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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현대증권 부실 해외법인에 어른거리는 ‘최순실 그림자’

100억대 손실 낸 싱가포르 법인 설립에 관여한 인사들, 최씨·안종범 등과 직간접 연결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12.12(Mon) 17:01:03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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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은 2013년 3월 헤지펀드 자산운용사인 ‘Asia Quant Group’(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초기 설립 자금은 1억 달러(약 1140억원)로, 조세피난처인 케이만 군도(群島)를 통해 자금이 나갔다. 당시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다. 민경윤 당시 노조위원장은 “현대그룹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가 싱가포르 법인 설립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해 1억 달러를 투자한 이유 역시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민 전 위원장은 그 근거로 황 대표가 현대증권 측에 헤지펀드 투자를 지시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싱가포르 법인 설립 전부터 찬반 논란

 

설립 과정에서 논란이 일자 김신 사장(현 SK증권 대표)은 싱가포르 법인 설립과 출자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사장은 취임한 지 1년도 안 돼 전격 경질됐다. 2012년 10월 윤경은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싱가포르 법인 설립도 급물살을 탔다. 당시 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케이만 군도 투자는 외국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것일 뿐 조세회피 등의 목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노조는 권혁세 당시 금감원장에게 공문을 보냈다.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에 문제가 있는 만큼 설립 인가를 연기해 달라는 취지였다. 여기에 맞서 윤경은 사장은 민경윤 전 위원장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민 전 위원장을 기소했고,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법인 설립 논란이 있고 4년 정도가 흘렀다. 현대증권이 최근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싱가포르 법인에서 발생한 손실은 110억원에 달한다. 현대증권이 출자한 금액의 10% 수준이다. 2013년 2월 법인 설립을 앞두고 현대증권 전략기획부가 작성한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사업계획서’ 내용과는 다른 결과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이 문건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아시아 퀀트 모델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누적 수익률은 30.72%, 연평균 수익률은 15.4%에 달했다. 지난 6.5년간 글로벌 톱25 헤지펀드의 성과(연평균 수익률은 8.5%)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현대증권 측은 “실제 운용 수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계획서에 기록된 2년간의 누적 수익률은 헤지펀드 설립 전 전문 운용역의 과거 트랙 레코드”라며 “2014년 그리스 부채위기와 유럽의 양적완화 정책, 2016년 일본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의 정책 이슈로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면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조건임에도 비슷한 시기 아시아퍼시픽주식펀드와 신흥아시아주식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9%와 4%를 기록했다. 현대증권 사업계획서에도 ‘시장 위험은 0(제로)인 상태로, 시장의 상승이나 하락에 관계없이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언급돼 있었다. 특히 현대증권은 싱가포르 법인 설립 당시 해외 연기금 등으로부터 1년 이내 2억 달러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었다. 이후 3년 이내에 10억 달러를 유치하게 되면 연 500억원 이상의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 수익률 달성은 고사하고, 해외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데도 실패했다. 현대증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 대상 국가는 홍콩·호주·대한민국·일본 4개국이다. 한국에서도 거래가 가능한데 구태여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해 거액의 투자금을 날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회사 안팎에서는 운용계획서가 부실하게 작성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증권이 처음 밝힌 회사 설립 시기는 2013년 2월이었다. 이후 3월로 정정했다. 2013년 6월 MAS(싱가포르 금융당국)의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신고 업무를 진행했다. 당초 예상보다 승인 작업이 지연되면서 2개월 후인 8월에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었다. 여기에 맞춰 2013년 7월 초기 자금 1억 달러(약 1146억원)를 송금했다는 게 현대증권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추진단 이름으로 작성된 ‘싱가포르 트레이딩 전문법인’ 관련 문건의 작성일은 4월19일이었다. 추진단은 전국 지점장 회의 때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무개 대표의 퇴직일 역시 2013년 7월이었다. 심지어 문건에는 MAS 자산운용업 관련 라이선스 인증도 2014년 1분기로 예정돼 있었다. 2013년 6월에 라이선스 취득을 목표로 했다는 회사 측의 해명에 의문이 들고 있다. 회사가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무리하게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황두연 장남, 정유라와 승마선수 같이 활동

 

주목되는 사실은 싱가포르 법인 설립을 주도한 윤경은 사장의 행보다. 윤 사장은 신한금융투자와 솔로몬투자증권을 거쳐, 2012년 7월 현대증권에 입사했다. 윤 사장의 영입 배경에 현대그룹 비선실세로 알려진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윤 사장은 황 대표와 경성고 11기 동기로 알려졌다. 한 달 후 이계천 현대저축은행 대표와 김아무개 전무 등이 잇달아 현대증권으로 옮겼다. 이 대표는 신한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등을 거쳤다. 김 전무 역시 굿모닝신한증권과 솔로몬증권 등을 거쳐 현대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11개월간 싱가포르 현지법인 설립 추진단장을 맡다가 대표에 취임했다. 모두가 신한금융투자 출신으로, 윤 사장이 현대증권으로 옮겨오면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윤 사장 역시 투자 손실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증권은 내년 1월 통합 KB증권으로 이름이 바뀐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과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이 통합 KB증권의 각자대표를 맡았다. 이 때문에 윤 사장은 재판에도 나가지 못했다. 민 전 위원장에 대한 명예훼손 공판에서 검찰은 올해 9월과 11월 윤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하지만 윤 사장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통합 KB증권 출범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악재가 불거져 내부적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 안팎에서는 법인 설립에 관여했거나 관여한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최근 국정 농단 논란을 빚고 있는 비선실세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황두연 대표의 장남인 황아무개씨는 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신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도 같이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안 전 수석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깊다. 안 전 수석과는 위스콘신대학을 같이 다녔다. 이런 인연으로 안 전 수석이 현대증권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변호사 시절 황 대표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당시 황 대표의 판결문과 법원 전산기록에는 ‘우병우’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아 몰래 변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대증권 고가 매각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올해 4월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현대상선과 체결했다. 문제는 지난해 오릭스와 협상 당시 매각가가 65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년이 채 안 돼 매각가가 두 배 가까이 뛴 셈이 된다. 덕분에 현대상선은 법정관리를 면하게 됐다. 그 배경으로 최씨와 안 전 수석 등의 이름이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는 5월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자회사 편입을 최종 승인했다. 이후 현대증권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취임한 최아무개씨 역시 안 전 수석과 가깝다. 두 사람은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성균관대 동문이다. 같은 시기에 성균관대 교수로 재임한 인연까지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11월3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현대증권 “최순실씨와 관계없다” 강조

 

싱가포르 법인 대표였던 김아무개씨는 부인을 통해 최순실씨와 연결된다. 그는 정유라씨가 승마를 하기 전 성악을 가르친 인연이 있다. 부실한 운용계획에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싱가포르 법인을 맡긴 데는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 손실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현대증권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시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초기 운용 성과가 부진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계약 만료 시점인 지난해 12월 사임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계천 현대저축은행 대표는 유민봉 의원(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처남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안종범 전 수석과 같은 시기에 성균관대 교수를 지냈다. 이런 인연으로 안 전 수석이 추천해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측은 “싱가포르 법인은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노조의 주장처럼 해외로 자금을 반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펀드 성과가 부진해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 신고나 승인 절차 역시 모두 적절하게 거친 만큼 최순실씨와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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