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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임신 포기할 필요 없다”

산모 중 고령자 5명 중 1명…조산과 기형아 출산 예방법도 개발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11.18(Fri) 15:15:16 | 14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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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결혼한 직장인 김민희씨(가명·36)의 내년 소망은 건강한 아이를 갖는 일이다. 2세를 본다는 생각에 설레지만 고령 임신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그는 “직장생활 때문에 결혼이 늦었는데, 임신이 잘될지, 임신하더라도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날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결혼 기피 현상이 확산되면서 늦은 결혼과 고령 출산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9.81세, 평균 출산 연령은 32.04세다.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각각 2.29세, 2.06세 상승했다. 또 전체 산모 가운데 고령자 비율도 21.6%로, 10년 동안 2.3배 증가했다. 산모 5명 중 1명은 35세 이상 여성인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고령 출산의 기준을 초산 여부와 관계없이 35세로 보고 만 35세 이상의 임신 여성을 고령 임신부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식 능력은 30세 이후 서서히 감소하는데 35세 이후부터 난임, 불임, 기형아 확률,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임신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박미혜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요즘은 40대 임신부도 꽤 많아졌다”며 “문제는 고령 임신부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을 동반한 채 임신을 한다는 점이고, 나이가 증가할수록 난자도 노화돼 염색체 이상의 기형아 출산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 이대목동병원 제공


임신 전부터 건강한 몸 관리가 관건

 

고령 임신은 고혈압, 임신성 당뇨, 출혈, 제왕절개수술, 유산, 조산, 저체중아·거대아·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 확률이 커진다. 고혈압 발생 가능성은 고령 임신부가 젊은 임신부보다 2~4배 높다. 동양인은 임신성 당뇨(당뇨가 없던 여성이 임신 중에 걸리는 당뇨)에 취약하며 연령이 많을수록 그 발생 빈도도 증가한다. 당뇨로 거대아 출산과 그로 인한 난산의 가능성이 2배 높아진다. 고령 임신부에서는 태반조기박리(출산 전 태반이 떨어짐)나 전치태반(자궁 출구에 근접한 태반)으로 출혈의 빈도가 증가하고 산모와 태아 모두가 위험하다. 또 조기 진통 등으로 조산이 증가하고 이는 저체중아 출산으로 이어진다. 고혈압, 당뇨, 태반 이상, 조기 진통 등으로 고령 임신부는 젊은 임신부보다 제왕절개수술에 의한 출산이 많다. 박 교수는 “임신성 당뇨가 있는 산모 가운데 50%는 20년 뒤 당뇨 환자가 된다”며 “그래서 출산 전·중·후 건강관리는 고령 임신부의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임신 전부터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생활습관병을 예방해야 한다. 또 병원에서 생활습관병 여부를 점검하고 당뇨나 고혈압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임신하는 편이 안전하다. 요즘은 임신 전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 간편한 방법으로 임신부의 기본 건강상태와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감염에 대한 면역력을 살펴볼 수 있다.

 

임신 11~13주에는 태아 목둘레 검사를 받아야 한다. 태아 목덜미에 생기는 부종의 두께를 측정하는 검사인데, 다운증후군 위험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정상적인 2개가 아니라 3개 존재하여 지적 장애, 신체 기형, 전신 기능 이상, 성장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16~18주에는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질환을 99% 이상 진단할 수 있는 양수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양수검사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나 바이러스 감염,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검사로, 초음파를 보면서 양수를 채취하는 방법이다. 18~24주에는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를 더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태아의 발달 상태 등 전반적인 기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24~28주에는 임신성 당뇨 검사를 받는다.

 

임신부는 호르몬의 변화로 면역 체계가 약해져 독감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겨울철 임신부는 임신 개월 수와 관계없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태아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약국에서 감기약을 임의로 구입해 먹는 것은 위험하다. 여러 성분이 복합된 약이므로 특정 성분이 임신부와 태아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 임신부의 약 복용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

 

심한 복통, 질 출혈, 장시간 지속하는 구토, 38도 이상의 고열, 배뇨 시 통증,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 갑작스러운 태동감소나 태동이 없을 때, 계속되는 두통, 심한 부종, 양수가 터졌을 때는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 교수는 “나이가 있으니 위험할 것으로 짐작하고 아예 임신을 포기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문의와 상담한 후 임신 단계에 맞춰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적절히 관리하면 젊은 산모 못지않게 건강한 출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임신부가 산부인과 초음파검사를 받고 있다. © 이대목동병원 제공


태어난 아이의 미래 질병 예측 가능

 

고령 임신이 늘면서 보통 임신 32주 미만에 분만하는 조산(早産)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대목동병원이 산모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일반적인 조산 비율은 약 11%인데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의 조산 비율은 1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매년 5만 명의 조산아가 태어난다. 연령 외에도 조산의 원인은 임신부의 비만, 자궁근종, 감염, 염증, 태반조기박리 등 다양하다.

 

문제는 분만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아이의 건강이다. 조산한 아이는 성인이 되면 비만, 당뇨, 고혈압 등 대사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어떤 아이가 미래에 그런 질환에 걸리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고, 최근 국내 연구진은 특정 단백질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중앙대 동물자원학과와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연구팀은 조산으로 태어나 체중이 작은 미숙아가 어른이 됐을 때 비만과 대사질환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임신한 실험용 쥐에게 먹이를 50% 줄여 정상보다 작은 새끼가 태어나도록 했는데 3주일 후 그 쥐는 다른 정상 쥐들보다 뚱뚱해졌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조산으로 작게 태어난 아이는 정상 체중을 따라잡기 위해 생후 1~2년 동안 급성장한다.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비만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을 찾음으로써 조산 아이의 미래 질병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또 이대목동병원이 2003~05년 출산 직후의 아이 90명의 탯줄에서 제대혈을 채취한 후 유전자를 분석하고 약 10년 동안 그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했다. 유전자에 이상 반응이 있었던 아이들은 중성지방과 인슐린이 높게 측정됐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단백질이나 유전자 분석으로 대사증후군, 비만, 당뇨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예방적 생활로 유도해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예 조산을 예측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이대목동병원 연구팀은 32주 미만의 조산 위험성과 양수 속 특정 물질(인터루킨 13) 농도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했다. 이 물질이 많아지면 자궁 수축으로 인한 진통이 발생해 조산으로 이어진다. 또 조산한 임신부에 특정 세균(유레아플라스마와 메가스피라)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임신부의 소변에서 이런 세균의 양을 측정하고 조산 위험성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통증, 질 분비물 증가, 체중 증가(1주일에 1kg 이상)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임신부가 많은데 이는 조산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작은 변화라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며 “조산이 예상되면 약물 투여 등의 예방적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 고령 임신의 적(敵) ‘흡연·음주·스트레스’


“정액 건강에는 굴, 게, 새우가 효과적” 

 

고령 임신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성도 정자와 정액의 건강을 유지해야 건강한 태아를 기대할 수 있다. 50세 이전까지 정자 생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정자를 보호하는 정액이 노화된다. 한 번에 사정하는 정자 수는 1억~2억 마리다. 이 가운데 꼬리의 운동성 등이 정상적인 정자는 40%다. 여성의 질은 산성을 띠고 질 속 유산균 등은 이물질의 침투를 막는다. 질에 삽입된 정자 가운데 약한 정자 대부분은 산성에 파괴되고 유산균에 잡아먹힌다. 그럼으로써 정상적인 정자가 난자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약 1시간에 걸쳐 난자에 도착한 정자는 약 300마리다. 난자는 이 가운데 가장 강한 정자 1마리를 선택해 결합한다.

 

정액의 95%는 전립선액과 정낭액이다. 끈적거리는 액체여서 정자가 흩어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정자에 영양을 공급한다. 정액은 체외로 배출된 지 20분 후부터 물처럼 풀어지면서 정자가 헤엄친다.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액과 정낭액도 노화돼서 정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떨어진다”며 “전립선액과 정자의 생산에 도움을 주는 성분은 아연이다. 카사노바가 즐겨 먹었다는 굴과 게, 새우 등 갑각류에 많다”고 설명했다.

 

40세 이후부터는 비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태아의 염색체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자는 약 100일에 걸쳐 생성되는데 이 시기에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 즉 음주, 흡연, 스트레스,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염색체 이상의 정자가 생길 수 있다. 흡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세포에 산소 공급이 잘되지 않아 건강한 정자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

 

비만도 당뇨, 지질 이상, 고혈압 등을 일으키고, 산소 공급에 문제를 일으킨다. 심봉석 교수는 “부부가 2세 계획을 세웠다면 임신 3~6개월 전부터 스트레스, 담배, 술, 카페인 등을 멀리하고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며 “또 요즘은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남성도 많은데, 정자는 단백질이 주성분이므로 닭가슴살과 같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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