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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계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한국학 현장을 가다-⑬]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2(Fri) 15:07:54 |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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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4일 공공외교법이 발효됐다.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공공외교법 시행령상 수행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22일 서울 종로 KF 사무실에서 만난 이시형 KF 이사장은 “KF만의 전문성을 살려 외교부 수탁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내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이사장은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대사를 지낸 경제·통상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30여 년간의 외교부 생활을 마치고 올해 5월 제12대 KF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KF 이사장은 외교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3년이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 시사저널 최준필


KF가 올해로 설립 25주년을 맞았다. 25년이면 한국학이 제법 자리를 잡았을 시간이다.

 

한국국제교류재단법이 처음 생긴 게 1991년 12월이었다. 그간 KF는 해외 주요 대학 한국학 강좌 개설, 교수직 설치 지원, 해외 학자 초청, 차세대 학자 육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지원해 오며 한국학의 태동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 KF의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꾸준히 한국학자 풀(pool)을 넓히는 기반이 됐다.

 

태생적으로 한국학은 분류법이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등 기존의 학문과는 다소 다르다. ‘한국학’이라고 하면 ‘한국’이란 국가 아이덴티티에 뿌리를 두고 기존의 학문 영역, 이를테면 문학·역사학·정치학·경제학 등을 연구하는 모든 학문 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학은 이제 비교적 체계화됐다. 20여 년의 관리·육성 과정 속에 상당한 전문성을 축적해 왔다고 자부한다.

 

 

KF의 수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100일이 넘었다(인터뷰 당시 일자를 기준으로 취임 102일째였다). 외교가에 오래 몸을 담았기에 특히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여실히 경험했을 텐데, 현재 한국학의 위상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과거 아시아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았다. 한국이라고 해도 ‘북한’ 혹은 ‘경제발전’이란 주제에 치우쳐 있었다. 외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한국 소식은 북한·전쟁·핵 등 부정적 이미지였다.

 

한국학에 대한 관심은 결국 한국이란 국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반은 전방위적인 한국 문화의 성장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잠재력이 크다. 세계적으로 훌륭한 문화유산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르게 일궈낸 역사가 있다. 이런 모든 것이 우리 한국학의 자산이자 연구 소재다.

 

최근 들어 가수 싸이, 피아니스트 조성진, 발레리나 강수진, 소설가 한강 등 문화 전반에서 한국인들이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제 한국학은 관심 촉발이라는 초기 미션은 이미 넘어섰고 관심의 영역을 다양화하는 단계까지 간 것 같다. 이를 더욱 심화 발전시키는 게 우리의 과제이다.

 

 

안타깝게도 해외에서 한국학은 다른 아시아 지역학, 특히 중국학과 일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자들의 주목도가 낮다. 정부 차원의 지원 역시 상대적으로 작다고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역학에 대한 관심은 해당 국가의 국력을 따라가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본다. 해외에서 박물관에 있는 국가관(國家館)에 가보면 딱 보인다. 중국관과 일본관에 비해 초라해 보이는 한국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그게 현실이다. 

 

우리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자금력과 인력이 부족한 것 역시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 정부 들어 일본학에 대한 지원을 엄청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설상가상 사업 예산은 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예산이 모든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가진 자산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한다. 우리에겐 좋은 콘텐츠가 많다. 그것을 어떻게 ‘메이드’ 해서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렵지만 우리가 가진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현재 해외 한국학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금과 사람이다. 특히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해외의 한국학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기엔 예산상 제약도 크다. 그런데 예산이 있다 해도 각 사례에 적합한 적절한 교수진들이 부족하다. 목돈을 들여 한국학센터를 만들어도 이를 채울 교수들이 많지 않다. 이젠 세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우리가 공급해야 할 분야의 폭이 넓어지고, 따라서 가르칠 사람도 더 필요하다.

 

차세대 인재 육성은 우리가 꾸준히 해 나가야 할 사업이다. 지금은 원로 교수의 비중이 더 크다. 그 말은 차세대 학자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를 한국학의 여러 분야에 노출시켜 학교에서 한국학을 이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학계에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KF가 중점적으로 해 나갈 사업들은 무엇인가. 또 해외 한국학 사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어에 관심을 가져도 졸업 후 한국학 학위 소지자로서 취업이 안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언어, 인문학 등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는 건 기본이고, 그다음은 이렇게 발생한 수요를 유지하고 확장시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한국학 연구자들에게 한국과 비즈니스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거나 자기 역량을 키울 수 있게 교육을 제공한다거나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조금 더 욕심을 내 시각을 넓힌다면 ‘지한파’ ‘친한파’ 우수 외국 인재를 키워내 ‘한·일 역사문제’ 등 외교문제가 발생했을 시 한국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적 시각을 제시해 줄 사람을 육성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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