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 “탄핵·하야”→“즉각퇴진·구속수사”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12.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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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 촛불집회] “질서 있는 퇴진이라니 아직도 국민 정서 모른다”

“이제 정말 지겨워요. 불통도 저런 불통이 없네요. 리더십이 저 모양이니 나라꼴이 이렇게 된 거에요. 질서 있는 퇴진이라니. 아직도 국민 정서를 모르네요.”

 

12월3일 6차 광화문 촛불 집회 구호가 바뀌었다. 5차 집회까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하야’를 외치던 시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즉각 퇴진, 구속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질서 있는 퇴진’을 원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6차 촛불집회는 영상 10도의 따뜻한 기온에 일찍부터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모이게 했다. 7시30분 현재 서울 광화문에서만 150만명이 모여 지난주 5차 촛불집회 같은 시간대보다 10만명 이상이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또 전국 70곳에서 45만명 이상이 집결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지역 경찰서 정보관은 “법원이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를 허용한 것이 시민들의 집회 참가를 늘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5시경 2만 여명의 시민들이 청와대 100m 앞까지 가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미원씨는  “질서 있게 퇴진하겠다고 하니 새누리당 의원들이 슬쩍 탄핵에서 발을 빼고 있다”면서 “즉각 퇴진만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돈암동에서 왔다는 정동기씨는 “왜 검찰이 독일에 있는 정유라를 데리고 오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입시 부정에 정유라도 책임이 있는 이상 즉각 검찰은 독일 검찰과 공조를 벌여 정유라를 국내로 데리고 와야 한다. 그래야만 최순실이 입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6차 집회 역시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집회 참가자와 대치한 경찰도 차벽에 ‘평화로운 집회 성숙된 시민의식’이라는 현수막을 걸어 시민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을 문제 삼는 의견도 나왔다. 시민들 중에는 ‘이러려고 국민연금 냈나, 이재용 구속하라’는 내용이 쓰인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경기도 동탄에서 올라왔다는 노형호씨는 “11월5일부터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 나오고 있다”면서 “단순히 박 대통령만 물러나게 해서는 안 되며 이 열기를 앞세워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등 기득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83학번’이라는 깃발을 들고 나온 한 시민도 “87년 6월 항쟁 이후 시국집회에 처음 나왔다”면서 “죄를 지었다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탄핵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일부 시민은 국회의 즉각적인 탄핵을 요구했다. 잠실에 사는 김정민씨는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하야를 요구하고 있고 대통령 지지도도 4%에 불과한데, 왜 탄핵에 주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시위에 참가한 정선민씨도 “탄핵안이 부결되면 여론의 역풍은 새누리당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에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앞 현장에서는 한 시민의 ‘얼레리꼴레리’ 트럼펫 연주에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박사모 등 보수단체는 동대문 인근에서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보수단체 집회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블로그인 ‘윤창중의 칼럼세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된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탄핵에 나서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단체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여명이 참가했으며. 집회를 마친 이들은 동대문을 출발해 종로3가까지 행진을 벌였다.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와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종로3가에서 행진을 막았다.​

 

6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월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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