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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다리가 800만원짜리 소모품인가요?”

GOP 지뢰폭발로 다리 절단된 김경렬 상병 어머니 격정 토로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4(Wed) 15:00:26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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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7일 강원도 철원군에는 60mm가량의 비가 내렸다. 다음 날 육군 5사단은 GOP(전초기지) 구간에 있는 역곡천 댐 인근에서 한탄강 수문개방작전을 전개했다. 남쪽 상류 민통선 지역에는 미확인 지뢰지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밤새 불어난 댐 주변에는 유실된 지뢰로 인한 위험이 존재하고 있었다. 김경렬 상병(당시 일병)은 이곳 작전에 투입됐다가 유실된 지뢰를 밟았고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응급 헬기를 이용해 성남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다.

 

부대에서는 김 상병 가족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김 상병 어머니는 “부대 대대 주임원사에게 전화가 왔다. ‘경렬이가 지뢰를 밟아서 다쳤는데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했으니 빨리 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놀랐고 믿기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상병의 부모와 누나는 부산에서 KTX 열차를 타고 서울에 내려 다시 택시를 이용해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이때가 오후 2시30분쯤이다. 가까스로 수도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병원 측은 김 상병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의사가 “지금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일단 응급수술을 해서 발뒤꿈치까지는 살려 놓았다”고 말했다. 김 상병 부모가 아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은 그로부터 약 2시간이 지난 오후 4시쯤이다.

 

7월27일 GOP 구간에서 유실된 지뢰를 밟아 오른쪽 다리가 절단된 김경렬 상병 © 김경렬 상병 가족 제공


중환자실에 있던 김 상병은 입에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었다. 부모는 아들의 손도 잡아보지 못한 채 그냥 얼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밤 10시쯤 돼서야 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이때도 김 상병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었기에 손 글씨를 써서 부모와 대화했다. 김 상병은 ‘나 죽을 만큼 아팠는데 엄마 생각해서 참았다’고 적었고, 어머니는 ‘잘 참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 줬다.

 

8월10일 김 상병은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했다. 의료진은 지뢰가 터진 게 물속이어서 감염위험이 많다고 설명했다. 골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골수염도 위험했다. 발뒤꿈치만 살려 놓은 것이 보행하는 데 힘들 것이라는 등 의료진은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모는 이런 사실을 김 상병에게 알리고 본인의 결정에 맡겼다.

 

김 상병은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말에 많이 힘들어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는 잘 울지 않았다. 얼핏 잠잘 때 보면 돌아서서 우는지 어깨가 들썩거렸는데, 본인이 무안해할 것 같아 그냥 모른 척했다”고 말했다.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다. 9월26일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겼다가 두 달 후에 다시 수도병원으로 갔다. “처음에는 보훈병원에 있는 기간을 3주만 줬다. 당시 경렬이는 환부에 신경통이 있고, 신경주사를 맞아야 했기 때문에 보훈병원에 더 있어야 했다. 그런데 수도병원은 연장을 안 해 주려고 했다. 경렬이 아버지가 싸워서야 가까스로 연장하게 됐다. 순전히 환자들 편의가 아닌 자기네들 편의에 맞췄다.”

 

수도병원에서는 의족을 맞추면 재활은 자기네 병원에 와서 하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의족을 맞추더라도 환부와 맞닿는 부분이 계속 달라진다. 그때마다 보훈병원에 가서 수선하고 수도병원으로 오라고 하는데 이건 말이 안 됐다.

 

 

군인은 국가배상소송 못한다

 

사고 이후 김 상병 가족은 이산가족이 됐다. 어머니는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수도병원과 보훈병원에서 지냈다. 아버지는 주말에 올라와서 아들 얼굴을 보고는 다음 날 내려갔다. 김 상병 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둬서 수입은 수입대로 끊기고 아버지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가는 데 교통비도 적지 않게 들었다. 수도병원에서는 병원 내에 있는 간병인 숙소를 이용했는데,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사비로 냈다”고 말했다.

 

보훈병원에 있을 때는 숙소와 병원이 1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말에 김 상병 아버지가 병원에 오면 잘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근처 모텔을 이용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나중에 부대에서 나와서 50만원을 주고 간 것이 전부였다.

 

김 상병의 부상, 그것도 발목 절단이라는 현실에 가족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절망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난 엄마니까 아들을 어떻게든 지키리라고 다짐하면서 매일 지옥 같은 삶 속에서도 다친 아들에게 말했다. ‘이 나라와 사회가 너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용기를 가져라. 장애는 불편하지만 우리 함께 극복하자’는 말로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다시피 피눈물을 머금고 근근이 살고 있다.”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절단한 아들을 볼 때마다 북받치는 설움과 눈물을 주저할 길이 없었다. “예전엔 사람을 만나면 눈을 보고 대화했는데, 요즘은 나도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쏠려 다리에 눈이 간다. 아들의 긴 다리가 떠오르고 성큼성큼 걷던 뒷모습이 그립다”고 말한다. 그래도 나라를 믿었다. 어머니는 치료하는 수개월 동안 아들이 절망하지 않고 바뀐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도록 다독였다. 그러면서 의족 착용연습과 재활에 힘을 쏟았다. 김 상병도 재활의지를 갖고 열심히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날 김 상병 아버지는 국군수도병원 의무조사 담당자에게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그런데 ‘의무심사’와 ‘의병제대’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우선 군인은 국가배상 대상이 아니며, 더욱이 사병은 직업군인이 아니어서 군인연금법 대상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김 상병이 의무심사를 받으면 단 1회 장애보상금이 지급되는데 그 액수가 고작 8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이 돈은 현행법상 김 상병이 ‘국가유공자’나 ‘보훈대상자’로 지정받지 않는 한 법적으로 국가에서 받을 수 있는 전부라는 얘기다. 김 상병 어머니는 “처음에는 안 믿었다. 설마 800만원이 전부겠느냐. 그래서 경렬이 아버지가 연금법 등을 모두 찾아보니 사병한테는 이게 전부였다. 군인하고 경찰은 국가배상을 못하게 정해져 있었다”고 말했다. 국가배상을 위한 소송을 걸고 싶어도 이것 때문에 소송 자체가 불가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 때 월남 파병 등에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자 소송을 못하게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북한군 지뢰를 밟은 것과 아군 지뢰를 밟은 것에도 차별이 있었다. ‘전상(戰傷)’과 ‘공상(公傷)’으로 구분해 보상금 금액이 달랐다. 같은 부상자라 하더라도 운 좋으면 ‘북한군 지뢰’, 운 나쁘면 ‘아군 지뢰’를 밟는다는 속설이 나오는 이유다.

 

만약 김 상병이 직업군인일 경우에는 상이연금 190만원, 국가유공자 연금 135만원 등 한 달에 325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사병과 직업군인의 차이가 커도 너무 크다. 군에서는 김 상병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은 육군본부 관계자들이 수도병원을 찾아왔는데 ‘국가유공자가 100%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보훈처 심사가 까다로워져서 그렇다’는 말을 했다.”

 

이 말을 듣고 김 상병의 부모는 불안해졌다. 그리고 분통이 터졌다. 군 복무 중 작전을 수행하다 다리가 절단됐는데, 800만원의 보상금이 전부라니 이건 말이 안 됐다. 군에서는 김 상병이 국방부와 KB국민은행이 협약을 맺은 ‘나라사랑카드(체크카드)’에 가입돼 있어 보험혜택에 따라 KB로부터 일정액의 상해후유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가 주는 것이 아니라 김 상병이 ‘나라사랑카드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민간 은행으로부터 지급받는 형태다.

 

김경렬 상병의 사고 전 모습 © 김경렬 상병 가족 제공


사병 홀대하는 법 바꿔야

 

김 상병의 어머니는 “왜 우리 귀한 아들이 다치면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받고 있는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장교도 하사관도 아닌 젊은 사병이 지뢰폭발로 다리가 뜯겨 나간 것만 해도 억장이 무너지는데, 단돈 800만원에 다리를 팔았다는 모멸감이 든다. 우리 아들들이 한평생을 나라와 군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 속에 살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상병은 12월2일 수도병원에서 퇴원한 후 부산 집으로 내려갔다. 현재 의무조사를 받은 후 전역명령서를 기다리는 중이다. 전역증이 나올 때까지는 30~45일 정도가 걸린다. 그때가 되면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부모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다.

 

김 상병의 심리 상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어머니는 “집에만 있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고 연락이 오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장애인 체육센터에 가입해서 트레이닝을 받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상병은 어릴 적부터 가져온 ‘배우’의 꿈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는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밝고 긍정적이고 뭐 하나 시작하면 진짜 열심히 한다는 게 부모의 말이다. 군 입대와 GOP 근무도 자원해서 갔다. 어머니는 “병과 지원을 세 번이나 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여기저기 지원하다가 GOP 경쟁률이 낮으니까 자원했는데 이제 보니 왜 경쟁률이 낮은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21살, 김 상병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멋진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다리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다. 이제 배우가 된다 해도 ‘장애인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이라는 데 절망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 복학하는 것을 고심하고 있다.

 

김 상병의 누나는 “동생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라온 저는 진심으로 노력하며 꿈을 그려온 것을 알기에 더 속상하다. 그러한 꿈조차 앗아가버린 마당에 이건 너무 잔인한 처사 같다”며 “내 동생은 가족을,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군에 간 것뿐이다. 이제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던 동생의 뒷모습이 그립다”고 말한다.

 

김 상병의 부모는 ‘자기 아들’보다 ‘다른 아들’을 걱정한다. 자신의 아들과 같은 부상 군인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상병 어머니는 “강원도와 경기도 연천 전방지역에 미군이 약 100만 개의 지뢰를 뿌렸다고 한다. 아군 지뢰도 전쟁을 대비해 깔아놓은 것인데 사망하면 보상금액이 다르고, 본인이 느끼기에 자존감도 떨어진다. 이런 법체계가 도무지 이해 안 가고 기가 막힌다”면서 “지금도 전방에는 곳곳에 위험이 상존해 있다. 언제 누가 아군 지뢰를 밟아 내 아들같이 다리를 절단해야 할지 모른다. 국방부는 쓸데없이 골프장 같은 것 만드는 데 돈 쓰지 말고, 이런 지뢰를 빨리 제거하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라도 대우하는 그런 법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법을 현실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병은 아직 재활치료가 끝나지 않았다. 부작용과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평생 마음의 상처는 치유도 보상도 안 된다. 국가가 김 상병을 버리고 외면한다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설까.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려고 할까. 국가는 김 상병과 같이 국가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에게 최대의 혜택과 경의를 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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