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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택도시보증공사 천억대 보증 사고 논란

“부실 보증 심사 의혹” 지적에 국토부 감사실, 감사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송응철 기자 ㅣ sec@sisapress.com | 승인 2016.12.09(Fri) 11:22:52 | 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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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000억원대에 가까운 보증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HUG로부터 주택분양보증 및 조합주택시공보증을 받은 한 지역 중견 건설사가 부도를 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증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등급이 한 해 사이 5단계나 뛰어오르는 등 이상 기류가 포착됐음에도 심층적인 검증 없이 보증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HUG 내부에서는 이 건설사에 대한 보증에 공사 고위급 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감사실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감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 연합뉴스


4300여 세대 건설 중 광명주택 돌연 부도

 

문제가 된 지역 건설사는 광명주택이다. 광주광역시의 중견 건설사로 신문철 대표(73.9%)와 특수관계인 신정국씨(24.2%)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회사는 ‘메이루즈’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1992년 광주 쌍촌동에 건설한 25층 아파트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초고층 아파트였다. 2000년대부터는 광주에서 벗어나 수도권 등 전국으로 사업권역을 확대했다. 이후 광명주택은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도 분양률 100%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광명주택은 올해 8월2일 돌연 부도를 맞았다. 8월1일 만기를 맞은 농협은행 화순군지부 어음 4억4000만원과 다음 날 만기 도래한 광주은행의 1억2000만원 어음을 차례로 막지 못해 1·2차 부도 처리됐다. 광명주택은 같은 달 4일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금융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케이엠주택건설에서 추진한 충남 천안시 청당동 공동주택 사업 분양률 저조에 따른 유동성 부족’을 부도의 이유로 들었다. 케이엠주택건설은 신 대표(25%)와 신씨(20%)가 지분 45%를 보유한 광명주택의 관계사다.

 

지역 건축업계에선 광명주택의 부도 과정이 석연찮다는 견해가 많았다. 매출과 순익이 증가세를 보이던 가운데, 고작 5억원 남짓의 어음을 막지 못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는 점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까닭에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광명주택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을 보면, △2013년 790억원-52억원 △2014년 790억원-87억원 △2015년 823억원-89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무엇보다 준공을 앞두고 있던 상무지역주택조합에서 8월에 300억원대 분양잔금이 들어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많은 의혹만 낳은 채 광명주택은 결국 문을 닫았다.

 

광명주택은 이때 전국 7개 지역의 아파트와 오피스텔, 주택조합 4311세대를 건설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장 수분양자(분양받은 사람)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기(工期) 지연으로 인한 각종 비용 부담을 책임지게 됐기 때문이다. 공사에 참여한 수십여 개 협력업체들도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된다. 시중은행들도 광명주택에 내준 대출금을 부실로 떠안게 됐다. 시중은행들의 대출 잔액 현황은 △농협은행 57억원 △광주은행 38억원 △우리은행 26억원 △국민은행 3000만원 △보증보험 12억원 등 모두 133억3000만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광명주택은 제2금융권이나 하청업체들로부터도 수십억원대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본 것은 역시 HUG였다. 광명주택에 제공한 수백억원대 주택분양보증이 사고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주택분양보증은 건설사가 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보증기관이 분양을 대신 이행하거나 중도금 등 분양대금을 환급해 주는 제도다. 아파트 완공 전에 분양대금을 미리 납부하는 ‘선분양’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양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현행 주택법에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의무적으로 분양보증에 가입해야 된다고 명시돼 있다.

 

HUG가 주택분양보증을 제공한 사업장 가운데 충남 천안시 청당메이루즈와 충남 아산시 배방메이루즈는 비교적 문제가 덜했다. HUG는 청당메이루즈(1105세대)에 2015년 8월 2025억원, 배방메이루즈(426세대)엔 2014년 12월 531억원의 주택보증을 각각 섰다. 그러나 HUG는 광명주택 부도 직후 수분양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시행사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 중이어서 보증사고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공자를 재선정해 아파트 건축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충남 당진군 광명메이루즈는 사고로 분류됐다. HUG는 당진 광명메이루즈에 2015년 7월 2건에 걸쳐 517억원의 주택분양보증을 체결했다. 문제는 이 사업장의 시공과 시행을 광명주택이 동시에 맡고 있었다는 데 있다. 사실상 사업 지속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광주광역시 유동메이루즈도 비슷한 경우다. HUG는 광명주택과 올해 4월 해당 사업장에 대한 453억원 규모의 조합주택시공보증을 맺었다. 사업은 지역주택조합 형태로 진행됐다. 조합원들이 사업주체가 되는 사업 방식으로 별도의 시행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광명주택이 사실상 유동메이루즈의 유일한 사업주체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일로 인한 HUG의 보증 사고 규모는 9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역 내에서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발생한 유일한 주택분양보증 및 조합주택시공보증 사고로 기록됐다. 이 기간 발생한 사고는 모두 18건으로, 대부분 하자보수보증에 집중돼 있었다. 전체 사고 액수는 1008억9700만원 규모다. 이를 감안하면, 광명주택에서 발생한 사고액이 전체의 96.1%에 달하는 셈이다.

 

 

970억대 보증 사고…지역 내 사고액의 96.1%

 

그러나 HUG 측은 금전 손실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HUG 관계자는 “광명메이루즈는 분양 수익금과 공사비 등을 분석한 결과, 광명주택이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12월 중 건설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유동메이루즈의 경우도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조합이 주체인 사업장인 데다 공사비 지출이 크지 않아 보증을 이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고 보증을 종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광명주택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충남 당진군의 광명메이루즈 조감도 © 광명주택 홈페이지


광명주택 신용등급, 1년 만에 5단계 급등

 

하지만 이번 사고를 두고 HUG의 보증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는 분양보증을 하기 전에 심사를 진행한다. 평가 항목은 △분양성(초기예상분양률) △사업수행능력(적정사업규모·최근 3년간 주택건설실적) △신용평가등급 △경영안정성 등이다. 항목별로 점수를 매겨 총점을 따지는 식이다. 배점은 항목별로 다르다. 이 가운데 분양성(45점)과 신용평가등급(40점)의 비중이 지배적인 구조다.

 

광명주택은 신용등급에서 수상한 점이 포착되기도 했다. 2015년까지 ‘BBB-’에 머물던 신용등급이 올해 ‘A+’로 5단계나 훌쩍 뛴 것이다. 이처럼 신용등급이 급등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시사저널은 HUG가 광주광역시 소재 건설사 300여 곳에 대해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신용등급을 평가한 내역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한두 단계 변화가 있는 곳은 있었다. 신용등급에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경우는 4등급이 상승한 것으로, 모두 3곳이 있었다. 자본잠식 해소나 당기손익 흑자 전환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마저도 3년에 걸쳐 등급이 상승해 온 결과다. 하지만 한 해에 신용등급이 5단계나 급등한 건설사는 광명주택이 유일했다. 이를 두고 광명주택의 보증 심사 과정에서 신용평가등급 항목에 높은 배점을 주기 위해 신용등급 수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HUG 관계자는 “광명주택의 신용등급은 업력과 재무구조, 신용평가사 제반 정보 등을 기준으로 정상 도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HUG 내부에서도 적지 않은 뒷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HUG 고위 관계자가 광명주택에 대한 보증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서, 철저한 검증 없이 심사가 진행됐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국토부 감사실은 일련의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여부에 대한 감사를 현재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광명주택에 대한 보증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부 관계자의 개입이나 외부로부터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며 “아직 국토부 감사실로부터 별도로 연락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단독] 농협은행, 광명주택에 수십억대 부실 대출 논란

 

농협은행이 광명주택의 부도로 수십억원대 대출금을 부실로 떠안게 됐다. 물론 금융권에서 광명주택에 대출을 내준 곳이 농협만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농협이 주목을 받는 것은 대출이 나간 시점 때문이다. 대출 시점이 8월2일 부도를 불과 한 달 남짓 앞둔 6월30일이라는 데 있다. 대출에 대한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광명주택이 농협은행으로부터 44억원의 대출을 받은 지 30여 일 만인 8월2일 부도가 나면서 수십억원대 대출이 모두 부실화됐다. © 연합뉴스


시사저널이 입수한 농협의 ‘광명주택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광명주택은 올 4월 사옥 신축 명목으로 농협에 대출을 요청했다. 농협은 6월30일 사옥 부동산을 담보로 25억원, 신용보증기금 보증서를 담보로 15억원, 신용대출 4억원 등 총 44억원(대출 잔액 기준)의 대출을 내줬다. 그러면서 11월 사옥 준공이 완료되면 이를 담보로 전환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3일 뒤인 8월2일 광명주택이 부도를 맞았다. 농협은 앞서 2013년과 2015년 광명주택에 내준 대출금 13억2700만원이 전혀 회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농협은 모두 57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부실화됐다. 불과 한 달 만에 부도를 맞을 업체에 수십억대 대출이 진행된 배경을 두고 심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의혹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광명주택의 업력과 재무상황, 신용등급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진행된 정상적인 대출”이라며 “광명주택 부도 직후 신용보증기금에 대위변제를 청구하고, 건축 중인 사옥에 대한 대위등기도 진행하는 등 채권 회수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 측은 대출금 회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건축 중인 사옥을 임의 경매할 계획”이라며 “해당 건물의 감정평가액이 77억원에 달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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