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사회적 자본 확충이 절실한 한국 경제
  •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3 14:29
  • 호수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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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각 연구단체들이 내년도 경제전망 자료를 내놓고 있다. 대부분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대 초중반으로 전망해, 올해(2.7%)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여건이 악화될 경우,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잠재성장률이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데 있다.

 

2017년 경제가 2016년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이유는 내수 부진에 있다. 이미 가계부채가 매우 높은 수준에 있고, 고용도 불안하기 때문에 소비가 별로 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514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다가 올해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1.4%포인트로 높았는데, 내년에는 주택가격 하락과 더불어 건설투자마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그럼에도 각 연구단체들이 내년 우리 경제가 2%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수출 증가에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미국 경제가 3%대의 높은 성장을 하고, 중국 경제도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제 조건이 수출 전망에 깔려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적은 미 의회 혹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라는 말이 시사하는 것처럼, 트럼프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 의회가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고, 경기가 좋아져 물가가 오를 조짐이 나타난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업과 은행의 부실이 쌓여가고만 있는데, 내년 어느 시점에 이를 처리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마저 예상보다 좋지 않다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1980년대 10%였던 잠재성장률이 이제 2%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계단식으로 떨어졌다. 예를 들면 박정희 정부 때 연평균 10.3%였던 우리 경제성장률이 박근해 정부 4년 동안 2.9%로 추락했다. 물론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력과 자본이 증가하거나 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 그런데 일할 수 있는 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가 올해 정점을 치고, 내년부터는 감소세로 전환된다. 우리 잠재성장률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 증가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생산성이 증가하려면 사회적 자본이 형성돼야 한다. 각 경제주체 간에 깊은 신뢰가 있어야 하고, 특히 노사 간에 생산성 증대를 위한 대타협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생산성 향상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대통령을 내년에는 볼 수 있을까?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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