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과 '보호' 위해 구글 지도 반출을 막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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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구글 ‘지도 국외 반출’ 불허 결정

한국의 지도 데이터(공간정보)의 국외 유출을 둘러싸고 10년을 끌어온 논란이 일단락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1월18일 경기 수원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유관부서가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 심의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했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2007년 처음 구글이 해외 서버로 지도 데이터의 반출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래 10년 간 찬반을 거듭하며 굴러온 이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지도 데이터는 통상 ‘공간정보’라고 불리는 지리 데이터다. 한 장소나 현상의 위치, 속성을 나타내는 정보로 위치에 대한 사전 정보를 활용해 의사 결정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가공간정보 기본법에 따라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이 엄히 규제하고 있다. 분단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으로 인해 지도 데이터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2007년 처음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위치한 자사 서버로 반출하게 해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의 제공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구글 지도에서 길찾기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포켓몬GO’와 같은 각종 GPS연동 어플리케이션 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국과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여전히 지도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처리하는 각국 기업에 대해 관련 데이터를 저장한 서버를 러시아 영토 내에 둘 것을 의무화하는 새로운 사생활보호법을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지도 데이터 반출을 둘러싼 논란의 주요 쟁점은 안보와 산업, 그리고 국내 IT기업 보호 등으로 나뉜다.

 

ⓒ pixabay

■안보…지도데이터에 위성사진 결합하면 보안시설 공개 위험

 

구글이 요구하는 지도데이터는 1대5000의 수치지형도다. 이 정도면 땅의 기복이나 모양 등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나타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구글의 위성지도까지 결합되면 보안시설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허락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구글의 위성사진에서 나타나는 주요시설을 가려줄 것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히지만 이 부분에 대해 구글은 완고한 입장이었다. 공식블로그를 통해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한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삭제를 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에서 구글은 위성 이미지 해상도를 픽셀당 4m급으로 제한하고 있어, 세계 다른 곳에 제공되는 해상도에 비해 매우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최종적으로 ‘반출 불허’ 결정이 난 데에도 이 부분에 대한 입장 차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은 남북이 대치하는 안보 여건에서 안보위협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구글 위성영상에 대한 보안처리 등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으나 구글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반출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세금․개인정보보호 의무 회피 우려도

 

구글은 지도데이터 반출이 허용되면 각종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각종 위치기반 기술의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은 정보통신( IT)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 포털과 IT업계 일각은 구글이 지도 데이터 반출 없이도 제휴로 지도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 논리에 반박한다.

 

또 해외법인인 구글에 대한 세금 및 개인정보보 보호를 위한 규제가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구글이 굳이 데이터 서버를 국외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 외국 서버에 저장할 경우 구글은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구글 수집 데이터에 대한 사후관리를 규제하는 국내법도 전무하다.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이용자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정부의 규제망을 피하는 듯한 구글의 태도 역시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개인정보보호 책무를 회피하는 듯한 구글의 태도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 당시 구글이 거리정보 서비스 ‘스트리트뷰’ 이용자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한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경찰이 구글코리아 본사를 압수수색했으나 구글은 관련 증거를 은폐했고, 검찰이 구글 담당 임원 소환을 시도했지만 구글이 응하지 않았다. 구글 스트리트뷰 수사는 2년 뒤 기소중지됐다.

 

 

■국내 IT기업 보호…외국기업에 대한 차별?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

 

구글은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불허해 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를 들어 미국 무역대표부도 비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 지도데이터 반출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통상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했을 시 국내 IT업계에 불어 닥칠 구글의 독점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이미 안드로이드 폰에 구글 지도가 탑재돼 있다”며 “여기에 지도 데이터 반출까지 허용한다면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국내 IT기업들은 시작부터 불리한 고지에서 서게 되는 것이다. 국내 IT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다”라고 주장했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구글 지도 반출은 국방안보 문제가 걸려있고 경제적 측면으로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우리가 구글에 공간정보를 쉽게 줄 수는 있지만 기업과 단체는 나중에 돈을 주고 사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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