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의 음식인류학] 비만은 칼로리가 아니라, 환경에서 오는 독소 탓
  •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2 09:20
  • 호수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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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안 먹어야만 날씬해질 수 있다’는 상식 뒤집는, 다이어트와 요요에 대한 대안적 시각 제시

왜 아무리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도 요요현상 때문에 망치게 되는 것일까? 사소해 보이는 이 질문은 1980년대부터 음식인류학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했다. 초기의 연구는 ‘진화생물학적 과거 경험’에서 그 답을 찾는다. 자연에서 바로 먹을거리를 찾아 먹었던 원시시대에는 먹을 게 귀해질 때, 어쩌다 먹을 만한 야생 곡식이나 나무열매 같은 것을 만나게 되면 앞뒤 안 가리고 많이 먹어서 몸 안에 저장해 두는 일, 즉 살을 찌우는 일이 절대로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 이후 오랜 기간 안 먹어도 버틸 수 있었던 사람이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했을 것이고,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런 사람의 후손이다. 그래서 우리의 DNA에는 한동안 굶다가 먹을 것을 만나면 무조건 저장해 두는 유전자 정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한동안 음식과 외모에 대한 담론에서 인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사람에 따른 차이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어느 친구는 아무리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반면, 또 다른 친구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둘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금 굶으면 바로 지방을 축적해서 회복시켜 놓는 DNA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은 결코 요요의 공포에서 해방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 연합뉴스

독성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비만

 

최근 몸과 음식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성과들이 쌓이면서, 앞서 지적된 문제점까지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이론들은 지금까지 다이어트에서 기본이 되었던 ‘칼로리’설(說), 즉 필요 이상으로 먹으면 여분의 열량이 남아서 몸에 쌓여 비만이 된다는 이론을 전제부터 뒤집는다. 비만이 되는 것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음식을 포함한 환경에서 오는 독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영국의 생리학자 리처드 윌리엄스와 네스는 여러 가지 방면에 작용하는 인간의 면역기능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면역기능이 발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에게 병이 많은 이유는 현대 환경에 유해요인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인다. 대표적인 것이 독성이다. 전통사회에선 쓰지 않던 살충제·소독제 등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독성물질도 많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체내 독성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의 몸은 정말 엄청난 양의 독성을 감당해 내야 하는 과제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독성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비만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들이 늘고 있다. 우리 몸 안에 쌓이는 독성을 간·신장·췌장 등 해독기관을 이용해서 해소하다가 미처 다 하지 못하게 되면, 그 독성이 중요한 세포들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만세포를 만들어서 거기에 붙들어둔다는 것이다. 비만층은 물과 지방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체내에 쌓이는 독성 중에서 물에 녹는 수용성 독성은 비만층의 수분 부분에, 기름에 녹는 지용성 독성은 비만층의 지방분 부분에 ‘트랩’(trap·덫을 쳐서 붙잡아둔다는 의미)된다.

 

여기서 개인차가 생기는 것은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과 ‘체내 독성이 잘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능력’의 차이에서 온다. 전자는 위장·소장·대장·간장·신장·췌장 등 신체 해독기관의 기능 수준에 달려 있다. 이런 장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튼튼하거나 잘 관리해서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독성이 들어와도 금방 분해되어 처리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살이 잘 찌지 않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후자는 심리적인 측면에 많이 관련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만들어져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도는데, 이 호르몬은 자연계에서 살모사의 독에 버금가는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성격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체내의 독성 농도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항상 느긋하고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만큼 몸 안의 해독기관에 부담을 덜 준다.

 

 

체내 독성 수준 낮추는 ‘디톡스 다이어트’

 

특히 현대 산업사회에서는 음식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유해요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음식에 포함되어 신체에 들어오는 독성이 많아진다. 위장과 대장·소장은 해독기관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웬만하면 이런 독성들을 해소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해독능력이 떨어지면 그런 음식을 취급하면서 독성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복부를 중심으로 비만층이 형성된다고 한다. 또 모유수유를 하지 못해 아기 때부터 장과 간의 기능이 약해진 사람은 이후 평생 해독능력이 약한 상태로 살아가게 되므로, 모유수유를 충분히 한 사람보다는 비만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몸과 음식의 관계를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비만과 요요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부분 풀린다. 만일 해독능력이 약한 상태에서 환경으로부터의 독소가 많이 들어오는 조건 속에 사는 사람이라면, 제 몸 안에 쌓이는 독소를 감당하지 못해 비만세포를 만들어 완충지대를 두려고 할 것이다. 비만세포의 층을 빠르게 형성하기 위해 식욕중추에 신호를 보내서, 단것이나 기름진 것을 빨리 많이 먹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식욕이 작동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비만세포 지대를 만들어 독성을 일단 붙들어 놓았는데, 그 몸의 주인이 날씬해지려는 목표를 세우고 비상한 의지를 발휘해서 무작정 굶으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에너지가 부족하므로 할 수 없이 쌓아두었던 지방층 중에서 빼내어 에너지원으로 충당한다. 그러는 동안 당연히 체내 독성 농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런 상태가 유지되면 몸은 필사적으로 외부에서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려 할 것이며, 참다못한 몸의 주인이 뭔가를 먹으면 재빨리 그걸로 지방세포를 만들어서 다시 독성을 붙잡아두어 몸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디톡스(detox) 다이어트’란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해독능력이 높은 음식을 섭취해 신체의 해독기능을 도와주고, 명상이나 기타 긍정적인 마인드 세팅을 통해 체내 독성 수준을 낮추는 것이 디톡스 다이어트의 기본이다. 칼로리를 계산해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의 양을 무작정 줄임으로써 날씬해질 수 있다는 기계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음식과 몸의 관계를 좀 더 정교하게 이해해서 건강과 외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 하는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인간은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해 가는 존재인 건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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