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정말 최순실을 모를까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1.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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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측 ‘빼박켄트’ 증언에 “대통령 지시로 차 만난 적 있다” 말 바꾼 김기춘

“어느 날 (최순실씨가 차은택씨에게) 어디를 찾아가 봐라 하고 가봤더니 거기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이었다. 차은택씨는 거기서 김기춘 비서실장을 만났다.”

 

11월27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변호를 맡은 김종민 변호사가 밝힌 내용이다. 그러니까 차은택 전 단장이 최순실 씨의 주선으로 2014년 6~7월 무렵 비서실장 공관에서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당시 비서실장 공관에는 차 전 단장 외에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정성근 문체부 장관 내정자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이 같은 차 전 단장의 검찰 증언은 현 정부 들어 ‘왕(王) 실장’이라 불리며 막강한 실세로 군림했던 김기춘 전 실장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있다. 

 

2014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화 중인 정호성 당시 제1부속비서관(구속)​과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사진 오른쪽).ⓒ 연합뉴스

불과 25일 전인 11월2일 김기춘 전 실장은 “(비서실장 당시 최순실 씨 관련해) 보고받은 적 없고, 알지 못한다. 만난 적도 없다. 통화한 적도 없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 모두를 파악하는 비서실장이었던 김 전 실장의 거짓말. 정말로 그는 최순실씨의 존재를 몰랐을까?

 

정치권에선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몰랐을 리가 없다고 본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여러 공안사건을 맡아왔으며 중앙정보부가 최태민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에 이미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핵심 간부였던 그다. 이후 검찰총장, 법무장관, 그리고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권력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권력의 핵심으로 군림해오던 그가 최순실씨에 대해 못 들어봤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관련 증언도 있다.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얼마 전 검찰조사에서 “김기춘 전 실장 소개로 최순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이번 차은택 전 단장의 증언까지 더해진 상황인 셈이다.

 

관련인 증언이 나오자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전 실장은 입장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차 전 단장을 10여 분간 만났지만, 김 전 차관이나 정 전 장관 내정자와 함께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로 차 전 단장을 만나기는 했으나, 최순실씨의 연락을 받은 것은 아니며, 따라서 그리고 여전히 최씨는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최순실씨와의 ‘연결 고리’는 더 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와 최씨 언니 최순득씨가 단골인 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처음 이 병원을 찾은 김 전 실장은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김 전 실장이 차 전 단장뿐만 아니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만난 정황도 드러나면서 그가 최씨가 주도한 국정농단에 깊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과 증언들만으로도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은 상당히 짙게 드리워진다. 지금까지 김 전 실장은 ‘국정농단 사건’과의 연관성을 완강히 부정해왔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한 증언이 나온 이상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실장 소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처럼 정황 증거들이 한 데 모이며 11월28일 “소환 필요성이 있으면 소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김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을 만났음을 시인하자 11월2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법률 미꾸라지이자 형량을 즉석에서 계산할 수 있는 형량 계산기 김기춘 전 실장이 이미 모든 것을 다 검토하고 검찰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밝혀진 대통령에게 혐의를 씌우고 있는 것”이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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