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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검찰과 도쿄지검 특수부

‘최순실 게이트’ 검찰 신뢰 회복할 마지막 기회

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5(Tue) 16:00:29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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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태와 관련해 검찰 및 특검 수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11월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사선서문 앞으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올해 8월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논의가 한창이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공동법안을 발의하고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검찰권의 핵심인 ‘기소독점권’과 ‘기소재량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대한민국에서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소권을 가진 사람은 검사뿐이다. 기소 독점권은 검사의 가장 막강한 권한인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은폐를 원하는 사건은 검사의 독점적 권한으로 인정되는 수사종결권과 기소독점권·기소재량권을 이용할 수가 있어서 ‘비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검찰은 제 식구인 검사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내부의 비리를 알게 되거나 또는 뇌물을 받은 경우에 수사를 종결하고 공소제기를 하지 않음으로써 법의 처벌을 받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 권력의 핵심인 기소독점권·기소재량권이 검찰 비리의 원동력이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검찰은 국민들의 평가를 제대로 받게 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수사받고 있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누구는 검찰이 아닌 경찰의 공권력 앞에서도 기가 죽어 침도 제대로 못 삼키는데 누구는 검찰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여유 있는 웃음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최순실씨가 설렁탕을 먹고 또 과자까지 먹었다는 사실에 왜 그들에게만은 검찰이 관대한지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도쿄지검 무한 신뢰받는 이유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깨야 진정한 검찰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한 국회의원은 “우리 검찰이 도쿄지검 특수부처럼 사명감으로 자기 본분을 다해 법집행을 할 것으로 믿는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이나 되느냐”는 말을 했다. 도쿄지검 특수부. 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일본의 정·관계는 도쿄지검 특수부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벌벌 떤다. 실제 일본에서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잡히면 핏줄까지 벗겨진다”는 말이 회자된다. 일본 국민들은 도쿄지검 특수부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를 가지며 전폭 지지를 한다.

 

피의자 신분으로 카메라 앞에 선 최순실씨를 보고 ‘대역이다’ ‘가짜다’라는 보도에 대해 우리 검찰이 지문 대조를 했다고 브리핑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검찰을 믿지 못해 대역이라는 의심이 나올 정도라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48년 ‘쇼와전기 사건’, 1968년 ‘일본통운 사건’, 1976년 ‘록히드 사건’, 1988년 ‘리크루트 사건’ 등 권력형 비리를 긴 세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고 추적해서 끝까지 단죄함으로써 지금의 신뢰를 얻게 됐다. 특히 록히드 사건 당시 전직 총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를 기소하면서 “오직 증거를 따라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는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남긴 말은 아직도 유명하다.

 

그런 신뢰를 얻었던 도쿄지검 특수부도 위기가 있었다. 바로 1992년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최고 실력자 가네마루 신(金丸信)이 택배회사의 검은돈 5억 엔을 받은 사건에서 성역 없는 수사로 유명한 도쿄지검 특수부가 그해 9월28일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그를 20만 엔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도쿄지검 정문에 페인트통이 날아들어 청사 현판이 더럽혀지고, 시민들의 투석으로 마쓰야마(松山) 지검 청사 창유리가 깨졌다. 검찰에서 조사받던 다른 범죄 피의자들이 “나도 가네마루처럼 벌금 내고 나가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검찰 내부도 “거악(巨惡)을 척결해 줄 곳은 검찰뿐이라고 국민 모두가 믿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났으니 이제 누가 우릴 믿어줄 것인가”라며 한탄을 했다. 아내로부터 “검사 아내인 것이 부끄럽다”는 말을 들었다는 한 검사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부 분위기는 더욱 침통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국민들의 비난에도 묵묵히 가네마루를 추적해 그를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일본 정계의 실세(實勢)를 제대로 잘라낸 것이다. 이 사건으로 38년 동안 계속된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가 끝이 났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가네마루에게 처음에 벌금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검찰 수뇌부가 그를 비호하고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쿄지검 특수부는 절대 좌절하지 않고 긴 세월 동안 계속 증거를 모으고 추적한 결과, 결국 명예를 되찾게 된 것이다.

 

 

우리 검찰은 국민 신뢰 왜 못 받나

 

우리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국민들은 검찰을 더 이상 믿지도 않는다. 벤츠검사·샤넬검사 등의 치욕스러운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더 이상 실망할 것도 없다고 했다.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 우리 검찰은 왜 못하는 것일까.

 

검찰동일체 원칙이라는 말이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프랑스에서 유래해 일제강점기 때 전해진 것이다. ‘검찰 조직은 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이 원칙이 만들어진 건 범죄 수사와 기소 등에 있어 검사들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막기 위해서였다. 검사들이 제각각 수사하고 기소하면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때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조항으로 명문화된 이후 검사동일체 원칙은 50년 넘게 검찰을 지배해 왔다.

 

2003년 12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을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로 바꿔 검사의 이의제기권을 도입했다.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과 상명하복 규정이 법률에서 사라져도 검찰 조직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김홍영 검사 자살에서 아직도 상명하복 동일체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검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청법 제4조 검사의 직무를 보면 ①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 ②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 검찰의 권위와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 이제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온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멋지게 끝까지 그리고 시원하게 해결해 주면 된다.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검찰 조직에 들어선 본인이 검사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된다. 최후의 자존심을 보여주길 바란다. 검찰청법 제4조 검사의 의무를 가슴에 새기면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검찰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그리고 존경과 사랑을 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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