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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비박 결국 ‘마이웨이’ 하나

‘최순실 게이트’ 수습안 놓고 정면충돌…分黨 가능성 커지고 있어

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6(Wed) 10:38:18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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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뒷모습)가 11월2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의 언쟁을 지켜보다 자리를 박차고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한 지붕 두 가족’. 새누리당의 내분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 등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놓고 친박과 비박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양측은 각자 세몰이와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비박계는 일단 지도부에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다. 당을 해체한 뒤 당명과 로고를 바꾸는 등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11월13일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재창당을 결의했다. 비박계 의원뿐만 아니라 남경필 경기지사 등 당 소속 시·도지사와 원외위원장까지 참석했다. 재창당론 확산을 위한 세몰이에 나선 셈이다. 비박계는 “건강한 보수를 만들고 당 해체 후 재창당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 사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호 전 최고위원은 “새로운 보수들이 모여서 우리 당원들과 국민이 원하는 보수 정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당명과 로고까지 바꿔 현재 집터 위에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박계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통한 당 쇄신을 구상하고 있다. 비대위를 이끌 당내 인물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가 거론된다. 박 대통령이 2011년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비대위원장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는 룰을 만들어 놓은 만큼 두 사람은 비대위원장을 발판으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친박계가 영입하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두 사람에겐 보수의 위기인 지금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친박·친노 배제한 제3지대 세력화하나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적이 있는 데다 개혁적인 이미지가 강해 당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다. 특히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경제전문가로 경제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보수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에서 유 전 의원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악화된 TK 민심을 되돌릴 수도 있다.

 

김 전 대표는 여전히 당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그가 강한 추진력으로 재창당을 이끌 경우 당내 위상이 더욱 강화되면서 활동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헌론자인 김 전 대표가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혁신한 뒤,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경우 여당이 개헌을 고리로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비박계의 다음 카드는 분당이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강성 친박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박계 의원은 “박 대통령과 강성 친박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며 “재창당이 안 되면 분당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만약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분당을 이끌 인물로는 김 전 대표가 꼽힌다.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 탈당과 지도부 사퇴, 재창당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강 전 최고위원과 김성태, 김학용 의원 등 김 전 대표 측근들도 김 전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김무성계는 15명에 달한다. 김 전 대표가 분당을 결행한다면 30여 명이 동반 탈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은 두 가지 방식이 거론된다. 비박계가 강성 친박으로 구성된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들거나, 내부에서 친박계의 탈당을 유도하고 당명과 강령 등을 바꿔 중도세력을 흡수하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이 분당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는 친박 지도부 사퇴와 박 대통령의 2선 후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 만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도세력과 정계개편을 추진할 공산이 높다. 이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등 비박계 인사들이 외부에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제3지대 세력화를 선점한 국민의당도 비박계와의 결합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들은 친박과 친노(친노무현)계를 배제하고 다른 정치세력을 통합한 ‘중도정권’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친박계는 김 전 대표를 당 분열의 배후로 지목하며 비판하고 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김 전 대표의 (대통령 탈당) 발언은 국민은 물론 당원의 동의도 얻기 어렵다”며 “당을 아끼는 여러 사람들의 걱정을 배로 증가시킬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비주류의 행동은 국민은 물론 당원들의 동의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당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당을 가르고, 당을 더 어렵게 하는 발언들은 당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고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분당 논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도

 

친박계는 탈당을 거론하는 비박계에 “나갈 테면 나가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보수 진영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분당을 논의해 왔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선 탈당하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집 나가면 시베리아’라는 금언(金言)이 통용될 정도다.

 

보수가 탈당해 성공한 사례는 극소수다. 1995년 거대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측근 의원 9명을 데리고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했던 것이 ‘분당’에 가까운 탈당이자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다. 2008년 서청원 의원이 이끈 친박연대도 14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새천년민주당처럼 거의 반으로 쪼개지는 수준의 분당은 보수정당에 없었다. 1997년 신한국당을 탈당한 이인제 전 의원이 만든 국민신당, 2000년 조순·김윤환 전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국민당, 2002년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한국미래연합 등은 실패 사례다.

 

그럼에도 향후 정국상황에 따라 여당의 분당 여부가 유동적이란 시각이 많다. 여당이 분당으로 치닫는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의 사태 수습이 미흡할 경우 야당과 국민이 합심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다. 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들이 일방적 개각으로 정국을 파행시켜 놓고, 여론과 정치권의 동향에 따라 ‘찔끔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는 국민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어 하야 정국을 자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이 사퇴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른다면 비박계의 선택은 분당밖에 없다. 정치적 탄핵을 받은 박 대통령과 친박을 당에서 내보내고 대선후보를 최대한 빨리 선출해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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