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불꽃’ 김주성 “3점슛보다 블록슛”
  • 김형민 아시아경제 문화스포츠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09 15:38
  • 호수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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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슛 성공률 1위 체력 한계에 스타일 바꿔… “1년 더 뛰고 싶다”

호랑이는 가죽을, 선수는 이름과 기록을 남긴다. 농구도 기록의 스포츠. 김주성(37·원주 동부 프로미)은 프로 16년 차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쌓인 기록을 되돌아봤다.

 

11월25일 강원도 원주 동부 프로미 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김주성은 자신의 기록을 보며 스스로 “수비적인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공격보다는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기록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은퇴할 때가 되니까 쌓일 만큼 쌓였더라. 가끔 기록을 보며 몸관리만 잘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주성이 가장 뿌듯해하는 기록은 블록슛이다. 블록슛은 그 선수의 뛰어난 수비능력을 대변한다. 김주성은 2002~16년 정규리그 통산 1036개 블록슛을 남겼다.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이다. 블록슛은 경기 중에 잘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상황이 만들어져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그는 “다른 최다 기록들은 서장훈 선배가 가지고 있고 내가 따라가는 입장이다. 블록슛만큼은 내 이름이 가장 앞섰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미술팀

3점슛 던지는 센터, 포지션 경계를 허물다

 

3점슛은 올해 김주성의 가슴을 뛰게 한 또 다른 기록이다. 김주성은 12월1일 현재 정규리그 열세 경기에서 3점슛 평균 2.31개를 넣고 성공률 54.55%로 3위에 올랐다. 골밑을 지키는 주 임무를 고려하면 성과가 뚜렷하다. 그는 “경기를 할 때마다 상대편 후배들이 ‘요즘 왜 이렇게 슛이 잘 들어가느냐’고 물어본다. 3점슛과 관련해 인터뷰도 굉장히 많이 했다. 은퇴를 하기 전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기도 하고 기분이 좋다.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는 3점슛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김주성은 “간간이 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감이 좋을 줄은 몰랐다. 미들슛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많이 던지는 편은 아니었다. 슛 거리가 늘어난 것이다. 어차피 슛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하는 방식의 변화도 필요했다. 김주성은 “이제 마흔이 다 돼 간다. 내 몸 상태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3점슛을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골밑을 돌파하기 위한 힘과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3점슛이 답이었다. 지금은 잘 들어가지만 분명히 감각이 떨어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세운 기준도 있다. 김주성은 “팀에 전문슈터들이 있는데 나같이 4~5번 포지션 선수가 3점슛을 던지는 것은 팀 밸런스에 방해가 될 수 있어서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신 승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집중해서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주성은 동부와 계약기간이 올 시즌까지다. 시즌이 끝나면 재계약과 은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는 “동부에서 1년 더 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다른 팀으로 가서 은퇴하는 것도 어색하다. 원주에서 많은 추억과 기억을 쌓았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의미 있는 생활이었다. 어떤 분들은 내가 강원도 사람인 줄로 안다(김주성의 고향은 부산이다). 동부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매 시즌 매 경기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가 동부에서 오래 뛴 힘은 소통이었다. 자신의 몸관리에 꼼꼼해서 각종 기록들을 살피고 원인을 분석해야 직성이 풀린다. 김주성은 “아프더라도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혼자서 다 할 순 없다. 트레이너, 코치와 상의하면서 해결책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또 “강한 정신력으로 선수생활을 계획대로 오래 끌고 가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슛을 던지고 성공률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한 뒤 그에 맞게 계획적으로 몸관리를 하는 등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가드를 해 보고 싶다”

 

김주성은 은퇴라는 단어를 2~3년 전부터 떠올리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혼란스럽다. “참 미묘하다. 은퇴한다는 생각을 하면 현실이 아닌 것 같다. 농구선수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슬플 것 같다.” 은퇴 뒤 자신에 대한 평가는 팬들에게 맡겼다.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이 많이 다를 것이다. 나도 은퇴 뒤에 어떤 이야기를 들을지 궁금하다. 쓴소리나 좋은 평가 등 다양한 의견이 있을 것이다.”

 

그는 “만약 시간을 되돌린다면 지금의 신체조건은 그대로 둔다는 전제하에 가드를 해 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아마 모든 농구선수들이 다 같을 것이다.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 선수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남들보다 농구를 늦게 시작한 편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좀 더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종현(22·모비스), 최준용(22·SK), 강상재(22·전자랜드) 등 올 시즌 신인들과 “더 오래 뛸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올해 프로농구는 대형 신인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종현·최준용·강상재는 그중에서도 ‘빅3’로 불린다. 좋은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김주성도 평가가 같았다. 그는 “뛰어난 신인들을 보면 우리 프로농구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 좋다. 촉망받는 선수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주성은 은퇴 뒤 지도자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시기와 장소는 “차차 알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후배 양성도 구상 중이다. 그는 “우리 농구에 5~6년에 한 번씩은 전 포지션에 걸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했다. ‘스킬 트레이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킬 트레이닝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농구에도 유행처럼 번졌다. 전문 교육시설에서 개인 코치를 두고 드리블이나 슛 등 한두 가지 기술을 집중 훈련하는 방법이다. 미국 등 농구 선진국에서 먼저 시도했다. 개인기술 향상에 목적이 있다. 그는 “스킬 트레이닝이 우리 농구에 꼭 필요하다. 미국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비슷한 방식의 농구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농구가 아마, 프로를 합해 거의 100년이 됐다. 선수들과 팬, 농구 관계자 모두 프로의식을 가지고 농구를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을지,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해 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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