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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극장가 판도를 바꾼 《라라랜드》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는 추천사 속출…“좋다” 입소문 빠르게 확산

나원정 매거진M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2.17(Sat) 11:00:25 | 1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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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극장가에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단연 최고의 화제다. 기자는 포털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검색하다가 연관 검색어 때문에 웃고 말았다. 바로 ‘라라랜드 아이맥스로 봐야 하나’였다. 단어 하나를 넘어선 문장에서 고민이 가득 묻어났다.

 

일단 ‘아이맥스’는 스크린이 5도가량 곡선 형태로 굽어 있어, 사람이 볼 수 있는 시야 한계까지 모두 영상으로 채운 대형 특수 상영 포맷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3부작이나 《인터스텔라》처럼 70mm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한 경우엔 기존 35mm 영화필름보다 해상도가 10배 높아, 훨씬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6채널 입체사운드 시스템을 갖춰, 일반 상영관보다 귀도 즐겁다. 그런 만큼 관람료가 비싸다. 관객이 몰리는 저녁 황금시간대엔 일반 상영관의 두 배에 달한다. 그래서 마블 히어로 영화 등 시각효과가 화려하고 흥행이 유력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주로 상영된다.

 

그런데 《라라랜드》는 청춘 로맨스를 그린 뮤지컬 영화다. 그렇다고 아이맥스 필름으로 촬영하지도 않았다. 앞서 말한 검색어에 담긴 고민은, 《라라랜드》가 좋다고 입소문이 난 영화이긴 한데, 굳이 비싼 아이맥스로 봐야 하느냐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미아(엠마 스톤)와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 판씨네마㈜


LA 도시 전체를 뮤지컬 무대로 삼아

 

실제로 이러한 조건의 영화가 아이맥스관에서 개봉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라라랜드》가 아이맥스로 상영되는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더구나, 상영관 좌우·천장까지 스피커를 설치해 양질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돌비 애트모스’ 특수관에서도 상영이 확정됐다. 극장들이 《라라랜드》를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풍부한 영화로 판단한 결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은 예매율이다. 12월7일 《라라랜드》는 예매율 25%로, 이날 나란히 개봉한 한국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예매율 3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는 웬만한 대작 영화에 필적할 만한 수치다. 올 초 관객 775만 명을 모은 황정민 주연 산악영화 《히말라야》의 개봉 당일 예매율이 28%였다. 한마디로, 극장들이 《라라랜드》의 흥행 가능성을 그만큼 유력하게 내다봤다는 이야기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미국 LA를 알파벳 그대로 읽은 발음이자,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를 닮은 제목 그대로다. 《라라랜드》는 꿈꾸는 자들의 도시 LA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펼쳐내는 영화다. 황홀한 재즈 선율, 현실에 발붙인 청춘들의 공감 백배의 순간들과 함께. 주인공은 꿈을 좇아 LA에 날아든 남녀다.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는 커피숍 직원 미아(엠마 스톤)와 정통 재즈 바를 여는 게 꿈인 파트타임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끝도 없는 오디션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던 두 사람은 계속되는 좌절에 지쳐갈 때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라라랜드》의 첫 장면은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한낮의 고속도로에서 시작된다. 옴짝달싹 못하는 색색의 자동차들에선 저마다 다른 선율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한 여성의 나른한 노랫소리를 신호탄으로 뙤약볕의 고가도로는 고스란히 뮤지컬 무대가 된다. 힙합 복장의 청년, 정열적인 중년의 라틴계 여성이 트럭 짐칸에서 튀어나온 밴드 세션과 유쾌한 춤판을 벌인다. 실제 고속도로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촬영해야 했던 탓에, 3개월여 연습을 거쳐 단 한 번의 테이크로 실제 공연처럼 완성한 이 장면은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어떤 선언이나 다름없다. 《라라랜드》가 LA 도시 전체를 뮤지컬 무대로 삼을 것이며, 그 무대에서 펼쳐지는 춤과 노래는 어떤 눈속임도 섞이지 않은 ‘진짜’라는 선언 말이다. 이를 위해 주연배우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각각 피아노 연주와 춤·노래 등의 특훈(特訓)을 거쳐야 했다. 그래미 수상 가수 존 레전드도 극중 밴드 보컬로 출연해 감미로운 음색을 더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우아한 노래와 몸짓은 크리스마스 시즌 극장가에 주어진 작은 축복같이 감미롭다.

 

 

1985년생 신인감독, 세계적 거장으로 등극

 

“2시간 동안 마법처럼 반짝이는 밤하늘로 데려간다.” 《라라랜드》의 불씨가 처음 점화됐을 때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가 이런 찬사를 내뱉었다. 1950년대 할리우드에서 사용된 웅장하고 호화로운 화면 비율, 시네마스코프 사이즈(2.55:1)로 촬영된 이 영화는 지난 8월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돼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곧이어 제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관객의 환호와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이 영화를 “대공황 시기 미국 뮤지컬계의 전설 프레드 아스테어가 세운 ‘뮤지컬 영화의 전통’을 되살리려는 진정 어린 노력”으로 해석한 건 뉴욕타임스다. 《사랑은 비를 타고》 《셰르부르의 우산》 등 1960년대 밝고 경쾌한 뮤지컬 걸작을 탄생시킨 프랑스 감독 자크 드미에게 오마주를 바친다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연출 의도에도 무조건적인 지지가 쏟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21세기에 당도한 이 현대판 고전영화로 단숨에 할리우드 거장 자리를 예약한 그가 1985년생, 그러니까 서른한 살에 불과한 젊디젊은 신인감독이란 사실이다.

 

다미엔 차젤레란 이름이 생소할지 몰라도, 그의 전작(前作) 제목은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2014년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한 영화 《위플래쉬》다. 제작비 330만 달러(약 36억원), 그러니까 할리우드에선 저예산에 불과한 규모에 이렇다 할 스타도 없는 독립영화였다. 그러나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고 싶은 청년 앤드루(마일스 텔러)와 폭압적인 교수 플렛처(JK 시몬스)가 거침없이 자아내는 욕망과 강렬한 사운드는 전 세계 음악영화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재즈 드러머를 꿈꿨지만 재능 부족을 깨닫고 하버드대학 영상학부에 입학한 차젤레 감독. 실제 치열했던 그의 개인사가 녹아든 이 영화는 본토 미국보다 오히려 한국 관객에게 더욱 열띤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큰 화제를 모았고, 이듬해 정식 개봉해 최대 500여 개 스크린에서 관객 159만 명을 동원했다. 스크린을 1000개 가까이 잡고도 관객 50만 명을 겨우 넘는 몇몇 한국 상업영화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이다. 그리고 《라라랜드》로, 차젤레 감독은 전작 《위플래쉬》가 자신이 가진 재능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음을 또다시 증명해 냈다. 《라라랜드》를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는 ‘사랑 고백’에 가까운 추천사가 여기저기서 속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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