식될 것으로 우려해 내심을 숨기는 브래들리 효과가 한국에선 없겠지만, 유권자의 현실적 요구에 대해 모호하게 말하는 인물보다 다소 신사적이지 못한 것 같지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물에게 마음을 보내는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또 막연한 우호층보다는 적극적인 지지층을 지닌 정치세력이 결국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후보자나 정당들은 지지자들을 단순히 확대하려는 것뿐 아니라 유권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노력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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