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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철저히 숨겼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특조위 출범 때부터 ‘방해공작’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1.30(Wed) 14:57:23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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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한민국은 ‘비정상의 극단’을 경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3년9개월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상화의 극대화였음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언론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는 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다시 한 번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 중심에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의 제1의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고, 세월호 침몰 시 구조책임자는 당연히 대통령이다. 300여 국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전 국민이 그 아수라장 참혹한 장면을 지켜보며 애태우고 있을 때, 구조책임자 대통령은 대체 어디서 무얼 했나. 박근혜 대통령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다.”

야당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월22일 이른바 ‘세월호 사라진 7시간’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했다. ‘세월호 사라진 7시간’은 박 대통령의 ‘역린(逆鱗)’이다. 세월호 참사 후인 2014년 7월7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위치를 알지 못한다”고 증언하며 의혹에 불을 댕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사라진 7시간과 관련한 어떠한 얘기도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보면 2014년 7월18일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의) 4·16 동선·위치, 경호상 알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렸다. 그는 또 “청와대 내 (대통령이) 계신 곳이 집무 장소”라면서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해서는 “자료 제출 불가” 지침을 못 박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세월호 7시간’ 조사 특조위 활동 ‘원천봉쇄’

 

이 역린을 건드린 곳이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였다. 특조위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훨씬 전인 2016년 6월8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실지조사를 실시했다.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은 칼럼에서 “(사라진 7시간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전 비서(정윤회)인 남성과 함께 있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박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킨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특조위는 이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및 재판기록을 요구했으나 결국 자료를 받지 못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특조위가 실지조사를 실시한 이유는 해당 자료가 특조위에 접수된 ‘청와대 등의 참사대응 관련 업무적정성 등에 관한 건’ 등 여러 사건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자료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검찰은 세월호 특별법상에서 인정되는 대상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입부터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650여만 명 국민들의 청원으로 만들어진 독립적인 정부기구다. 세월호 특별법 제39조10항에 따르면, 특조위 본연의 업무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활동이며, 이에 대해 국가기관 등은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특조위의 활동 과정을 되돌아보면 정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협조를 넘어 오히려 정부가 조직적으로 방해공작을 폈다는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이 대표적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해수부는 특조위가 대통령의 직무 적정성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조위 내 여당 추천 위원들이 전원 사퇴를 표명하고, 항의 기자회견을 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마련했다. 또 여당 국회의원들이 특조위에 회의록 제출을 요청하고, 필요 시 특조위 운영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석태 위원장은 “해수부는 문건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이 문서에 나온 것처럼) 여당 의원들은 실제로 항의 기자회견을 했고, 안건의결을 위한 위원회 회의 도중 사퇴를 표명하며 퇴장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8월1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찾아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靑 “보수단체 활용해 세월호 반대 집회 열어야”

 

세월호 참사를 ‘여객선 사고’로 간주하며 ‘여론전’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 청와대 내부 문건도 공개됐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갖고 있었던 33쪽짜리 보고서에는 “지지도 상승 국면에서 맞닥뜨린 여객선 사고 악재가 ‘정국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중도 성향 가족대책위 대표와 관계를 강화해 우호적 여론을 확산해야 한다. 보수단체를 활용해 적극적인 맞대응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특히 보수단체를 활용한 여론몰이는 시사저널이 단독 보도한 ‘어버이연합 게이트’로 그 정황이 밝혀진 바 있다. 본지는 4월11자 ‘[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이라는 기사를 통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탈북민 알바가 대규모로 동원됐으며, 세월호 반대 집회가 최고조에 이른 2014년 한 해에만 1200명 이상의 탈북민이 동원됐고 이들에게 지급된 돈이 2500만원 이상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한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에 집회 지시를 내린 정황(4월20일자 ‘[단독] 어버이연합 “청와대가 보수집회 지시했다”’ 기사 참조)을 연이어 보도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 수색 과정의 문제점을 알아볼 수 있는 핵심 증거가 은닉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특조위는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참사 당시 TRS(Trunked Radio System·주파수공용통신) 음성녹음파일이 100만 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2016년 5월27일 관련 교신음성 저장장치 일체를 제출받기 위해 실지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해경 측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파일 제출을 거부하다가 특조위의 집요한 요청 끝에 TRS 일부를 제출했다. 그마저도 전체의 약 0.7%인 7000개 정도에 불과했다. 이 파일을 분석한 결과, 참사 당시 해경이 식당에 공기주입을 했다거나 수중로봇 투입에 성공했다는 등의 발표가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석태 위원장은 “정부는 TRS를 통해 참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비밀의 문’이 열리는 걸 두려워한다”면서 “정부가 TRS 파일을 훼손하거나 조작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 조사가 원활히 이뤄질 리 만무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 관계자들을 소환했지만, 이들은 “업무 때문에 출석할 수 없다”고 하면서 “조사관들이 해경 사무실로 오면 조사를 받겠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출석에 불응해 단 1명을 조사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출석요구에 아예 불응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조위는 언론 보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조사하기 위해 MBC 경영진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MBC 측은 이를 거부했다. 특조위는 2차례 이상 거부한 자를 대상으로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지만 이마저도 집행을 거부하거나 회피해 동행명령장 자체를 재차 발부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 출범 때부터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세월호 특별법은 특조위가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6개월간 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조위는 인적·물적 토대가 마련된 2015년 8월4일을 구성일로 봤다. 그러나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된 2015년 1월1일을 구성일로 보면서, 특조위 활동 기간이 2016년 6월30일에 만료돼 조사는 더 이상 불가능하고,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3개월간은 종합보고서 및 백서 작성·발간 활동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특조위는 조사활동을 위한 예산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됐다. 또한 29명의 파견 공무원 중 12명이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했고, 정부 각 기관은 노골적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조사에 불응했다. 6월30일 이후 특조위 활동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 시사저널포토


“세월호 인양 작업, 하루빨리 이뤄져야”

 

현재 특조위 측은 정부가 통보한 법적 활동기한 9월30일에 반발해 ‘공무원 지위확인 및 보수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20여 명의 특조위 조사관들은 밝히지 못한 진실을 위해 자체적으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다. 강제 철거된 특조위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YMCA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석태 위원장은 “정부가 특조위 활동을 정지시키는 것으로 진상규명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특조위는 앞으로 4·16연대 등 세월호 참사 유족과 연대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이어갈 것”이라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세월호 선체 인양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증거물이며, 아직까지 바다에 있는 미수습자의 수습 문제와도 직결된다. 하루빨리 인양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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