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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朴 대통령 세월호 아픔 공감 못해”

《오만과 무능 굿바이 朴의 나라》 출간한 전여옥 前 국회의원 인터뷰… “공감 능력이 떨어지니까 TV 보며 식사까지 한 것”

안성모·구민주 기자 ㅣ asm@sisapress.com | 승인 2016.12.12(Mon) 15:01:42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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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9일 오후 1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1층 커피숍에서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을 만났다. KBS 기자 출신인 전 전 의원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통했다. 2004년 3월 정계에 입문하면서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바로 박 대통령이었다. ‘원조 친박’ 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았던 그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최고의 저격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아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친박 진영에서는 그를 ‘배신자’라고 맹비난했다. 200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총선 패배 후 정계를 떠난 그는 ‘정치인 박근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그가 했던 말이 ‘어록’으로 회자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와의 만남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직전이었다. 그는 “탄핵안은 가결될 것이다”고 확신했다. 만약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오만과 무능 굿바이 朴의 나라》를 출간한 그는 ‘세습정치인 박근혜의 오만’과 ‘자질 부족 박근혜의 무능’이 국가적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전여옥 前 국회의원 © 시사저널 이종현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오늘 친박 의원들이 말한 것에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은 1원도 받은 게 없다는 거다. 그런 단순함이 참 무섭다.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모르고 있다. 최순실이라는 비선을 통해 우리 세금 수천억원이 손실됐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대통령은 단돈 1원도 받지 않았다는 친박의 사고 구조, 이게 곧 박 대통령의 사고 구조다.”

 

 

박 대통령은 몰랐으니 문제없다는 식인 건가.

 

“그렇다. 선거 치를 때도 본인 돈을 전혀 안 썼다. 자서전에 인쇄비용으로 500만원만 썼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친박 내에서도 너무 기가 막힌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거를 치르려면 돈이 필요하다’라고 하면 “누가 돈 쓰라고 했습니까” 이랬다. 약삭빠른 친박은 그걸 알아들었다. ‘돈 문제는 니들이 알아서 하고 무슨 일 생기면 니들이 뒤집어써라.’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경계의 담장을 낮췄을 뿐 잘못한 게 없고, 이 모든 것은 나라를 위해서였다고 하지 않나. 본인이 하면 곧 공익이 되고 나라를 위한 일이 되는 거다. 왜냐면 이 나라는 아버지의 것이자 자신의 것이고, 대통령이 된 것도 가업(家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이용당했으니까 박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논리와 비슷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피해자라고 한다면 이 나라의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걸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얼마나 치욕스러운 변명인가.”

 

 

‘박근혜가 대통령 돼서도 안 되고 결코 될 수도 없다’라고 말한 적 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봤나.

 

“일단 자질에서 함량 미달이었다. 신문 사설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대통령은 때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데 국민을 설득할 힘이 없다고 봤다. 국민 앞에서 손은 흔들어줄 수는 있지만. 순발력과 결단력도 심각하게 부족했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있었을 때 그냥 바들바들 떨고 있는 걸 보고 하도 답답해서 전화해 보라 했더니 얼른 구석으로 가서 정윤회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부모님이 흉탄에 돌아가셨다는 ‘지정곡’밖에 부를 수 없는, 성장이 정체된 정치인이었다.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만 불러서는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가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여의도에 최태민 일가에 대한 엄청난 자료가 돌아다녔는데 야당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야당이 다 파헤치면 결코 대통령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대선 경선 이후 최태민에 관한 얘기는 쏙 들어갔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이었다. 야당이 선거 자체를 포기했던 것 같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서도 박근혜의 사생활이라고 여겼다. 여자의 치마폭을 들추게 되면 경선이 끝난 후에 영남에서 과연 표를 얻을 수 있겠느냐는 전략적인 계산이 있었다. 그래서 경선이 끝나자 입을 딱 다물었다. 2012년 대선에서는 퇴임 후를 고려할 때 문재인보다는 그래도 박근혜가 낫다고 생각한 거다. 이 점은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

 

 

40년간 최태민이 친 주술의 덫에 걸려서 ‘국정 농단’을 자행했다고 했는데 최태민은 사망한 지 이미 20년도 더 지나지 않았나.

 

“박 대통령의 가슴속에 최태민은 살아 있다. 최태민에 대해 언급만 해도 벌벌 떨고 천벌을 받을 거라고 분노하는 모습을 봤다. 최태민은 죽었지만 그의 아바타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이 그 역할을 세습해서 업그레이드시켰다. 최순실은 박근혜에게 아시아의 지도자가 될 거라고 세뇌시킨 아버지의 ‘업적’을 물려받았다. 박근혜의 모든 살림과 시중을 다 들며 대통령을 무력화시키고, 아버지에게 배운 수법으로 열 배 백 배 더 해먹었다.”

 

 

최순실과 관련한 일화도 있나.

 

“최순실을 처음 본 건 1995~96년 무렵이다. 대구방송에서 토크쇼를 진행할 때였다. 당시 야인(野人)이던 박 대통령이 왔었는데 두 명의 중년 여성이 코디처럼 옷가방을 들고 따라왔었다. 방송이 끝나고 임원들이 박 대통령을 점심에 모셨는데 두 여성도 같이 와서 먹더라. 그중 한 명이 교양 없고 오만하게 굴길래 작가한테 ‘저 아줌마 도대체 누구냐’고 했더니 ‘최태민의 딸 최순실 모르냐’고 했다. 그래서 ‘저 여자가 최순실이구나’ 안 거다. 그때 하도 유난스러워서 얼굴을 기억해 뒀다.”

 

 

정계 입문 후에는 만난 적 없나.

 

“당시에는 너무 많은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저녁 6시만 되면 블랙아웃 상태가 됐다. 당에서 얘기가 나왔다. 뭘 결정하면 다음 날 뒤집히니까. 정윤회와 최순실의 강남비선팀이 조언을 해 준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리고 하도 베일에 싸여 있다고 언론에서 보도하니까 오픈 하우스를 했다. 그때도 두 여성이 서빙을 했는데 딱 봐도 종업원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피붙이인가보다 생각해서 안봉근(전 비서관)한테 누구냐 물어보니까 친척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나중에 박지만씨가 나한테 누구냐고 묻길래 친척 아니냐고 하니까 우리 집안에 저런 여자들 없다고 얘기했다. 나중에 보니까 최순실 쪽 조카였다.”

 

 

장시호였나.

 

“장시호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최순실과 굉장히 닮았었다.”

 

 

최태민이라는 이름 자체가 금기시됐다고 했는데 어떤 일들이 있었나.

 

“한 일간지 기자가 인터뷰를 하면서 최태민이 영애를 이용해 돈을 갈취하고 부정부패를 했다는 얘기를 하니까 (박 대통령이) 갑자기 손을 덜덜 떨면서 목에 파란 힘줄이 솟은 채 ‘그분이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느냐.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며 이성을 잃더라. 평소에 절제가 강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데 부들부들 떨더라. 그래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만들려고 물심양면으로 노력한 모 의원이 있었는데 어느 날 팽(烹)을 당했다. 그 이유가 뭐였냐면 이 의원이 기자들과 술을 먹으면서 최태민 일가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 말이 정보 보고에 올라갔고 (박 대통령이) 다음 날부터 그 의원에게 레이저를 쏜 거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인사들 상당수가 최순실을 모른다고 얘기한다. 정말 모르는 건가.

 

“모를 수가 없다. 김무성 의원이 최순실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지 않았나. 그 한마디로 끝난 거다. 모를 수가 없다.”

 

 

친박 핵심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는 건가.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는 게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내부 청문회가 있었다. 그 안에서 다 나왔었다. 그런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말이 안 된다. MB가 대통령 되고 나서는 (박 대통령이) 미래 권력이 됐잖은가. 최태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심정 이런 걸 다 알기 때문에 친박들이 아무도 얘기를 안 한 거다.”

 

 

대통령 당선 후 원로 7인회 인사 중에서도 최태민 얘기를 했다가 멀어졌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에 얘기하면 뭐하나. 되기 전에 했어야지.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 전에 얘기했어야 한다.”

 

한나라당 17대 국회 당선자 연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와 전여옥 대변인(왼쪽) © 시사저널 이종현


그분들은 잘 알고 있었다고 보나.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었을 거다.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때 일어난 일들을 더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정말 실망했다.”

 

 

박 대통령이 대면 보고를 싫어하는 걸로 알려졌는데 예전에도 그랬나.

 

“그랬다. 일단 대면 보고고 뭐고 당무를 보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한나라당이 비록 야당이긴 했지만 역사도 오래됐고 조직도 복잡했다. 당시 경제 문제 등 현안도 많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회의나 당무 보는 것 자체를 굉장히 불편해했다. 현안을 보고하면 아무 말 없이 눈 감고 있거나 종이만 꾸깃꾸깃 접고 있어서 무슨 심오한 판단을 하려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아니라 불편했던 거다.”

 

 

‘베이비 토크’라는 표현을 썼는데 어눌했다는 건가.

 

“그때는 지금만큼 심하지 않았다. 다만 말이 짧고 적었다. 만약 오늘 아침에 부엉이를 만났으면 하루 종일 ‘오늘 아침 부엉이를 만났습니다’ 이 얘기만 하는 거다. 누굴 만나도 그랬다. 그거 외엔 얘기할 수 없었던 거다. 베이비 토크라는 건 아주 짧게 말하는 건데, 사람들은 단답형이니까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건 줄 아는데 나는 그게 아닌 걸 알았다. 대통령이 된 후 ‘우리 경제가 퉁퉁 불어터진 국수 같아 불쌍해 죽겠다’고 얘기한 적 있다. 그건 유치원 애들이 말하는 어법과 똑같은 거다. 유치원 교사들이 이렇게 말하지 않나. ‘책상 어질지 말아요. 책상이 아야아야 해요’. 이렇게 의인화(擬人化)하지 않나. 이게 한 나라의 대통령 입에서 나오는 수준의 말이라고 보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최근 올림머리를 하느라 미용사를 부른 사실이 밝혀졌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얘기했는데.

 

“박 대통령을 보고 느낀 건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이 없다는 거다. 흉탄에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추억, 그리고 18년 동안 청와대라는 온실에서 자란 기억, 그리고 최태민으로부터 거의 세뇌를 당한 것 등 어떤 측면에서는 사육됐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가 나이 들면서 성장을 한다는 건 공감 능력이 성장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분은 공감능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냉정했다. 큰 슬픔을 겪어서 냉정해졌나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신밖에 모르는 거였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거다. 그러니까 세월호에 대한 국민들의 슬픔과 아픔을 공감 못하는 거다. 그리고 올림머리도 20분 만에 했다고 얘기하는데 절대로 20분 만에 할 수 없다는 걸 대한민국 모든 여성들은 다 알 거다. 2005년 미국에 갔을 땐 미용사를 데려갈 수 없으니까 머리를 묶고 부분 가발을 썼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지 않나. 그냥 머리 묶고 나와도 되잖나. 그런데 머리를 연출까지 하고 나왔다는 건 슬픔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거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TV를 보면서 식사도 하고 그랬던 것 아니겠나. 당시 TV에 나오는 게 다 세월호 얘기였는데.”

 

 

불면증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예전에는 어땠나.

 

“예전엔 못 느꼈다. 그땐 정말 저녁 6시 이후엔 연락두절이었다. 안봉근을 통해 전화하거나 아니면 집에 있던 경비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경비도 자야 하니까 아무리 급해도 밤 10시쯤 전화하면 받지를 않았다. 김선일 피랍 사건 때는 열댓 번을 전화했다. 그러니까 경비가 전화를 바꿔줬다. 당시 당내에서 ‘어떻게 깨웠느냐, 그런 적이 없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에는 수면제 이런 건 못 느꼈다. 대통령 일을 퍼스트레이디 일로 착각했다가 그게 아니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불면증에 걸렸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최순실이 이것저것 드셔보라며 약물 중독을 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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