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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헤더가 바라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외국인들이 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12.05(Mon) 17: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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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나와 대화하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 말이 날 슬프게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 윌 헤더(가명)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 한국어는 서투르지만 영자뉴스를 매일 챙겨 보기 때문에 여느 한국인만큼이나 관련 소식에 해박한 편이다. 그런 그에게 최근의 한국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냐고 물어봤고, 그는 지금 정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책임감과 반응에 대해 이야기 했다.

 

ⓒ 연합뉴스


12월3일 토요일 열린 6차 촛불집회까지, 두 달 가까이 매주 민주주의 대기록을 써나가고 있는 한국인들. 하지만 헤더가 만난 한국인들은 대부분 자국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보이는 행태에 부끄러움부터 보였다. 

 

헤더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가 이번 일로 한국인들을 폄하하진 않을 것이다. 정치인의 부패를 한국인들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분노할 순 있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다.” 

 

푸른 눈의 외국인들은 이번 사건에서 생소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무당’ ‘주술’ ‘굿’이란 단어들이 낯설게 들렸다고 한다. 그는 “진짜로 무속신앙(shamanism)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비유를 들어 말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캐나다인 캐런 그린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 샤먼이란 단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걸 처음 들었다”며 “샤먼이란 단어가 오르내릴 땐 좀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고 음모론 아니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거주 6년차다. 그런 그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국 시민은 쿨(cool)한데, 리더가 쿨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촛불집회때부터 매주 광화문에 나가 시민들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그린은 “부패한 리더는 여전히 끄떡하지 않지만 변화는 어떻게든 올 것이라 믿는다. 서양에서 민주주의의 역사는 더디게 찾아왔고, 지금 한국은 그 과정을 뒤늦게나마 밟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은 그린은 이번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실태가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의혹 가운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 등 학자 출신 정치인들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있다는 점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들이 권력과 결탁하면서 학자로서의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개인의 이용만 추구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과외나 학원강사를 하며 만나는 한국 학생들에게서 ‘돈이 최고다’라는 식의 가치관을 엿보고 깜짝 놀래곤 했는데, 그 아이들의 가치관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르에서 온 호세 에두아르도 라미레즈 카스틸로는 한국의 촛불집회를 바라보며 약간의 부러움이 들었다. 그는 “내 고국인 엘살바도르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는 이 정도의 부정부패가 흔하다”며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한국인을 보며 그 의도가 훌륭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촛불집회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시민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지만, 남미에서의 경험상 시민들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기 전에 어떤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한국의 상황을 ‘부럽게’ 바라보는 건 일본에서 유학중인 재일교포 김아현씨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일본은 많은 사회문제 속에서도 개인에게 문제 해결이 오롯이 넘어온다”며 “한국이 이토록 다이내믹한 힘으로 넘친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말에 한국인인 어머니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 와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주변 일본인들 중엔 최근의 한국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지도자들의 부정부패한 모습 때문이었다. 이런 부정적 평가를 성숙한 한국 시민들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는 게 그의 희망섞인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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