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이중 잣대 편승, 꼼수 부리는 면세점 업계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11.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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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신라․신세계DF 등 선정 과정 논란…전문가들 “심사 기준 정교하게 다듬어야”
ⓒ 시사저널 임준선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7월10일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주가가 폭등하면서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사업자 선정 일주일을 전후로 한화갤러리아의 주가는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관세청 발표 이전에 이미 회사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이날 오후 5시였다. 하지만 회사 주가는 장 초반인 오전 10시부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결과가 발표된 5시에는 주가가 이미 30% 가까이 증가한 상태였다. 관세청 심사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이 결국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 직원 6~7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오기 직전에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이후 주가가 폭등하자 매각해 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신세계·신라 면세점, 최순실 관련 의혹

 

개인별 수익은 수백만원대로 액수 자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청은 특허 심사기간 동안 보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부 심사위원들을 합숙시킬 정도로 정보 유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일부 관세청 직원들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해 11월 관련 내용을 검찰에 통보한 상태다.

 

한화갤러리아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25억원을 출연했다. 이후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경우,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터여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신세계나 신라면세점의 경우, 최씨가 밀었던 한 화장품 브랜드를 면세점에 입점시키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이 화장품 이름은 ‘존 제이콥스’로,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의 처남 박아무개씨가 대표로 등재돼 있다. 신세계는 올해 5월 명동점에, 신라는 7월 서울점에 각각 이 화장품 매장을 입점시켰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막후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점 오픈 때 입점한 82개 국산 브랜드 중 60여개가 신규”라며 “존 제이콥스 역시 다른 브랜드와 동일한 과정과 조건으로 입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어떻게 신라나 신세계 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의혹 규명 차원에서 관세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3차 시내면세점 입찰 결과 발표가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7월과 11월에 새로 들어선 서울 면세점들 대부분이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오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된 선정 결과 발표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은 연말 면세점 입찰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치권의 지적이 아직 의혹 제기 수준이고, 감사원 감사 청구도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이뤄진 상태가 아니다”며 “다음 달 중순에 신규 면세점 특허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일정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면세점 입찰이 진행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5개 회사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이른바 ‘법인 세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별도 법인인 신세계DF를 설립했다. 이전까지 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신세계조선호텔이 맡아왔다. 이 회사는 이마트가 98.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부산 시내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 2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회사를 둔 채 면세점 사업을 진행할 별도 법인을 만들고, ㈜신세계가 100% 출자하면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심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요컨대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평가 기준 중 지속 가능성이나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하는 경영능력이 전체 1000점 중 300점을 차지한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당시 적자 상태였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증했음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대료 부담 등을 이유로 김해공항 면세점 특허를 2년 만에 반납하기도 했다.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회사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참여했다가는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상태였다. 신생 법인인 신세계DF는 이런 고민을 모두 해결해줬다. 경영 능력은 모회사인 ㈜신세계의 경영지표가 반영됐고, 보세 판매장 운영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회사 세탁을 통해 나쁜 것은 빼고 좋은 것만 평가 받으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DF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인 면세 사업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현재 신세계조선호텔에서 맡아왔던 면세점 사업 역시 병합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한 HDC신라도 마찬가지다. HDC신라의 주주는 현재 호텔신라(50%)와 현대산업개발(25%), 현대아이파크몰(25%)이다. 관세청은 면세점 신규특허 심사시 업체 평가는 호텔신라를 기준으로 했고, 입지 관련 부분은 현대아이파크몰을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유리한 항목에서는 아이파크몰을 평가에 감안하고, 불리한 항목에서는 아이파크몰을 배제한 것이다.

 

 

법인 세탁 통해 심사 평가서 높은 점수 받아

 

이런 편법은 신설 법인이나 합작 법인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면세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청이 서울시내 면세점을 선정할 때 평가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했다”며 “현재 관세청 심사기준에는 재무제표를 연결로 볼 것인지, 별도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 심지어 신규 법인에 대한 기준도 없어 일부 업체들이 꼼수를 부렸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신세계 등이 이런 꼼수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DF는 올해 개장 후 9월 말까지 372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본격 영업에 나선지 4개월에 불과한데다, 신설 법인에 대한 관세청의 명확한 기준이 없어 3차 특허심사 때도 신설 법인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관세청 심사 기준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5대5로 지분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관세청이 평가 기준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일부 업체들에게 특혜를 줬다”며 “올해 입찰에서도 특정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심사 기준을 정밀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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