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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형식이 문제라는 역사학계 “국정교과서 내용 토론하지 않겠다”

내용 아닌 국정교과서 형식 자체 문제 제기…각 시 교육청도 폐기 촉구

조유빈∙김경민 기자 ㅣ you@sisapress.com | 승인 2016.11.28(Mon) 17: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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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8일 오후 ‘올바른 역사교과서’ 홈페이지에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공개되면서 반대 여론이 뜨겁다. 공개 전부터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와 관련된 내용부터 역사적 사관을 인정하지 않은 부분까지 지적됐다. 의견 개진을 통한 국정교과서의 내용 수정이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야당은 국정 역사 교과서는 ‘박근혜 교과서’이며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며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의 중심이 됐던 ‘건국절’은 국정교과서에 쓰이지 않았다. 대신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독립유공자단체인 광복회는 11월28일 오후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독립운동을 평가절하, 폄훼하는 몰역사적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을 기회로 ‘건국절 법제화’를 시도하려는 세력 역시 역사교과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기를 300만 독립운동 선열의 이름으로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내용이 축소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정교과서에 ‘5월18일 광주에서 전남대생들의 주도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신군부는 계엄군을 광주에 투입해 과잉 진압했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사실과 인과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계엄선포 이후 계엄군이 전남대에 들어오자 이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폭력진압이 있었고 이로 인해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것”이라며 “계엄군의 학살 행위와 대규모 항쟁의 인과 관계를 뒤바꿔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1월2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 ⓒ 연합뉴스


각 시 교육청도 국정교과서 폐기 주장

 

관련 단체뿐만 아니다. 각 시 교육청도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외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려했던 바와 같이 친일∙독재 미화적 내용이 포함돼 있는 등 반헌법적∙비민주적∙반교육적인 것이기 때문에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교육부의 어떠한 협조 요청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공개된 국정역사교과서가 학교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반발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5∙18을 다룬 부분에서도 당시 계엄군이 탄압하는 장면이 아닌 서울역 시위 사진을 실었다. 이 교과서는 (정부에) 불리한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축소시키고, 자신들에게 좋은 부분은 확대시킨 것”이라며 “새마을 운동 전개 분량이 4∙3사건과 여수 사건을 합친 분량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만 전면에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학계에서도 공개된 국정교과서 내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수창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새로운 역사 연구 성과를 반영한다고 해놓고 이미 나온 이론도 반영하지 못했다. 학문적으로 미흡한 모습이다. 참여자 면면을 보면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 교수는 “고등학교 교과서에 ‘일제는 이완용을 앞세워 대한 제국의 국권을 빼앗는 이른바 ‘한국 병합 조약’을 강제로 체결하였다. 하지만 순종은 이에 저항하며 끝까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라는 부분이 있다”며 “‘체결했다’고 못 박은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미 ‘순종이 이에 대한 서명을 거부했거나 하지 않은 사실이 자료로 확인됐다’며 국제법상으로는 이 조약이 체결된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후 모든 연구도 이 사관에 따라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화교과서 반대 서명에 이름을 올린 한 역사학과 교수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보는 것은 1919년부터 1948년 사이의 시간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기간 동안 일본 정부를 인정하는 꼴이다. 일본 정부를 인정한다는 것은 결국 그 당시 존재하던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최근 나온 이론도 반영 못해”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과 역사교사들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는 국정교과서 내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 교수는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을 한 역사학과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내용에 관한 토론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라는 형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 내용이 설령 좋다하더라도 채택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한정숙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국정화교과서 자체가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북한 같은 나라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도 이렇지 않는다. 원칙의 문제다. 역사관은 국가가 지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전 검정교과서도 이념 편향의 문제가 있었지만 학자들과 교사들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었고, 수정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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