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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청와대의 비아그라 고산병 해명,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23(Wed) 16: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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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가 포털 검색창을 장악했다. 청와대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 ‘비아그라’를 다량으로 구매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청와대는 즉각 입장을 내놨다.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비아그라 구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앞두고 수행단의 고산병 치료제로 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5월말 에티오피아·케냐·우간다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다녀온 바 있다. 잘 알려진 발기부전 치료제를 위한 용도가 아닌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고산병은 고도가 낮은 곳에서 해발 2000~3000m 이상 되는 고지대로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급성반응이다. 고지대로 올라가면 점차 공기 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동맥 혈액에 녹아든 산소가 줄면서 심한 두통, 메스꺼움, 구토, 의식저하, 혼수 등의 증상이 수반되기도 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그럼 비아그라는 고산병에 효과가 있을까? 답은 ‘예’ 그리고 ‘아니오’다. 

 

원래 심혈관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는 기본적으로 혈관확장제다. 여기에 비아그라의 원료인 실데나필은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생성되는 ‘사이클릭 GMP’라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돕는 동시에 발기저해 물질인 ‘PDE 5(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를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이저사가 개발한 비아그라가 고산병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온 것은 2005년이다. 12명의 대상자들을 상대로 한 임상시험에서 6명씩 팀을 나눠 한 쪽은 아무 효과가 없는 가짜 약을(플라시보), 다른 한 쪽은 비아그라를 주고 시험했다. 당시 비아그라 그룹에서 고산병 증상 완화에 긍정적 결과가 나왔고 그 후로 ‘비아그라가 고산병 완화에 좋다’는 명제가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부 등산가들과 트레킹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산병엔 비아그라가 특효약’이라는 속설이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 고산지대 여행을 앞둔 이에게 비아그라를 처방해주는 의원도 일부 있다. 

 

하지만 고산병 표준 처방으로 사용되는 약물은 따로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이뇨제인 아세타졸라마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다이아목스(diamox)’다. 먹는 약 혹은 주사제로서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성분 역시 고산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입증돼있다. 이밖에도 항고혈압제, 진통소염제, 산소요법 등이 표준적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비아그라=고산병 약’이라고 반드시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게 의학계의 시각이다. 비아그라와 같은 혈관확장제와 고산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내외 의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예를 들어 미국생리학회는 2006년 “비아그라가 일부 고산병 환자에 대해 증상을 45%까지 완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5년엔 프랑스 연구팀이 “비아그라가 고산병 증상 약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대로 고산병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나왔다. 2011년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 게재된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오히려 고산병 증상을 악화시켰다. 62명을 플라시보 그룹과 비아그라 그룹, 둘로 나눠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했고, 그 결과 고산병의 증상들이 오히려 비아그라 그룹에서 더 심했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14년 이뤄진 여러 임상 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결과 비아그라는 폐동맥 수축기 혈압을 미세하게 낮추는 효과는 있었지만 고산병 증상에 있어선 큰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결론적으로 비아그라와 같은 약들이 고산병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며 “개인적으로 표준 치료법에 비해 200배 이상 비싼 비아그라를 굳이 고산병 치료제로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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