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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새 감독들의 등장, ‘무난’보다 ‘파격’이다

프로야구 새 사령탑 분석 2017시즌 승자는 누가 될까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22(Tue) 14:08:10 |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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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KBO리그 10개 구단 사령탑이 모두 확정됐다. 시즌 중 무성했던 경질설, 감독 대이동설, 재계약설은 대부분 현실이 되지 않았다. 키워드는 변화와 파격, 젊음, 그리고 프런트 야구의 강화다. 10개 팀 중 4팀이 새 얼굴로 사령탑을 바꿨고, 이 중 세 팀이 KBO리그 감독 경험이 없는 ‘초보’를 택했다. 안정보다는 변화, 무난보다는 파격이다. 40대 젊은 감독이 5명, 1970년 이후 출생한 감독이 3명이나 된다. 젊은 감독 전성시대다. 현직 운영팀장이 감독직에 앉는가 하면, 감독을 유임한 대신 ‘감독급’ 인사를 단장으로 영입한 팀도 있다. 프런트와 현장의 힘겨루기에서 다시 프런트가 주도권을 쥐는 모양새다. 새로운 사령탑 중 2017시즌 마지막에 웃는 승자는 누가 될까.

 

왼쪽부터 넥센 장정석, SK 힐만, 삼성 김한수, kt 김진욱 감독


‘프런트 야구’ 더 강화하는 넥센

 

염경엽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패배 직후 자진사퇴한 넥센 히어로즈는 예상을 깨고 장정석 운영팀장을 새 감독으로 선택했다. 장정석 감독의 발탁은 전임 염경엽 감독과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염 전 감독은 통산타율 0.195로 KBO리그 역대 타율 최하위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장 신임 감독도 통산 8시즌 타율 0.215에 176안타 7홈런으로 그다지 뛰어난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은퇴 후 오랜 기간 프런트에서 일한 것도 비슷하다. 염 전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에서 외국인 스카우트, 운영팀장 등을 거쳤다. 장 감독도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에서 전력분석과 매니저, 운영팀장으로 근무했다. 구단 안팎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이장석 구단주가 ‘파격 발탁’했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다.

 

둘의 차이점은 현장 경험의 유무에 있다. 염 전 감독은 넥센에서 작전·주루 코치를 맡아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나중에는 감독이 되려는 의지도 강했고, 자신만의 야구관도 뚜렷했다. 감독이 되기 위한 준비도 오랜 기간 철저하게 했다. 반면 장 감독은 은퇴 후 줄곧 프런트로만 일했지 선수단을 지도한 경험은 없다. 감독을 하려는 준비를 얼마나 해 왔는지, 어떤 야구관을 가졌는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장 감독의 발탁에 넥센 구단의 복잡한 내부 상황이 원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올 시즌 넥센은 구단 지분을 둘러싼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과의 소송, 이장석 구단주의 배임·횡령 재판으로 뒤숭숭한 한 해를 보냈다. 앞으로도 구단 소유권을 놓고 지루한 법정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단 고위층 입장에서는 외부인보다는 구단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내부자’가 감독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을 개연성이 있다.

 

넥센은 다른 구단과 달리 구단 고위층이 선수 스카우트부터 선수단 운영까지 모든 방면에 개입하는 팀이다. 초보 사령탑이던 염 전 감독은 점차 실적을 쌓으면서 명장으로 올라섰고 발언권이 강해졌다. 구단 고위층 입장에서는 통제를 벗어나 점차 목소리와 체급이 커지는 현장이 못마땅했다. 현장 역시 구단 고위층의 끊임없는 간섭을 기분 좋게 느꼈을 리가 없다. 프런트 출신으로 야구단 생리를 잘 아는 염 전 감독인데도 마찰이 잇따랐다. 구단과 현장 간의 끊임없는 파워 게임은 결국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감독의 자진 사퇴라는 씁쓸한 결과를 낳았다.

 

 

파이팅 넘치는 트레이 힐만

 

김용희 감독의 계약기간이 끝난 SK 와이번스는 외국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택했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에서 사령탑을 지낸 트레이 힐만 휴스턴 애스트로스 벤치 코치가 주인공이다. 1990년 마이너리그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한 힐만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시즌 동안 일본 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감독직을 수행했고, 2006시즌에는 만년 하위권이던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성과를 냈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로 컴백, 2010시즌 중반까지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직을 수행했다. 이로써 힐만은 제리 로이스터에 이은 KBO리그 역대 2번째 외국인 감독이자, 한·미·일 프로야구 사령탑을 모두 맡아본 최초의 감독이 됐다.

 

힐만 감독에 대해 SK 구단 안팎에서는 ‘에너지가 넘치고 의욕적이다’는 평가가 많다. 취임식에서도 선수단 한 명 한 명과 빠짐없이 인사를 나누고, 오랫동안 눈을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눈을 마주쳤을 때 선수가 시선을 피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에 선수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적인 면모가 인상적이었다.” 이날 취임식을 지켜본 기자의 평가다.

 

이처럼 ‘파이팅’ 넘치는 힐만 감독의 스타일은 지난 2년간 팀을 이끈 김용희 전 감독과는 정반대다. 김 전 감독은 ‘신사’라는 별명처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시즌 전에 미리 준비한 ‘매뉴얼’과 원칙에 충실하게 안정적인 야구를 추구했다. 힐만 감독은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답게 팬서비스를 중시하고, 달변에 적극적으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다. SK 야구를 보다 새롭고 매력적인 컬러로 채색할 수 있는 적임자다. 과거 롯데 자이언츠는 외국인 감독 로이스터 영입 이후 ‘노 피어’ 열풍 속에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준비된 지도자 김한수

 

삼성 라이온즈는 류중일 감독을 보내고 김한수 타격코치를 새 감독에 선임하는 파격 인사로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류 전 감독은 팀을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로 이끈 명장이다. 계약 마지막 해인 2016시즌 처음 하위권 추락을 경험하긴 했지만, 구단 안팎에서는 삼성이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류 감독과 재계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5년 전 선동열 감독을 경질하고 류중일 코치를 감독으로 발탁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삼성은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야구계 환경과 구단 상황, 구단이 추구하는 비전이 5년 전과는 전혀 달라진 만큼 감독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어쩌다 보니 ‘파격 인사’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사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라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타격코치 시절부터 미래 감독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코치로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팀 전력이 형편없이 약하면, 아무리 뛰어난 감독도 좋은 성적을 내긴 어렵다. 2016시즌 리그 9위에 그친 삼성의 팀 전력은 새 감독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팀의 기둥인 최형우·차우찬까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으로 해외진출 혹은 다른 구단 이적이 유력한 상태다. 퓨처스리그에서 올려서 쓸 만한 선수도 마땅치 않다. 최소 1~2년은 팀을 재정비하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는 시간으로 보내야 한다. 계약기간 3년의 ‘초보 감독’에게 독이 든 성배가 주어졌다. 김한수 신임 감독이 이 독배를 견뎌내고, 삼성을 다시 강팀으로 만드는 영웅이 될 수 있을까.

 

 

포용력 있는 리더십 김진욱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친 kt 위즈는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없던 일로 하고, 김진욱 전 두산 감독(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김 감독은 2012년과 2013년 두산 사령탑을 맡아 팀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2013시즌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오르는 성과를 냈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온화하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장점이다. 2015년부터는 중계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재치 있는 화술과 탄탄한 야구 이론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 또 선수 시절 경험에 의존하는 기존 야구인들과 달리,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 시절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라진 모습도 보인다. kt 감독 취임식에서는 이전 코칭스태프의 팀 운영에 여러 차례 비판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수위도 꽤 높았다. 야구계 관행상 신임 감독은 전 감독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삼가는 편이다. 거침없는 발언을 통해 팀을 확 바꾸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주장 박경수에게는 “신생팀에 어울리는 주장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며 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후배들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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