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행위 잔혹사, 그 시작은 2005년이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1.1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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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늘어도 매년 부정행위 증가…최근 5년간 910건에 달해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2012년 11월8일 서울 종로구 풍문여고에서 감독관 선생님들이 수험생들의 핸드폰을 수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입 금지 물품 꼭 체크하세요.”

11월17일 2017학년도 수능시험을 앞두고 응시생들이 숙지해야 될 것이 있다. 수능 시험장의 반입금지 물품과 부정행위 유형, 처벌 규정 등이다. 반입물품 제한은 갈수록 강화된다. 부정행위 단속도 더욱 엄격해졌다. 교육부는 ‘수능시험 부정행위 예방대책’을 반영해 스마트워치∙스마트센서 등 웨어러블(wearable) 기기와 통신 기능이나 전자식 화면표시기(LCD, LED)가 있는 시계 반입을 금지했다. 

 

작년에는 되던 게 올해는 금지된 것도 있다. 작년 수능에는 시각표시, 교시별 잔여시간 표시, 연/월/일/요일 표시기능이 있는 일반시계의 휴대가 가능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시침, 분침, 초침이 있는 아날로그시계만 휴대가 가능하다. 

 

본인 확인시간도 별도로 설정됐다. 이제는 1∙3교시 시작 전 휴대한 시계를 신분증∙수험표 등과 함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 매 교시 문제지 표지에 제시된 필적확인문구를 답안지 필적확인란에 기재해야 한다. 감독관의 시계 확인 요구에 불응한다면? 부정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선수’, ‘도우미’ 이용해 답안 전송한 대규모 부정행위

 

이 모든 엄격함의 시작은 2005년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수능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것은 전국적으로 수능 부정행위 사례가 속출해 초유의 파문이 일었던 2005학년도 수능시험 이후다. 당시 부정행위의 수단은 ‘휴대전화’였다. 2005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처음으로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을 부정행위로 간주했다. 하지만 소지 불가능했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답안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부정행위가 벌어지면서 부실한 감독 체계가 부각되기도 했다. 

 

당시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한 고등학교 수험생들의 부정행위가 먼저 드러났다. 부정행위를 주도한 학생들은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동창들이었다. 일종의 ‘부조’처럼 잘하는 과목의 답을 보내고 약한 과목의 답을 받는 방법으로 서로 점수를 올리자고 모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 학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한 뒤, 평소 알고 지내던 대학생 선배들의 학생증을 빌려 부정행위에 사용할 ‘바(Bar) 형’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휴대전화 부정행위에는 마치 첩보전처럼 ‘모스 신호’ 방식이 함께 이용됐다. 일명 ‘선수’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휴대전화 2개를 들고 고사장에 들어가 어깨나 허벅지 부위에 부착한 뒤 정답 번호 숫자만큼 두드려 신호음을 보냈다. 근처 고시원에서 대기하던 후배 ‘도우미’들은 그 답을 다른 수험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달했다.

 

이후 이동통신사 문자메시지 조사 결과 전국 10개조 21명이 수능 부정행위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전국으로 확대됐다. 대리응시로 시험을 본 수험생이 추가로 적발됐고, 문제가 커지자 대리응시를 했다고 자수를 하는 학생들이 나타났다. 2005년 광주지법은 부정행위를 주도한 피고인 7명에게 각각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이 파문은 앞서 2002~2004학년도 수능 당시 대리시험 및 휴대전화 송수신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 70여명의 입학취소로 이어졌다.

 

2004년11월2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경찰이 2005학년도 수능시험 당일 시험시간대 숫자로만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이동통신회사로부터 제출 받아 정답과 비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적 무효 처리 329명…필적 확인란 등 도입

 

부정행위가 일어나기 전 경찰은 수능 부정과 관련해 제보 전화를 받았다.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이를 교육청에 통보했다. 그런데 교육청이 “어떻게 수험생을 상대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며 거부했고 사전에 차단할 기회를 놓쳤다. 

 

게다가 수능 시험일 전 시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과목당 30~50만원을 받고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 “후배 도우미들이 여관에서 정답을 취합해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주기로 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역시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안일한 대응이 사상 최대의 수능 부정행위라는 사태를 촉발시켰다는 뜻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부정행위자들의 시험 성적은 무효 처리된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성적이 무효 처리된 수험생은 무려 329명에 달한다. 

 

문제가 커지자 수능시험시간에 문자서비스를 중단하는 방법, 시험 시간동안 문자 서비스를 2시간 정도 지연시키는 방법 등 여러 부정 방지책들이 제시됐다. 하지만 수능을 위해 전국적으로 통신을 중단하는 것도, 경제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도 문제일 수밖에 없으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험장에 금속탐지 검색대를 설치하는 것도 논의됐지만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극소수 부정행위자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응시자에게 검색대를 통과하게 해 긴장한 수험생들에게 지나친 부담감을 줄 수 있고 시험장에 들어가는데 장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다. 현재 금속탐지기는 복도 감독관에게 지급되고는 있는데 수험생이 화장실을 갈 경우 소지품 검사를 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2005년 응시생들의 부정행위가 낳은 엄격함은 이후 후배들의 몫이 됐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는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부정행위자의 경우 해당 시험을 무효로 처리하고 응시 자격 박탈 기간도 최장 2년으로 늘었다. 또 시험장 별로 휴대용 전파탐지기를 시범적으로 활용했고, 필적 확인란을 마련했다. 시험실 당 응시자 수도 32명에서 28명으로 줄였다. 

 

현재 수능시험 부정행위자는 부정행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이 다르다. 올해 수능성적만 무효로 처리되기도 하고, 1년간 응시자격이 정지되는 경우도 있다. 시험 종료령이 울린 뒤 계속 답안지를 작성하거나 감독관의 본인 확인과 소지품 검색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라면 올해 수능성적이 무효 처리된다. 다른 수험생의 답안지를 보거나 보여주는 행위, 대리로 시험을 보는 행위 등 좀 더 심각한 부정행위를 한다면 올해 수능이 무효 처리되는 것은 물론, 내년까지 응시자격이 정지된다.

 

흥미로운 건, 이처럼 부정행위에 대한 규정이 복잡해지고 처벌이 엄격해지는데도 수험생들의 부정행위는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11월15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능에서 적발된 부정행위는 모두 910건이었다. 2012학년도 171건, 2013학년도 153건, 2014학년도 188건, 2015학년도 209건이었고 2016학년도 수능의 경우는 189건이었다. 

 

■ 수능 부정행위 유형 안내문 바로가기

http://www.moe.go.kr/ekms/ekms.do

 

■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신고센터

http://www.moe.go.kr/ekms/ekmswar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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